신동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포럼] 애매모호한 블록체인 정책, 결단할 때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07/2019072902102369660001[1].jpg "[포럼] 애매모호한 블록체인 정책, 결단할 때다")
미국의 경우 블록체인을 합법적 규율 테두리 안에 두고 사업자들을 증권법, 통화법 등 관련 법제를 따르도록 하고 있다. 자유방임주의적 접근에 따라 블록체인이 시장과 사회에서 스스로 자리잡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데 방점이 놓여 있다. 블록체인에 대해 자유방임적 기조를 적용하여 개인과 산업들의 경제활동의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고 정부의 간섭을 최소화하고 있다. 일본도 일정 법적 테두리를 정해 두고 테두리를 벗어난 행위 즉 반경쟁법, 불공정거래 등 큰 사안에 대해 규제하고 있으며 시장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관심이 큰 중국정부는 블록체인에 대한 교통정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 관변주도의 기술개발 산업혁신이 강한 중국에서는 정부의 적극적 지원으로 블록체인 기술연구와 응용을 주도할 20여개의 정부조직이 있다. 정부조직은 빅데이터, 인공지능, 바이오 유전자 공학 등의 기술과 함께 블록체인을 중점 육성해야 할 기술로 선정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중국의 산업정보부는 블록체인 기술 표준화를 적극 추진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관변 주도의 중국이지만 블록체인에 있어서는 자발적 산업의 주도적 역할을 강조하며 정부의 역할을 교통정리 정도로 물러나 있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블록체인의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유럽의 스위스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등 소규모 국가들은 신산업 발전 초기 정부가 규제가 아닌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만 간섭하지 않는 불간섭방식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우리 정부의 블록체인 규제는 정책적 철학이나 목적이 부재하며 일정한 패턴이 없는 것이 사실이다. 산업 발전 속도에 보폭을 맞추기는 커녕 기존정책들과 충돌하고 있으며 하향식 정책수립, 포지티브 규제 원리(몇가지 허용되는 것을 제외하고는 나머지는 안되는 규제)에 발목이 잡혀있다. 2017년 암호화폐에 대한 부작용이 너무 커서 암호화폐를 불법으로 규정하며 블록체인이 애매한 위치에 몰려있다.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는 투기 열풍을 일으킨 불법적 존재로, 블록체인은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로 인식하고 있는 자체가 모순이다. 2017년 이후 투기 시장은 잠잠해지고, 블록체인 산업이 태동하기 시작했는데도 인식의 전환이 없는 것이다. 블록체인에서 암호화폐는 본질적 기능으로 암호화폐를 활용한 해외간편송금 같이 새롭게 등장한 블록체인 서비스는 기존 규제에 막혀 시도조차 못하고 있다. 암호화폐가 어느 부처의 소관도 아닌 정책 공백 상태에 방치돼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블록체인에 대해 어떤 정책적 기조나 접근이 최선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국내의 여러 다변적 상황을 고려하면 미국의 완전방임주의나 중국의 관변 주도의 정책, 유럽의 불간섭기조 등 어느 접근법도 국내에 최적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그러나 정부가 기술과 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위험과 책임 회피 성격이 강하며 변화의 의지가 부족하다는 점은 확실하다. 이러한 상황 속에 국내의 많은 기업들이 규제환경의 불확실성으로 블록체인 사업에의 투자를 보류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전략적 결정일지 모른다.
블록체인을 규제하느냐 마느냐의 이분법적 논리보다 더 큰 장기적 안목의 생태계적 접근이 필요하다. 블록체인이 산업 전반의 생태계 영역을 변화시킬 것이며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효율성 확보 측면에서 막대한 경제적 파급효과와 새로운 산업혁신을 이끌 것이기 때문이다. 블록체인이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블록체인 진화 패러다임과 환경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 전략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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