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칼럼] 정신 차려라! 國運이 기울고 있다

박선호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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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호 칼럼] 정신 차려라! 國運이 기울고 있다
박선호 정경부장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 "일본 안보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주 유독 기억에 남은 두 발언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 직후 나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발언이다. 같이 나온 뒷말에 전율이 인다. "(북한의 위협은) 한국에 대한 것이었다." 나라가 어지럽다. 나라 살림은 쪼그라 들고, 외세의 압력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정작 우방과는 묘한 거리감이 생겼다.

긴박했던 지난주 상황이 현실을 잘 보여준다. 중국과 러시아가 지난 23일 우리 하늘을 침범했다. 러시아는 "한국 전투기들이 위협했다"며 적반하장 태도를 보였고 중국은 우리의 카디즈(KADIZ)가 "한국의 일방적 주장"이라 했다. 중국은 이어 24일 국방백서를 통해 "미국은 한국에 사드를 배치해 지역 균형을 크게 해쳤다"고 비난했다.

경제 보복에 나선 일본은 그 틈을 노리고 "독도는 우리 땅"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어이가 없는 게 북한이다. 정말 시기도 잘 골라 25일 미사일을 두발 쐈다. 우리 군은 궤적 추적에 실패해 일본의 정보를 제공 받고나서야 북 미사일 궤도를 파악했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 정부 언제나처럼 애써 무시한다. 답답했던지 북한이 오히려 26일 입장을 낸다. "(미사일 발사는) 첨단 공격형 무기들을 반입하고 군사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는 남조선 군부 호전 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다" 북한은 "남조선 당국자는 오늘의 평양발 경고를 무시해버리는 실수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는 친절(?)한 경고까지 덧붙였다.

우리 정부가 무시하는 게 어찌 북한의 시위뿐일까? '확증편향' 환자라는 소리까지 나오는 판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우리 정부의 믿음대로 된 게 없다. 북한은 엉뚱하게 튀고,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거리를 두고, 일본은 아예 등을 돌리고 말았다. 요즘 미국도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북한의 경고에는 바로 이런 신호가 내포돼 있다. "오지랖 넓게 나서지 마라"는 북의 조언은 "능력이 모자라면 그저 내 말이나 따르라우"라는 말의 다름 아니다.

일본에 대해서도 우리의 이런 무시가 오판으로 이어졌다. 외교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와 여론이 내놓은 수차례 경고를 우리가 무시했다고 지적한다. 외교적 해결을 하려면 그 때 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린 무시했고, 그 결과가 일본의 경제 보복이다. 경기가 날개없는 추락을 거듭하는 새 외교 안보 불안까지 겹치고 있다. 어쩌면 경제가 외교 안보가 불안해질 정도로 후퇴했다는 게 맞는지 모른다. 무엇이 맞든 말 그대로 총체적 난국이다. 일부 그 불안을 감지한 이들이 현 시점을 '구한말'에 비견하곤 한다. 국제변화를 알지 못해 그저 가난하고 힘없던 조선을 떠올리는 것이다. 동물국회를 보면서 사색당파 싸움에 날 새는 줄 몰랐던 조선의 그 때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애써 그 신호들을 무시하고 있고, 많은 이들이 그 정부만 바라고 보고 있다. "우리는 언제나 극복해왔다"는 말에 근거없는 용기를 얻는다. 문서로 증명되는 한반도 어느 역사에서도 현재처럼 풍요로웠던 때를 찾기 힘들다. 이번 위기의 진정한 위험이 여기에 있다. 개구리를 삶듯 이번 위기는 조금씩 아주 천천히 우리를 옥죄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는 '개구리의 죽음'이고 우리에겐 아시아태평양에서 '한미일 안보 동맹'이 '미일 동맹'으로 대체되고 국제사회 분업 가치사슬에서 우리의 고리가 빠지는 것이다.

냉전 시대 이래 우리는 일본의 우수한 원자재를 가공해 세계에 공급해왔다. 대표적인 상품이 반도체다. 국제분업 사슬의 뒤에는 '한미일 안보동맹'이 버팀목이 돼 왔다. 그런데 이 큰 판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제 규제가 그 시작이다. 선진 기술을 가진 일본이 우리를 대신해 반도체 공급국으로 도약하는 게 빠를까? 아니면 우리가 이제서 기술을 개발해 일본 수준의 원자재를 만들어 내는 게 빠를까? 이 계산도 한 번 해보지 않고 대응하면 '범 무서운줄 모르고 덤빈 하룻강아지' 꼴만 된다.

위기는 이길 수 있어도 한 번 기운 국운은 쉽게 일으키지 못하는 법이다. 현 시국은 가히 역사가 '기해양란'(己亥兩亂)이라 할 정도로 위중하다. 패망한 조선의 아들, 딸이 어찌 됐었는지 기억하는가. 중국 농장에서, 일본 공장에서 막일꾼과 하녀로 살아야 했다. 만주 중국인 농장에서 맞아 죽은 '삵'이, 신일본철주금 사태가 또 생기지 말라는 법이 어디 있는가? 그리되면 지금 우리의 '최저임금 두자릿수 인상'이, '주 52시간 근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헛된 공상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박선호 정경부장 s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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