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이 갈등의 소용돌이에서 헤어 나오질 못하고 있다. 손학규 대표의 거취 문제를 두고 이제는 바른미래당 전·현직 지역위원장들까지 싸움판에 뛰어든 모양새다.
오신환 원내대표와 권은희 최고위원, 이태규 의원을 비롯한 50여 명의 전·현직 바른미래당 지역위원장은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바른미래당 정상화를 위한 전·현직 지역위원장 비상회의'를 갖고 최근 당 상황과 관련한 의견들을 주고받았다.
이 자리에서 오 원내대표는 혁신위원회가 출범하게 된 이유와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며 손학규 체제 지도부를 강력히 성토했다. 오 원내대표는 "저를 비롯한 소위 쇄신파는 당초 혁신위 구성에 반대하면서 당대표 즉각 퇴진을 주장하다가 당내 갈등이 장기화되고 내홍이 깊어지는 것을 우려하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 대승적으로 혁신위를 수용했다"며 "자신이 주장해서 만든 혁신위원회, 자신들이 다수파인 혁신위원회에서 예상을 깨고 손 대표 본인에게 불리한 결론을 내니까 이 부분에 대해서 결정에 불복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오 원내대표는 이어 "외부압력을 운운하면서 혁신위원들을 욕보이고, 또 엉뚱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이런 무책임한 행동을 하고 있는데 정말 유감이 아닐 수 없다"며 "당대표가 당헌당규를 위반하고 당 내분을 조장하고 분란을 일으키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내년 총선을 준비한다는 것이, 우리가 총선승리를 기약하는 것이 과연 가당키나 한 일인지 참으로 안타깝고 한심스러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비상회의 후 퇴진파 지역위원장들은 '바른미래당의 정상화를 촉구한다'며 결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손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당은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정체와 답보, 갈등과 혼란의 연속이었다"며 "최근 벌어지고 있는 혼란의 최종책임자는 당 운영의 최고 책임자인 손 대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당내 손 대표 사조직 멤버 시정조치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 선임 및 사퇴에 대한 손 대표의 입장 표명 △혁신위 안건 거부의 해당행위 시인 △추석 전까지 10% 지지율 미만 사퇴 △4·3 보궐선거 여론조사 및 바른미래연구원 부원장 유착의혹 규명 및 책임 △권성주 혁신위원 단식 기간 중 바비큐 파티 진상 규명 및 사과 △권 혁신위원 단식농성 당시 '짜장면' 발언 당원 엄중 문책 △손 대표 자진 사퇴 등을 요구했다.
반면 당권파 측 지역위원장들은 유승민 전 대표의 진상규명 및 혁신위원 제명을 요구하며 맞불을 놨다. 당권파 측 지역위원장들 일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주 혁신위원장이 지목한 검은 세력의 지원을 받는 젊은 혁신위원들의 행태는 추악한 당권싸움의 민낯을 보여준 막장 드라마의 결정판"이라며 "당권 싸움도 명분과 당의 목적, 선당후사에 부합되는 민주적이고 정당한 싸움이 돼야지, 정치적 상식과 금도를 넘어서서 오로지 당권 탈취에 눈이 어두워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고 일갈했다. 이어 △유 전 대표는 공식 진상 규명에 응할 것 △이혜훈 의원 공식 답변 △혁신위원들의 경력 규명 △주 전 혁신위원장의 진실 촉구 등을 촉구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2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정상화를 위한 전현직 지역위원장 비상회의'에서 오신환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