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서 칼럼] 아베는 칼을 어설프게 뽑았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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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 칼럼] 아베는 칼을 어설프게 뽑았다
박영서 논설위원
1년 정도 이어지고 있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우리가 알게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무역전쟁에는 '승자가 없다'는 것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정권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가 지난 4일부터 시작됐다. 마치 일본군 연합함대의 '진주만 공습' 때처럼 전격적이다.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3개 품목이 대상이다. 최근 참의원 선거에서 '절반의 승리'를 거둔 아베는 여세를 몰아 추가적 조치에 들어갈 조짐이다. 8월 광복절 전후 수출 관리 우대국인 '화이트국가'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할 것으로 보인다. 경제대국 위상에 걸맞지 않는 이번 조치는 '어리석은 계책'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분명히 일본의 국익도 훼손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일 교역은 851억달러에 달했다. 일본에서 한국으로의 수출은 546억달러, 수입은 305억달러였다. 일본에게 한국은 241억달러의 무역흑자를 내주는 '고마운' 나라다. 더구나 이 흑자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54년간 계속 이어지고 있다. 보다 시대를 거슬러 올라가면 한일 간에 현대적 무역관계가 시작된 1876년 강화도 조약 이후 지속되고있는 '흑자 행진'이다.

그런 한국에 '주먹질'을 해대면 상기 3개 품목의 수출기업 뿐 아니라 다른 일본 기업에도 악영향이 미친다. 이미 한국에선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됐고, 이는 일본여행 보이콧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은 753만8952명으로 전체의 24.1%를 차지했다. 이는 중국인(26.8%) 다음으로 많은 규모다. 한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 일본의 관광산업, 특히 지방경제를 직격한다. 또한 무역전쟁은 한국 산업계를 중장기적으로 볼 때 이롭게 한다. 그동안 편하게 일본에서 소재·장비를 수입했던 한국 기업들이 변하고 있다. 첨단소재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수입선을 다변화하여 탈(脫)일본화에 나설 태세다.

일본이 수출규제에 나선 것은 강제징용에 대한 한국 대법원의 배상 판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제재가 강제징용 문제의 해결로 이어지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오히려 한국인의 반일감정에 불을 지피고 있다. 빨리 식기도 하지만 한 번 불이 붙으면 강한 에너지를 내뿜는 게 한국인이다. 내년 4월 총선이 있는 만큼 앞으로 한국에서 '극일(克日) 열풍'은 달아오를 것이다.

강자가 항상 약자를 이기는 것은 아니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는 경우도 있다. 미중 무역협상, 미북 핵협상을 보면 당연히 초강대국 미국이 이겨야한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는다. 약자라도 거국적·총력적으로 나가면 어느새 약자가 강자를 능가하는 것이다. 지난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4조9709억달러로 세계 3위, 한국은 1조6194억달러로 세계 12위다. 일본의 GDP가 한국의 약 3배다. 특히 고부가 첨단산업 분야는 일본이 강자다.

하지만 한국은 만만치 않은 나라다. 한국은 위기에 강하다. 한국인은 수천년 동안 온갖 위기를 겪어오면서 대처하는 면역력을 키워왔다. 한국인의 핏속에는 위기에 대처하는 DNA가 흐르고 있다. 지금도 한국은 미국·중국·러시아·일본이라는 4대 강국에 끼어있고 북한과는 대치하는 '위기' 속에서 살고 있다. 특히 일본과 '한판 붙으면' 생각 이상의 능력을 발휘하는 나라다. 한국이 안중근의 나라, 이순신의 나라임을 아베는 간과하고 있다.

사무라이는 칼을 칼집에서 함부로 빼지 않는다. 사무라이에게 '인내'는 미덕이다. 칼의 무분별한 사용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단 칼을 뽑으면, 상대를 베든지 자신이 베어지든지 둘 중 하나다. 평생 60여 차례 진검승부에서 한 번도 패하지 않았다는 미야모토 무사시(宮本武藏)는 그래서 이렇게 말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이 최고다."

하지만 아베는 어설프게 칼을 뽑아들었다. 마음이 비뚤어지면 칼도 비뚤어지는 법이다. 아베가 벌이는 무역전쟁은 한일 양국의 국익에 반한다. 양국의 국익에 반하는 '한국 때리기'는 부메랑이 되어 아베 자신을 벨 수 있다. 일본 내에서도 이번 수출규제가 일본 발등을 찍는 행위라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아베의 한국 제재는 상책이 아닌 하책에 불과하다.

박영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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