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위원장 임기 1년 남기고 사의
과기정통부와의 역무 논란 키운
합산규제 등 공개적 언급 주목
"두 부처로 나뉜 업무 일원화해야"
이효성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전격 사의를 표하면서 차기 방통위가 짊어지고 가야 할 과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위원장은 22일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4기 방통위 2년간의 성과와 과제' 브리핑을 열고 공개적으로 사의를 밝혔다. 이 위원장은 청와대가 새로운 방통위원장 후보를 지명해 청문회를 마칠 때까지 자리를 유지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지난 2017년 8월 제4기 방통위원장에 취임했으며 임기는 내년 8월까지다.
이 위원장은 이날 사퇴의사를 밝히는 자리에서 "방송 통신정책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모든 방송과 통신 규제 업무를 방통위가 관장하는 것이 맞다"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이로써 그간 논란이 됐던 방통위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간 방송-통신 규제 역무를 둘러싼 갈등도 더 확산될 전망이다.
이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2기를 맞아 국정 쇄신을 위해 대폭 개편을 앞두고 있는 만큼, 1기 정부 일원으로서 문 정부의 성공과 원활한 팀워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대통령께 사의를 표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문재인 정부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없이 출범하면서 방송통신 정책의 컨트롤 타워가 일원화되지 않았고 오늘날 OTT의 사례에서 보듯 방송 통신 융합 고도화로 (업무 분장을)구분하기가 어렵다"며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 업무가 두 부처로 나뉘며 퇴행된 것이 하루빨리 시정돼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최근 유료방송 합산규제 문제를 언급하며 "(규제의) 일관성, 종합성, 효율성을 상실하고 표류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앞서 지난 1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정보방송통신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 2소위)에서는 합산규제 안건에 대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한 달 후에 재논의키로 한 바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유료방송 사후규제와 관련해 주무부처인 과기정통부와 방통위 간 의견이 상충하면서 논란을 빚었다.
두 부처는 유료방송 요금 승인제, 유료방송 다양성 평가 등의 관할권을 어디로 할지를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이날 이 위원장이 방송통신 규제 역무를 방통위로 일원화 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하면서, 유료방송 규제권한을 둘러싼 두 부처간 갈등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방통위는 이 위원장의 발언과 관련해 "방송 통신 조직 일원화는 방통위 상임위원들이나 위원회 전체 회의, 별도 기자간담회서도 언급됐던 이야기"라며 "(방송통신 업무 일원화를 위한) 조직 개편을 하려면 과기정통부와 충분한 협의가 있어야 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바라봐야 하는 사안"이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편, 방통위는 4기 방통위 2년 성과로 △방송분야 갑을관계 청산과 상생환경 조성 △공영방송 국민추천이사제 등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 제고 △기술, 자본력이 결합된 한국형 OTT(웨이브) 설립 지원 등을 꼽았다.
특히,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제기한 방통위 과징금 등 처분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판결이 오는 25일 예정된 만큼, 승소 할 경우 해외 사업자 역차별 문제를 해소하는 정책을 원활히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사전에 고지와 협의 없이 망 접속 경로를 변경해 이용자에게 불편을 준 것과 관련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김은지기자 kej@dt.co.kr
22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4기 방송통신위원회 2년 성과 브리핑에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이 사의를 표하고 있다. 김은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