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민관 투트랙으로 한일갈등 풀자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RC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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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8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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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민관 투트랙으로 한일갈등 풀자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RC교육원장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해 무역규제를 강화하고 압박을 시작하였다. 반도체·디스플레이 3대 핵심 소재인 에칭가스(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플리오린 폴리이미드에 대해 기존의 수출 '포괄허가 우대'를 중단하고 개별허가를 받도록 조치한 것이다. 이름도 어려운 이들 소재의 공급 중단이 한국 주요 산업의 약점임을 파악하고 내린 조치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산업도 어려워졌지만 공급하는 일본 산업에도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이는 정치적인 행정조치로 생각된다. 이 글에서는 필자가 자동차 기술과 산업 분야에서 만난 일본 사람들과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 원인과 대처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양국 간의 아픈 과거 역사는 오래되었다. 대륙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일본의 욕망 때문에 공식적인 침범만 해도 1592년 임진왜란을 시작으로 정유재란, 한일합병까지 여러 차례 계속되었다. 한국 사람들은 지금도 반일 감정이 강하다. 축구 같은 운동에서 일본과의 경기는 더없이 치열하고 무조건 이겨야 한다. 필자도 가까운 일본인 친구가 있는데 양국의 역사 때문에 '쓴 경험'을 한 적이 있다. 풍광이 아름다운 일본 닛코에 놀러갔는데 신사에 가자고 했다. 그래서 거기 있는 일본 선조들이 임진왜란 때 한국을 침략했기 때문에 그 입구에서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예상하지 못했던 필자의 반응에 그 교수가 낭패한 표정을 지었다. 나중에 얘기를 나누어 보니 학생 시절 한국 침략에 대해서 제대로 배운 적이 없고, 그 분의 아버님이 2차 세계대전 때 군인으로 만주에 주둔하였는데도 돌아가실 때까지 한마디도 그 경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은 이렇게 과거에 잘못한 일에 대해 솔직히 인정하고 사과하지 않고 집단적으로 덮어버려 일반인들은 과거에 대해 잘 모르고 많고, 오히려 도움을 주었다는 교육을 받아 한국에서 요구하는 사과에 부정적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지 않은가 생각한다.



일본이 한국에 대해 저지른 역사적 잘못에도 불구하고 6·25 전쟁 후 산업 분야에서는 꾸준한 협력 관계가 있었다. 고 이병철 회장은 새로운 사업 구상을 일본에 가서 하였는데, 80년대 초반 반도체 진입을 결심하고 발표한 소위 '도쿄 구상'이 그 예이다. 반도체 분야에 삼성이 처음에 뛰어들었을 때, NEC 등 다른 반도체 업체들이 사자 새끼를 키운다고 반대함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샤프가 삼성의 직원들 연수를 받아들여 첫 발을 뗄 수 있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지금은 한국의 현대기아차가 훨씬 세계적인 회사가 되었지만, 초기에는 미쯔비시가 현대차에 기술을 제공하여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였다. 마쓰다는 소화리에 있는 기아차에 '브리사'라는 자동차 생산 기술 등을 제공하여 도왔다. 자동차 산업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부품업체들도 일본 부품업체들과 기술제휴를 한 경우가 많아 아직까지 그 협력관계가 유지되는 기업도 상당히 많다.



소재나 부품 등의 분야는 꾸준한 연구 개발이 중요하다. 일본인의 특성이 미리 미리 준비하고 수십 년간 꾸준히 개선하는 것이어서 소재·부품에 특히 경쟁력이 강하다. 우리나라 산업이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일본 소재·부품이 겉으로는 잘 들어나지 않지만 상당한 역할을 해왔고,그 의존을 줄이고자 국내에서 주요 소재부품에 대한 국산화 시도를 많이 했지만 아직도 핵심적인 소재·부품은 일본으로부터 수입하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일본이 규제를 강화한 소재도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한국에서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대부분의 연구가 수년 내에 성공해야하기 때문에 소재·부품 같은 장기적이고 조금씩 개선되는 분야는 국내에서 개발은 가능할지 몰라도 검증을 받고 대량생산까지 연결되는 성공을 할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이렇게 특성이 뚜렷이 다른 두 나라가 경제 분야에서의 상생을 한 덕분에 지금까지 세계 경제를 끌어나가는 주요한 산업국가로 발전하였다. 우리는 새로운 분야에 과감하게 뛰어들고 변신을 잘하는 체질이고, 일본은 차근히 소재와 부품 기술을 개발함으로써 알게 모르게 상부상조를 하며 동반성장해 왔다.그런데 정치가 발목을 잡고 있다.

엔지니어들이 물건을 설계할 때에 필요한 원칙을 서남표 전 KAIST 총장이 '공리설계'라는 이론으로 정리하였다. 이 이론에 의하면 좋은 설계를 위해서는 어떤 기능을 담당하는 설계 변수들이 다른 기능에 영향을 주지 않고 독립적으로 한 기능에만 영향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자국 내에서의 정치적 입장 때문인지 한국 경제에 터무니없는 압박을 가하고 있다. 정치가 타국의 경제에 관여하고 연결되기 시작하면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하기가 너무 어렵다. 상대국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이 상하면 서로 간에 피해가 가고 경제인들이 해결하기 불가능해진다. 지금 한국의 정치인들이 할 일은 일본을 비난하고 경제전쟁으로 확산하기 전에 일본과 대화하여 정치적 명분을 찾고, 경제는 경제인들이 알아서 독립적으로 진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한·일 양국은 경제 분야에서는 서로 간에 협력하고 상생하여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엄청난 변화의 시기에 기업들이 잘 대응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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