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전문가들은 일본의 수출규제가 금리 인하를 앞당겼다고 입을 모았다. 본격적으로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기 전에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에 대한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 전망했다. 다만 현재로선 차선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는 데 공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18일 "금리 인하가 경기 부양이나 회복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현재의 금리 상태를 유지하는 것은 국내 투자나 기업·가계의 상황을 어렵게 한다. 경제 개선을 위해 금리 인하는 불가피한 조건"이라고 분석했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달 말 금리를 내릴 것이 확실시되자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다.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을 때 이자율을 내리는 것은 전통적인 방법"이라면서 "다만 효과는 기대한 만큼 크지 않겠지만 한은으로서 내놓을 수 있는 유일한 방책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행이 서둘러 금리를 인하한 배경은 일본의 수출 규제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강성진 교수는 "8월 금리인하를 전망하는 것이 다수였으나 예상보다 빨리 인하했다"며 "일본의 수출 규제라는 새로운 변수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판단하고 서두른 것"이라고 전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금리 인하 폭이 생각 이상으로 크게 인하했다"며 "일본 쇼크에 대응하게 위해 금리인하 카드를 꺼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금리 인하가 원화 약세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이견도 이어졌다. 성태윤 교수는 "원화 약세는 금리 자체보다는 우리나라 경제의 장기 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번져있는 탓이 크다"면서 "국내 자산의 위험 요인이 증가하자 투자자들이 자금을 해외로 이동하는 과정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태기 교수는 "최근 들어 원화가 약세하고 있는 상황은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로 달러 등 안전 자산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일본의 수출 제재가 장기화할 경우에 대한 우려도 이어졌다. 성태윤 교수는 "일본의 수출제재가 지금 당장 국내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다만 수출 제재 범위가 어느 정도로 확장되냐에 따라 영향의 범위도 달라진다. 만약 장기전으로 이어서 경제 보복 관계로 이어지면 우리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주현지기자 jh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