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상길 기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2013년 출시한 전세금반환보증보험의 혜택을 진짜 서민인 단독주택·다가구 주택 세입자들은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세입자에 비해 가입 절차가 까다롭고 보증료율이 높으며 실제 가입하려해도 집주인의 압박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18일 HUG에 따르면 올 들어 1월부터 6월까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가입 실적은 7만3381건, 보증금액은 14조4149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9월 출시된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상품의 가입 실적은 2016년 2만4460건(보증금 5조1716억원), 2017년 4만3918건(9조4931억원), 2018년 8만9351건(19조367억원)으로 매년 늘고 있다.
전세금 반환 보증은 전세 세입자가 보증에 가입한 상황에서 집주인으로부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 HUG가 집주인 대신 전세금을 임차인에게 지급하는 제도다. 민간 보증기관인 서울보증보험(SGI)에서도 동일한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전세금 반환 보증 가입이 늘어난 이유는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깡통전세(집값이 전세보증금 수준에 머물거나 밑도는 상황)나 역전세난(전셋값이 계약 당시보다 하락하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제대로 돌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대비하려는 세입자가 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분 등기가 돼 있지 않은 단독·다가구주택의 세입자들은 가입 실적이 저조하다. 지난 상반기까지 주택 유형별 HUG의 전세금반환보증 가입건수 비율은 아파트(71.5%), 다세대주택(빌라·13.6%), 오피스텔(6.2%), 다가구주택(4.9%), 단독주택(2.2%), 연립주택(1.5%) 순으로 나타났다. 전체 가운데 단독·다가구주택의 가입 비율은 7.1%에 그쳤다.
단독·다가구의 전세금반환보증 실적이 저조한 원인은 가입 절차가 까다롭고 보증료율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단독·다가구주택의 세입자가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려면 집주인이나 공인중개사로부터 '타 전세계약 확인내역서'를 받아 제출해야 한다.
예를 들어, A라는 사람이 입주하려는 단독·다가구 주택에 B, C가 함께 전세로 살고 있었다면 이들에 대한 정보를 A씨가 직접 파악해 제출해야 하는 것이다. 확인서에는 다른 임차인의 전세 계약 기간과 전세보증금 등을 명시하고, 임대인이나 공인중개사의 확인 서명도 기재해야 한다. 사실상 집주인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온라인상에는 이러한 까다로운 요건 때문에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을 포기했다는 단독·다가구주택 세입자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공인중개사는 "단독·다가구주택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 반환보증에 가입하기 위해 집주인 동의를 얻으려고 찾아가면 100명 중 99명은 꺼린다"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도 얼마 되지 않는데 왜 나를 믿지 못하느냐고 따지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단독·다가구주택은 보증료율이 0.154%로 아파트(0.128%)보다 높다. 아파트에 비해 단독·다가구의 보증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간주돼 세입자들의 보증수수료 부담이 크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단독·다가구 거주자들은 아파트에 비해 보증금은 작지만 정부의 보호가 필요한 저소득층이 많다"며 "절차상의 문제로 반환보증 가입이 어려워 자신의 전 재산인 전세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없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박상길기자 sweatsk@dt.co.kr
저소득층이 많은 단독주택·다가구 주택 세입자들은 전세금반환보증 가입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