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중국인이 만드는 교토 `유령맨션`

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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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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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중국인이 만드는 교토 `유령맨션`
김인권 라이프스타일 칼럼니스트
일본의 현재 수도는 도쿄(東京)이지만 1868년 메이지 유신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관서 지역의 중심지인 교토(京都)가 수백 년 동안 수도의 명맥을 유지해왔던 오래된 고도(古都)다. 아직도 경제, 문화의 중심지이자 국제적으로 유명한 관광지인 이 교토에서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벌어져 몸살을 앓고 있는데 다름아닌 시내 중심가 맨션들의 별장화가 그것이다.

일본에서 흔히 별장지역이라고 하면 예를 들어 여름에도 25도 이상 기온이 올라가지 않는 고원지역인 '가루이자와'라든가 후지산을 끼고 있는 관동지역 최대 온천지인 '하코네' 등 일반적으로 휴양지 콘셉트의 장소에 부유층들이 주택을 구입해 이따금 와서 쉬었다 가는 곳이 대부분이다. 교토처럼 오래된 사찰이나 유적지 등을 배경으로 형성된 국제적 관광지에 별장개념의 비주거 맨션에 투자하는 부유층이 늘어나고 있는 현상은 매우 기이한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물론 맨션 아파트들의 거래가 늘어나면 가격도 높게 형성돼 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교토내 맨션 거래 쇄도는 긍정적인 효과보다는 실제적으로 거주하고 싶은 수요자들이 가격 인상 때문에 주거가 불가능하게 되는 악영향이 커지게 돼 지역 주민사회에서는 심각한 고민을 안게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이 야기된 배경을 살펴보니 중국 부유층들의 맨션 사재기가 그 원인이었는데, 교통 접근이 좋은 교토 중심부의 맨션을 별장용이나 투자용으로 구입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아무도 거주하지 않는 별장으로 구입하는 것이 전체의 30%가 넘어 밤이 되면 불도 켜지지 않는 유령맨션들이 늘어남에 따라 도심 미관상으로도 매우 좋지 않은 결과를 낳고 있다고 한다.

[김인권의 트렌드 인사이트] 중국인이 만드는 교토 `유령맨션`


약 5년전부터 시작된 교토 맨션의 구입자 대부분은 알리바바 등 중국 내 대기업 간부들로서 출장 차 교토에 몇 번 왔다가 마음에 들어서 매입을 했다고 하는데, 이들의 근거지인 상하이나 홍콩의 맨션 가격과 비교하면 교토의 맨션 가격이 아직 3분의1도 안돼 저렴하게 느끼고 있고, 게다가 세계적인 관광지로서 역사 깊은 건축물, 사찰, 불당 등이 잘 보존되어 있어 중국 부유층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중국에서는 개인의 토지 소유가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해외에서 집을 갖는 것은 자국에서는 맛볼 수 없는 또 다른 기쁨이 있으며, 2020년 도쿄 올림픽과 2025년 오사카 만국 박람회가 예정돼 있어서 별장수요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작년 말에서야 교토의 사회적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 위원회에서 별장으로서의 맨션 구입을 억제하기 위해 별장 소유세, 고정 자산세 등 새로운 세금의 도입을 검토했으나, 외국인들에 대해 강한 행정조치도 부담이 되고 과세 대상의 파악에 방대한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좀처럼 진전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설상가상으로 중국인들의 '교토 사랑'은 맨션에 그치지 않고 수백 년 된 고택들의 무차별적 매수도 진행되고 있는데 골목에 늘어선 고택들을 통째로 매입해 재개발 후 중국인 전용 관광지로 만들거나, 마을 주택 여러 채들을 구입 후 중국 여행자들의 숙박을 위한 비즈니스 호텔로 리모델링 하는 등 마구잡이로 개발을 강행하고 있다.

1980년대 세계 최고의 현금 부자였던 일본인들의 글로벌 부동산 폭발적 매입 현상이 문득 떠오른다. 역시 역사는 돌고 돈다는 게 진리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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