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인사이트] 유럽은 인종차별 덜하다?](http://contents.dt.co.kr/images/201907/2019071802102269607001[1].jpg "[유로 인사이트] 유럽은 인종차별 덜하다?")
조은애 통신원의 유로 인사이트
유럽을 비롯한 서구권에서 산다고 말할 때 가장 먼저 돌아오는 질문은 "인종 차별이 없느냐"는 것이다. 유엔이 지정한 '인종차별 심각 국가'인 한국에 살면서 정작 본인이 해외에서 겪을 수도 있는 인종차별을 걱정하는 모습은 역설이지만, 질문에 답하자면 인종 차별이 있다. 미국이나 캐나다와 같이 다민족 국가로 이뤄진 곳에서도 종종 인종 차별을 겪었다는 소식을 들을 수 있는데 유럽은 더 심각하다. 필자가 살고 있는 아일랜드는 그나마 타 유럽국가보다는 인종 차별이 덜하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아니다. 낮은 법인세를 노리고 들어온 외국 기업이 증가하고 그 덕분에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사람들이 살고 있어서 경험적으로는 적다고 느낄 수 있지만 객관적 수치를 봤을 때는 그렇지 않다.
16일 아일랜드 통계청(CSO)의 올해 1분기 평등 및 차별 조사에 따르면 최근 2년 동안 차별을 겪은 적이 있는 집단으로 비백인 인종이 33.1%를 차지해 성소수자(33.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아시안, 히스패닉, 흑인 등 비백인 10명 중 3명은 본인의 인종 때문에 차별을 받은 적이 있는 것이다.
실제 지난 2월 음식 배달업체 딜리버루에서 라이더로 일하는 브라질리언 네토는 업무 중 강도를 만나 야구 배트로 구타를 당한 뒤 휴대전화와 850유로(약 112만원)를 갈취 당했다. 단순한 강도 사건이 아닌 이유는 딜리버루의 라이더 대부분이 브라질리언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배달을 하는 특성 때문에 범죄에 쉽게 노출돼 있어 런던 등에서는 라이더의 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한국인이라고 결코 예외는 아니다. 아일랜드의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일하는 임모(23)씨와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는 "한번은 10대 청소년이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내 등에 콜라를 부었다"며 격앙된 감정을 감추지 못했다. 필자가 더블린에 도착한 지 얼마 안 됐을 때다. 시내를 걷던 중 담배 구걸을 하던 10대 청소년으로부터 난데없이 '칭챙총' 소리를 듣기도 했다. '칭챙총'은 아시안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인종 차별 발언이다.
아일랜드도 인종 차별을 비롯한 각종 혐오 발언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유럽연합(EU) 기본권위원회(FRA)가 2017년 12월 EU 내 소수자 및 차별에 관한 조사를 벌인 결과 아일랜드에 거주하는 사하라 사막 이남 출신 아프리카인 중 본인의 인종이나 출신 지역 때문에 6회 이상 물리적인 폭행을 당한 적이 있다는 답변을 한 비중은 21%에 달했다. 이는 전체 EU 평균인 9%보다 2배 이상 높다. 이에 아일랜드 내 혐오 범죄를 막을 법안 제정이 심각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피파 울나우 아일랜드 이민협의회 대변인은 아이리쉬 이그재미너와의 인터뷰에서 "통계청 조사는 빠른 시일 내에 인종 차별에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한다"며 "아일랜드는 증오 범죄를 막을 효과적인 법안이 없어 많은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오랫동안 법안의 필요성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국제적으로 정치인들의 서슴없는 인종 차별 발언이 논란이다. 미국 민주당 유색 여성 하원의원을 향해 "원래 나라로 돌아가라"고 발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영국에서는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자인 보리스 존슨 전 외무장관이 이슬람교를 비하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도마에 올랐다. 영국의 새 총리로 유력한 존슨 전 장관은 2006년 저서 '로마의 꿈'에서 "이슬람교가 무슬림 국가의 발전을 한 세기 뒤쳐지게 했다"고 적었고 지난해에는 부르카를 입은 무슬림 여성을 두고 '우체통' 혹은 '은행 강도'라고 묘사한 것으로 비난을 받았다.
차별에 있어서 한국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지난 2007년 17대 국회에서부터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1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 와중에 성별 대결은 범죄까지 미화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으로 변했다. '난민'에 대한 논란도 여전하다. 차별받고 싶지 않다면 차별하지 말아야 한다. 그게 세상의 이치다.
더블린(아일랜드)=조은애 통신원 echoscv@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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