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회담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정치권도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7일 당내 일본경제보복조치대응특별위원회를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회로 명칭을 바꾸고 대응 수위를 높여가기로 한 것과 달리 자유한국당은 일본 정부와 각을 세우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등 온도 차를 드러냈다.
민주당은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 따라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대책특위 명칭을 경제보복에서 경제침략으로 바꾼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위 간사를 맡고 있는 오기형 민주당 의원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제보복이라는 용어 대신 경제침략대책특위로 명칭을 변경했다"면서 "일본의 경제 도발이 심각하다는 상황 인식 하에 초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차원에서 명칭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특히 민주당은 한국당이 제안한 대일 특사 파견에는 반대하고 있다. 오 의원은 "이번 사안은 한국과 일본 양국 간에 외교, 안보, 군사, 경제, 역사, 산업 등 각 분야가 다양한 측면에서 연루돼 있다"면서 "사안의 크기와 엄중함에 비춰 지금 시점에서 한 번의 특사 파견으로 일거에 해결될 상황이 아니다. 지금 시점에서 특사 파견은 적절치 않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특위는 오는 25일 외신 기자 간담회를 열고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를 국제사회에도 알려 공조를 이끌어낼 생각이다. 민주당은 또 추가경정예산안으로 일본 보복조치로 피해를 입는 기업을 위한 지원책을 마련할 생각이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추경으로 일본의 부당한 조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야당의 전향적인 협조를 촉구한다"면서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 회담에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추경 처리에 긍정적이고 전향적인 결단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한국당은 여전히 강경 대응보다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한국당은 이날 정책의원총회를 열고 주일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과 정인교 국제통상학과 인하대 교수 등 외교 전문가와 대응전략을 논의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일본의 통상 보복에 진지하고 치밀하게 외교적으로 접근하기보다 반일 감정에만 편승하려 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강경 대응하는 건 자제해달라 요청했으나 문재인 정부는 국익보다 정권의 이익만 고려한다. 기승전 '총선' 밖에 없는 대응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나 원내대표는 "반일감정 부추기기로는 어떤 해법도 이뤄낼 수 없다"면서 "이 사건의 본질은 사법적 판결과 외교적 해결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