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일본 정부의 대한(對韓) 소재 수출 규제에 대응해 핵심 소재의 국산화를 비롯한 대체 조달 방안을 집중 모색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줄을 잇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식적인 대응을 자제하고 있지만, 당장 대체소재를 투입하는 것은 반도체 공정의 특성 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일본을 비롯해 주요 외신들이 한국의 반도체 소재 수급 문제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일본 정부의 압박 역시 심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하이증권보 인터넷판은 지난 16일 산둥성에 있는 화학사인 빈화그룹이 한국의 일부 반도체 회사로부터 전자제품 제조급 불화수소(에칭가스) 주문을 받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빈화그룹 측과 계약을 맺은 한국 반도체 회사가 어느 곳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불화수소는 일본 정부가 지난 4일부터 수출 규제에 들어간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중 하나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올해 1∼5월 에칭가스 수입은 중국산이 46.3%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일본산이 43.9%로 비슷한 수준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삼성전자가 일본 업체가 아닌 제3의 기업에서 제조한 에칭가스의 품질 성능시험에 착수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삼성전자가 확보한 제3의 불화수소 공급업체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국·대만이나 한국 업체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러나 SK하이닉스 역시 일본산이 아닌 불화수소 사용 시험을 검토하고 있다는 현지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러시아 측이 외교라인으로 최근 한국에 반도체 제조용 고순도 불화수소 공급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소식도 나온 적이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여러 추측성 보도에 일체 대응하지 않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제품이 라인을 거쳐 완성단계까지 가는데 2~3개월은 걸린다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일본의 제재가 있기 전부터 준비하지 않은 한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테스트 이후 품질 조정과 추가 테스트 등의 일정 등을 고려하면 대체소재 투입까지 실질적으로 소요되는 시간은 거의 1년 가까이 걸릴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현실적으로 당장 대안을 찾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국산화나 대체수입 경로를 모색하면서 동시에 현재 거래처에서의 우회 수입 경로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꼽힌다.
실제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7일부터 12일까지 도쿄(東京)에 머물면서 대응 방안을 모색했으며,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총괄 담당 사장도 일본의 원자재 협력업체들을 방문하기 위해 지난 16일 출국했다.
업계에서는 다만 지난 4일 이후 일본과 중국을 비롯해 주요 외신들이 한국의 반도체 소재 수급 대안 마련 여부에 큰 관심을 보이는 만큼, 일본 정부가 이에 부담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우리가 일본 의존도를 낮추면 아베 정부가 현지 업체들로부터 비판을 받을 것이고, '반도체 공급대란'이 일어나도 그 원흉이 일본 정부로 지목될 수 있다"며 "양국 정부가 이성적으로 통상 문제를 원만하게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