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세 칼럼] 한국경제 위기로 모는 3대 리스크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前 금융감독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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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5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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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세 칼럼] 한국경제 위기로 모는 3대 리스크
권혁세 단국대 경영대학원 초빙교수·前 금융감독원장
지난 6월 30일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무역전쟁을 잠시 멈추고 다시 협상에 나서기로 함에 따라 세계 경제는 미·중간 충돌로 인한 최악의 상황은 일단 모면하게 됐다. 하지만 양국 협상단이 다시 테이블에 앉더라도 두 나라 지도자의 정치적 명운이 걸린 패권전쟁 성격의 무역협상을 순조롭게 타결 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이 있는 내년까지 협상이 장기전으로 돌입할 가능성이 있고 그때까지는 양국간의 기싸움으로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이 수시로 출렁일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1년 이상 진행된 미·중간 무역전쟁으로도 세계경제는 올해 큰 폭의 성장둔화를 기록할 전망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 세계무역 성장 전망치를 3.7%에서 2.6%로 하향 조정했고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WB)역시 세계경제 성장전망을 각각 3.5%에서 3.3%, 2.9%에서 2.6%로 하향조정한 바 있다.

앞으로 미·중간 무역협상이 장기화될 경우 세계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더 심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발 보호무역전쟁은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으로서는 최대의 리스크 요인이다. 한국의 주력 수출품인 철강, 자동차, 반도체, 화학, 기계 등이 보호무역전쟁의 주요 타킷이 되었거나 앞으로 될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적한 것처럼 미·중 무역 비중이 40%에 육박하고 대중 수출 중간재 비중이 80%에 달하는 한국은 미·중 무역협상이 어떤 형태로 타결되더라도 최대의 피해국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번 화훼이를 둘러싼 미·중간 대결에서 보듯이 한국은 자칫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신세가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한 일본 정부의 반도체 관련 소재에 대한 한국 수출 규제도 우려스럽다. 반도체는 지난해 한국 수출의 22%를 차지할 만큼 주력 수출 상품이다. 금년 들어 가격 하락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또 한 번 악재를 만나게 되었다.

미·중 무역 전쟁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 트럼프 대통령의 다음 타킷은 대미 무역흑자가 큰 일본, 독일, 한국 등으로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무역전쟁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 무역전쟁 못지 않게 한국 경제에 대한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부채발(發)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을 꼽을 수 있다. 부채발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은 '이코노미스트지'나 '월스트리트저널' 같은 유수의 경제 매체뿐 아니라 '닥터둠'으로 유명한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헷지펀드 대가로서 최근 'Big Debt Crisis'를 발간한 레이달리오와 같은 저명한 경제 전문가들이 꾸준히 가능성을 경고해왔다.

사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적으로 부채 규모가 40% 이상 증가했고,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 부채는 3배 이상 증가했다. 특히 저금리와 금융 완화에 힘입어 전세계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회사채나 비은행권의 그림자 금융이 대폭 증가했는바, 무역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되거나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로 전이될 가능성은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것이다.

다행히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금리인상을 중단하고 향후 금리인하 가능성까지 시사함으로써 글로벌 금융위기 가능성은 당분간 수면 아래로 잠복하였으나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다시 추진되면 언제든지 발생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지금부터라도 범국가 차원에서 가계·기업·국가 부채관리에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무역 전쟁과 글로벌 금융위기가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대외 리스크라면 각종 규제와 정책으로 한국의 투자 환경이 악화되고 기업가 정신이 위축되는 것은 내부 리스크다. 빅데이터, AI, 핀테크, Mobility, 인터넷은행 등 혁신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와 기득권층의 저항,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직된 주 52시간제 운용, 경쟁국보다 높은 법인세율과 상속세율 등이 한국 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대표적인 내부 리스크 요인이다.

금년들어 수출·생산·투자·소비·성장 등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기업의 일자리 감소와 자영업의 도산이 늘고 있는 것은 외부적 요인도 있지만 내부적 요인에 기인한 점이 크다. 최근 원화 가치가 약세를 보이고 국내투자보다 해외투자가 늘고 있는 것은 한국 경제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반증이다. 무역전쟁과 같은 대외 리스크는 통제할 수 없는 측면이 있더라도 국내적 요인으로 한국 경제의 체력이 계속 고갈되는 것을 방치할 경우 자칫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 시 한국이 쓰나미에 휩쓸릴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기업하기 좋은 나라, 투자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박차를 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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