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법 시행 1년 5개월
임종기 환자 치료 중단 요청 가능
변화된 임종문화 인식 뿌리내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29% 달해
임종기 환자 치료 중단 요청 가능
변화된 임종문화 인식 뿌리내려
연명의료계획서 작성 29% 달해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되면서 우리나라의 임종문화도 큰 변화를 맞고 있다.
1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일명 '존엄사법'으로 불리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1년 5개월 만에 5만4000명의 환자가 존엄사를 선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명의료는 치료 효과 없이 임종 과정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말하며, 연명의료결정은 임종기를 맞아 연명의료를 시행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2018년 2월4일 연명의료결정제도가 도입되면서 원치않는 연명의료를 거부할 수 있게 됐다.
연명의료 유보나 중단을 결정한 환자는 6월 말 현재 5만3900명에 달한다. 남성이 3만2460명, 여성이 2만1440명으로 집계됐다. 암, 호흡기질환, 심장질환, 뇌 질환 등을 앓다가 존엄사를 결정한 사람들이다.
연명의료 '유보'는 처음부터 연명의료를 시행하지 않는 것을, '중단'은 시행하던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이다.
회생 가능성이 없는 임종기 환자는 4가지 방식으로 연명의료를 중단·유보할 수 있다.
나중에 아파서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됐을 때,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뜻을 미리 밝혀두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건강할 때 미리 써놓거나 말기·임종기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면 된다. 또한 가족 2명 이상이 '평소 환자가 연명의료를 원하지 않았다'고 일치된 진술을 하거나 환자의 뜻을 모를 때는 가족 전원이 동의하면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세 이상이면 건강한 사람도 지정 등록기관을 통해 충분한 설명을 듣고 작성·등록할 수 있다. 지금까지 25만6025명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 여성이 17만9056명(70%)으로 남성 7만6969명(30%)보다 많았다.
현재까지는 환자의 직접적 뜻 보다는 가족의 합의와 결정으로 연명의료를 유보,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연명의료 중단·유보 환자의 67.1%가 이 경우에 해당했다. 1만8775명(34.8%)이 환자 가족 전원의 합의로 연명의료를 중단했다. 환자 가족 2명 이상의 일치된 진술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는 1만7387명(32.3%)으로 집계됐다.
연명의료계획서를 직접 작성해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1만7196명(31.9%)에 그쳤다. 특히 사전연명의료의향서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환자는 542명(1.0%)에 불과했다.
아직까지는 환자가 직접 연명의료계획서 등을 쓰지 못한 채 임종을 맞게 된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다만 환자 본인이 직접 연명의료결정 서식에 서명한 비율은 증가하고 있다.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전과 비교하면 29배 증가했다는 게 서울대병원의 분석이다.
허대석 서울대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교수팀이 2018년 2월 5일부터 2019년 2월 5일까지 연명의료결정 서식을 작성한 뒤 사망한 19세 이상의 성인환자 809명을 조사한 결과, 환자 스스로 연명의료결정 서식에 서명한 비율은 29%(231명)로, 이전 1%에 비해 매우 높은 수치였다. 이는 2018년 2월부터 시행된 연명의료결정법에 따른 결과로 추정된다는 게 허 교수팀의 해석이다.
허 교수는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이후 환자 본인이 직접 서명하는 비율이 급증했는데 이는 고무적인 현상이다"며 "다만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은 가족과 본인의 결정이 다른 경향을 보이는 점, 중환자실 이용률 감소에 영향을 주지 못하는 점 등 아직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며 제도를 다듬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3월 연명의료로 보는 시술의 범위가 확대돼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는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뿐만 아니라 체외생명유지술,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등도 중단할 수 있다. 이같은 내용을 담은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개정안'이 지난 3월 28일부터 시행됐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