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상한제 도입 검토 이후 첫 분양단지 2곳 미분양
현장 "상담창구서 분양가 상한제 관련 질문 늘어"
[디지털타임스 이상현 기자]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하면서 분양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주변시세의 절반 수준으로 분양가를 낮춘 '반값 아파트'에 대한 기대감으로 실수요자들이 대기 수요로 돌아선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12일 2순위 청약접수까지 마친 미분양관리지역 두 개 단지가 모두 순위 내 마감에 실패했다.
이들 단지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이후 처음으로 청약접수를 진행한 곳이다. 공교롭게도 두 지역 모두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지정한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이미 미분양 물량이 쌓여있는데다 분양가 상한제 이슈까지 겹치면서 완판 실패라는 직격탄을 맞았다.
김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분양가 상한제와 관련해 실효성 있는 시행령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구체적인 실행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미정인 상태다.
먼저 롯데건설이 경기도 이천시에 분양한 이천 롯데캐슬 페라즈 스카이는 3개 타입 287가구를 분양해 341건 접수, 평균 1.19대 1에 그쳤다. 전용면적 84㎡B타입의 경우 2순위 기타지역까지 청약접수를 진행했지만 14가구가 미달됐다.
1순위 기타지역까지 순위내 마감을 하지 못한 전용 84㎡A타입 역시 2순위 접수를 마치고서야 마감할 수 있었다.
강원도 춘천시에서 분양을 진행한 라인건설의 경우 상황이 더 심각하다.
903가구 규모의 대단지를 공급한 라인건설의 춘천 우두지구 이지더원은 2순위 접수에도 281건 접수에 그쳤다.
3개 주택형 중 67㎡A타입이 2순위, 67㎡B타입이 1순위에 마감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가장 많은 세대수를 공급하는 84㎡타입은 803가구 모집에 126건에 그쳤다.
이천시와 춘천시는 모두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정한 미분양관리지역이다. 지난달 발표된 제 34차 미분양관리지역을 보면 이천시는 올해 3월부터, 춘천시는 올해 4월부터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선정됐다. 5월 기준 이천시와 춘천시의 미분양주택은 각각 365세대, 561세대다.
춘천의 경우 올해 초만 하더라도 대우건설의 센트럴파크 푸르지오가 1311명 모집에 7709명을 모으는 등 분양이 나쁘지 않았던 상황이었지만,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지정된 이후 시장 상황이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여기에 분양가 상한제 이슈까지 겹친 셈이다.
현장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이슈가 직접적인 청약경쟁률에 영향을 끼치지는 않은 것으로 보고 있지만, 관련 문의는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청약일정을 진행중인 한 사업지를 담당하고 있는 한 홍보대행사 관계자는 "현장 상담사들에게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 물어보는 소비자들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당장 구체적인 도입 시기나 방법이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겠지만 앞으로 새 아파트 분양가가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소식에 소비자들도 기대를 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직방 관계자는 "민간택지의 분양가상한제 도입에 대해서는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에 높아진 분양가가 매매가격을 자극한다는 의견을 가진 쪽에서는 분양가상한제 확대가 매매가격 안정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며 "분양가상한제를 반대하는 쪽에서는 가격 왜곡으로 인해 오히려 분양이후 가격이 급등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매매시장 안정을 해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현기자 ishsy@dt.co.kr
정부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이후 처음으로 분양사업을 진행한 미분양관리지역 두 곳의 단지가 모두 미분양을 맞았다. 사진은 롯데건설의 이천 롯데캐슬 페라즈 스카이 견본주택. <롯데건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