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표준화 선점은 5G 패권경쟁의 최대 무기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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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4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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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표준화 선점은 5G 패권경쟁의 최대 무기다
이경호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
5G 이동통신 기술이 실용화돼 판매가 시작됐다. 많은 기대를 안고 출범한 5G 기술이 어떤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얼마나 편리해질 것인지 모두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5G 기술이 우리 삶에 어떤 변화를 줄 것인지 이해하기 위해선 그 특징과 의미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5G 기술의 핵심 속성은 초고속성, 초저지연성, 초연결성이다. 한마디로 기존 4G 통신보다 10배 빠르고 응답속도 지연이 1/10로 줄어들고 연결할 수 있는 대상이 10배 늘어난다. 자동차로 비유한다면 10배 빠른 속도인 시속 1000 Km 로 이동 가능하며, 1/10의 제동거리를 가진 브레이크 시스템이 장착되며, 도로에 10배 많은 자동차가 있어도 교통사고 없이 운행이 가능한 것이다. 아마도 5G 통신 환경은 자동차로 비유된 사례보다 훨씬 다양한 측면에서 거대한 변화를 속도감 있게 이끌어 갈 것이 자명하다.

과거 '무어의 법칙'에 따라서 발전한 컴퓨팅 능력의 성장세는 결국 클라우드 컴퓨팅으로 이어져 이제는 누구라도 거대 컴퓨팅 능력을 활용하여 사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기존의 산업에서 풀어내기 어려웠던 난제를 해결하고 성능을 향상시켜 효율을 증대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가 가능해진 질적 변화의 인프라를 새롭게 제공해 주었다. 이제 인류는 압도적인 컴퓨팅의 힘으로 상상력에 제한받지 않고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니게 되었고 이를 경험한 세대는 그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로 체화되었다. 클라우드로 귀결된 컴퓨팅 파워의 획기적 향상에 이은 5G 통신 역량의 극적인 성장과 기존 통신서비스의 한계점 극복은 다가올 기술 중심의 변화된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이 과정에서 5G 통신에 대한 표준화가 진행 중이다. 물론 표준은 표방되어지는 것이고 이를 따르고 활용하는 것은 개별 기업과 국가의 선택이다. 하지만 통신 영역에서의 표준화는 초기 판도에서 그 결과를 비추어 볼 수 있다. 표준은 단순히 주파수와 통신서비스의 세부 기준에 대한 합의 뿐만이 아니라 이를 활용한 서비스 산업의 현황, 통신산업을 규제하는 각 국가의 정책 및 기술의 개발과 그 한계 등과 항상 연계되어 있다.

즉 표준은 관련 산업의 시장 규모, 서비스의 성장세 및 산업 내 경쟁구도를 반영하게 되고, 각국 정부의 규제를 받는 통신자원에 대한 정책적 변화와 국제 협력의 현황을 참조하게 되며, 해당 기술의 준비도와 그 기술이 가지는 영향력과 가치를 반영하게 된다. 이러한 결과물이 우리가 체험하는 각종 통신서비스에 반영되어 스마트폰 한개만 가지고 전세계 어디를 가서도 편하고 자유롭게 본국의 가족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준다.

이러한 통신과 IT 기술에 대한 표준화를 진행할 때 전략이 필요하다. 즉, 표준에도 전략이 있다. 일반적으로 '표준화 전략'이라고 칭하기도 한다. 이러한 전략은 선행 표준화 전략과 후행 표준화 전략으로 나눌 수 있다. 주파수에 대한 표준화는 선행 표준화에 해당한다. 미리 주파수를 어떻게 나누어 사용할 것인지 정하지 못한다면 서비스 자체를 시작할 수 없다. 따라서 선행적으로 표준화를 진행해야 하며 이는 서비스 제공의 전제 조건이 된다. 따라서 미리 전략적으로 표준화에 참여해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는 것이 중요하다. 클라우드에 대한 표준화는 후행 표준화에 해당한다.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주요 대형 사업자를 중심으로 자생적으로 기술이 발전해 온 생태계를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각종 클라우드 서비스 간에 상호 호환성과 상호 운용성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표준화를 후행적으로 진행해 기존 서비스의 연결에 촛점을 맞추고 있다.

현재 5G의 통신 인프라 측면에서의 표준은 선행 표준화 전략이 유효할 것이다. 이러한 선행 표준화의 주도권은 일반적으로 관련 기술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그 근거로써 관련된 통신 특허를 가장 많이 보유한 기업이 가지게 된다. 또한 이러한 특허를 적용한 장비와 서비스를 고립되지 않은 시장에서 광범위한 적용을 이끌어낸 컨소시엄이 자신들이 주도한 표준으로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것이다. 이는 기술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국 패권의 전략인 것이다. 우리는 과거에 와이맥스로 칭해졌던 와이브로 특허를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보유했던 삼성전자 주도 컨소시엄이 결국 LTE 를 중심으로 형성된 컨소시엄에게 패권을 내어준 사례에서 이러한 전략적 실패를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따라서 5G에서의 선행 표준화 전략은 결국 기술을 바탕으로 시작하지만 산업과 시장을 보유한 파트너와의 국제 협력과 리더쉽에 기반해야 할 것이다.

현재 5G 시장의 1인자는 중국의 화웨이다. 이미 5G 관련 특허를 1500개가 넘게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서 노키아, 삼성전자, ZTE 를 제치고 시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세계 5G 경쟁 보고서에 따르면 화웨이의 기술력은 타 기업에 대비하여 12개월 이상 앞서 있으며 세계 통신장비 시장의 31%를 장악하고 있다. 즉, 특허를 기반으로 한 기술력과 시장에서의 우위를 이미 가지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시장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는 전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의 반응은 차가움을 넘어서 적대시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이러한 대립은 더욱 격화되고 장기화할 것이다.

우리의 역할은 어떠해야 할 것인가? 우리가 자체 보유한 기술역량만을 가지고 대응하기에 한계가 있다. 이는 이미 와이브로에서 경험한 바 있다. 세계 시장에서 구성한 컨소시엄에서 공유하는 비전과 우리만의 상황과 자원을 고려한 주도면밀한 전략없이 5G 통신시장과 이를 기반으로 한 응용시장에서의 우위는 쉽게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술 강대국에 둘러싸인 우리의 역량을 총집결할 수 있도록 민·관·학 집단지성의 결집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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