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日경제보복과 文대통령 인사실패](http://contents.dt.co.kr/images/201907/2019071502102269061001[1].jpg "[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日경제보복과 文대통령 인사실패")
세계 각국의 치열한 외교 수싸움이 한반도에서 벌어지고 있지만 우리는 외교를 대통령 선거의 전리품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취임 후 비외교관 출신의 '캠코더'(대선캠프, 코드인사,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을 주요 4대국 대사로 배치했다. 조윤제 카이스트 초빙교수(미국), 노영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중국), 이수훈 경남대 교수(일본), 우유근 전 국회사무총장(러시아)을 임명한 것. 이중 조윤제 교수는 영국대사의 경험이 있으나 다른 3명은 외교 문외한이었다. 여기에 적폐철폐와 외시 순혈주의를 끊겠다는 명목이 적용됐다. 외교를 정치의 부속품 정도로 간주하면서 외교 엘리트들은 권력핵심층과 인연이 없으면 장관은 커녕 주요국 대사조차 꿈을 꾸지 못하는 존재로 전락했다. 외교가 제대로 움직일 리가 없다.
외교뿐이 아니다. 국가 다른 요직들도 캠코더들이 장악했다. 캠코더라는 용어에는 대통령이 널리 인재를 구하지 않는다는 질책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적폐 관련된 사람들을 요직에 앉힐 수 없다는 말로 정면 돌파를 하였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조국 민정수석,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등 박근혜 정부의 국정운영에 비난의 목소리를 냈던 사람들이 요직을 차지했다. 그로부터 2년, 개혁적일지는 모르나 전문성이 떨어지는 사람들이 대통령의 주변에 다수 포진하면서 정치는 물론 경제, 산업, 국방에도 파열음이 나고 있다.
반면 국민들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시니컬해졌다. 개혁의 피로감이기도 하지만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현실에 대한 짜증이기도 하다. 오히려 소득주도성장, 주 52시간 근로제 강행, 탈 원전 정책 등으로 인해 삶은 더 고단해졌다는 불만의 목소리만 높아지고 있다. 정치권은 벌써부터 내년 총선에만 열중하고 있다. 전방의 군인들은 주적이 누구인지 헷갈려하고 외교는 외교대로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가운데 일본은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제조에 꼭 필요한 핵심 원재료 수출금지를 강행하였다.
최근 들려오는 인사소식은 조금 답답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6월 김상조 공정위원장을 청와대 정책수석으로, 김외숙 법제처장을 인사수석으로 발령냈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검찰총장 후보로 내정내 인사청문회까지 마쳤다. 조국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기용할 것이라는 소문도 무성하다. 인사는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을 기용해야 한다. 하지만 국정철학만이 인재 기용의 우선요소로 코드인사들의 돌려막기가 반복되고 있다.
얼마 전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쓴 '대통령의 협상'이라는 책을 읽다가 문 대통령의 인사에 대한 평가에 눈길이 갔다. 조 교수는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홍보수석으로 당시 민정수석이었던 문 대통령과 함께 근무하기도 했다. 조 교수는 "문 대통령은 '사람은 믿으면 믿어주는 만큼 보답한다'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고 평가한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부산의 법률사무소 '부산'을 차린 뒤 사무장을 한번도 바꾸지 않는 등 평생동안 사람에 대한 믿음을 실천해왔다. 조기숙 교수는 "전문성이나, 정치적 소신, 아이디어도 없는데 문 대통령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몇 명 보았다"며 "문 대통령은 내용보다 태도가 좋은 사람들을 좋아한다"고 적었다.
그러고보니, 문 대통령은 내용보다 태도를 좋아하고, 한번 쓴 사람은 다시 믿고 중용하고 있다. 이러한 인사 스타일은 부산의 작은 법률사무소 운영에는 적절할지 모른다. 하지만 세계 10위권 경제규모를 가진 대한민국을 이끌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특히 외교에서 전문성이 결여된 코드인사는 국가를 위태하게 만들 수 있다. 능력과 전문성, 소신 있는 인물들을 등용해도 앞으로 10년 뒤 대한민국의 미래를 장담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렇기에 대통령의 돌려막기 인사스타일에 대한 안타까움이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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