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최고가 되겠다”… 그랜저 아성 넘어선 기아차 K7

입력: 2019-07-14 08:49 김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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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기아자동차 K7의 돌풍이 심상찮다. 차량 실물도 보지 않은 채 전시장으로 달려가 계약한 수요만 1만대에 달한다. '형님' 현대자동차의 베스트셀러 그랜저 아성도 넘어설 기세다.

K7을 타고 2시간여를 달린 끝에 의문은 확신으로 바뀌었다.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모델이지만, 신차 수준으로 변화를 꾀한 외관 디자인은 물론, 더 고급스러워진 내장과 주행 성능까지 달리면 달릴수록 사전계약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해냈다.

최근 기아차가 개최한 K7 프리미어 시승행사에서 경기도 파주시 문발동에서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에 위치한 한 카페까지 왕복 170㎞를 주행했다. 시승차는 3.0ℓ휘발유 엔진을 적용했다. 최고출력 266마력, 최대토크 31.4kgf·m의 성능을 갖췄으며 R-MDPS(랙구동형 전동식 파워스티어링)를 적용해 조향 응답성 강화를 꾀했다.

시승 구간은 자유로(17.1㎞)와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40.4㎞), 경춘북로(20.5㎞) 등 주행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다양한 환경으로 구성했다. 롯데프리미엄아울렛 주차장을 빠져나와 자유로에 들어서며 일직선으로 뻗은 도로 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가속페달에 발을 얹자마자 차량은 지면과 하나가 된 듯 납작하게 붙어 미끄러져 갔다. 곡선길이 나왔지만 차로유지보조시스템(LFA)과 차로 이탈방지 보조 시스템(LKA)이 적극적으로 주행에 개입하면서 고속으로 구간을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불안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시승하는 동안 속도를 100㎞ 안팎으로 유지했지만, 소음도 크게 내지 않았다. 엔진회전수(RPM)가 가파르게 오르는 과정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중간 목적지에 도착해 예기치 않게 후방 주차 충돌방지 보조(PCA-R)를 경험했다. 이는 주차 시 후방 경고음에 더해 제동에까지 개입한다. 평소 급한 성격 탓에 주차 시 변속기 조작도 빠른 편이다. 주차 공간을 확인하고 변속기를 후진으로 놓고 가속페달을 밟자 차량이 경고음을 내며 멈춰 섰다. 급하게 차량을 조작하자 참다못한 차량이 PCA-R을 개입하며 조심스럽게 다뤄달라고 주의를 준 것이다. 조수석에 타고 있던 동승자를 머쓱하게 쳐다봤다.

현대차 신형 소나타에 최초로 적용됐던 영상 기록 장치(블랙박스)도 적용됐다. 스마트폰과 연결해 사용할 수 있으며 녹화화면 등도 전송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화질은 눈으로 보는 것처럼 뚜렷했다. 다만 해당 기능을 찾는 과정에서 애를 먹었다. 최근 편의사양 등이 차량에 대거 적용되면서 각 장치를 활용하기 전 사용설명서를 읽은 후 이용하는 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K7 프리미어는 같은 집안이지만, 최대 경쟁상대로 꼽히는 현대자동차 그랜저의 동급차다. 그랜저는 이른바 자동차 시장의 '엄친아'로, 누구도 비교 대상이 되고 싶지 않은 차종이다. 현재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그랜저는 '준대형 교과서'이자 '절대 강자'로 꼽힌다. 작년까지 2년 연속 같은 체급을 넘어 국내서 가장 많이 팔린 차에 올랐다. 올해 들어서는 신형 쏘나타 공세에 밀려 월간 기준 최다 판매 차종에서는 몇 차례 밀렸지만, 누적 기준으로 따지면 아직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K7의 '성패' 여부는 그랜저 수요를 얼마나 뺏어올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기아차도 작심했다. K7 프리미어가 주는 존재감은 외관에서부터 압도적이다. 전장만 무려 4995㎜로 5m에 육박한다. 2세대 K7의 전장도 4970㎜로, 그랜저(4930㎜)를 압도했는데, 이번에 더욱 키웠다. 전폭도 그랜저와 비교해 5㎜, 축거도 10㎜ 크다. 주행성능은 그랜저와 엔진, 파워트레인 등을 고려하는 만큼 같다.

결국 승부는 디자인에서 갈릴 가능성이 큰데, 시장 관심은 K7 프리미어에 쏠리고 있다. 철옹성 같은 그랜저의 아성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6월 12일 사전계약을 시작한 이후 10일 만에 1만대를 넘어섰다. 이전 1세대와 2세대 모델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부분변경모델임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수치다. 월간 기준 1만대 안팎을 유지했던 그랜저의 판매량은 지난 6월 6652대로, 작년 같은 달까지 25.6% 빠졌다.김양혁기자 mj@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