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재 국산화 성공은 대기업 의지에 달렸다

이용범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대표 ㈜프뉴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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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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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재 국산화 성공은 대기업 의지에 달렸다
이용범 반도체산업구조선진화연구회 대표 ㈜프뉴마 대표
소재 국산화 성공은 대기업 의지에 달렸다 이용범 대표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 조치로 인한 양국간 대립 격화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의 추가 보복조치, 낸드플래시 감산 등이 거론되면서 반도체 중소 소재·장비·부품 업체들의 위기감도 가중되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9일 중소 제조업체 269곳을 설문조사한 결과 '일본 수출규제 지속시 버틸 수 있는 최대 기간'에 대해 1개월 미만 5.9%, 1~3개월 미만 23%, 3~6개월 30.1%로 10곳 중 6곳(59%)이 6개월 이상 버티기 어려운 것으로 응답했다. 기업들이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위기감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국제규범에도 어긋나고 세계 무역질서를 훼손하는 일본의 치졸한 보복이 원인이지만,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청와대와 여권이 과거에 사로잡혀 현실과 미래를 냉철하게 직시하지 못한채 미숙한 대응으로 상황을 악화시킨 측면도 있다. 특히 일본제품 불매 등 감정적 대응으로 일본에 확전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은 더 큰 피해가 우려되므로 신중해야 한다.

냉정하게 바라보면 우리가 아직 일본을 상대하기에는 정부 외교력, 기업 기술력 등 여러 면에서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반도체를 비롯한 우리 핵심 산업은 일본의 소재·부품 기술력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일본과 경제력·기술력 등 국력 차이가 나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감정적 대응으로 전선을 확대하면 일본도 피해를 입겠지만 우리에게 훨씬 더 큰 피해가 우려된다.

한국과 일본은 경제는 물론 안보·문화 등 여러 부문에 걸쳐 긴밀하게 엮여있어 상호협력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 따라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양국이 과거의 덫에서 벗어나 서로를 인정하고 협력하는 파트너로 거듭 나는 기회로 삼는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따라서 정치외교적 해법을 통한 원만한 해결이 시급하며, 이번 기회에 산업구조 선진화 등 중장기 대책을 점검·보완하고 이를 차질없이 추진함으로써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동안 '반도체산업 구조 선진화연구회'는 '반도체산업 생태계 조성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회세미나' 등을 통해 장비·소재산업 육성, 생태계 조성 등 산업구조 선진화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이번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반도체산업을 비롯한 우리 경제·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중차대한 사안이라 판단, '2019년 일본 반도체소재 수출규제 사태에 대한 분석 및 대안'이라는 자료와 이를 보고서 형태로 정리한 '일본 반도체소재 수출규제 대응방안 검토'라는 자료를 정부·국회 및 언론 등에 제공하는 등 현 위기상황 타개에 노력하고 있다.

이번 위기상황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대기업 30개사 총수 및 CEO들을 불러 대책을 논의한 자리에서 현 상황을 '전례 없는 비상상황'으로 규정하고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일본 측의 조치 철회를 촉구하면서 "이번 일을 우리 주력산업의 핵심기술·핵심부품·소재·장비의 국산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여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국산화를 근본적인 대안으로 제시했다.

국산화, 즉 장비 및 소재·부품산업 육성과 전문인력 양성 등은 20년 이상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져 온 과제다. 그동안 정부와 대기업이 비용절감 등 눈앞의 이익을 앞세우며 이를 외면해온 결과가 현 사태를 초래한 책임도 크다 할 것이다.

당연히 국산화가 필요하지만 세계경제가 글로벌 체제에서 국제 분업구조를 통해 움직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산화의 현실적인 한계와 과제를 살펴보고 냉철하게 대응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비교우위와 기술격차로 형성된 국제 분업구조가 몇조원의 예산을 투입해서 국산화를 한다고 해서 쉽게 바뀔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국산화를 위해서는 원천기술 확보, 규모의 경제 등 현실적인 한계가 존재하며 글로벌 경제에서 국제분업을 전부 대체할 수도 없다.

장비 및 소재·부품 국산화를 위해서는 양대 소자업체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원이 필수적이다. 우리 반도체 산업 경쟁력의 원천인 양대 소자업체에게 산업 생태계를 건실한 방향으로 이끌고 갈 가장 큰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동안 양대 소자업체들이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2위라는 위업을 달성, 우리 경제성장과 산업에 막대한 기여를 하고 있으며, 국제 분업구조속에서 장비 20%, 소재 50% 국산화도 양대 소자업체가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장비 및 소재·부품 국산화에 소극적이고 미흡한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은 기술력과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일본 등 외국의 장비·소재업체에 많은 부분을 의존해왔지만 이번 사태를 교훈삼아 적극적으로 국산화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신제품 개발정보를 일본 등 외국업체가 아닌 국내업체에 개방하여 공동 개발하는 등 소자업체의 적극적인 의지에 국산화의 성공여부가 달려있다.

그리고 정부는 국내 소재·장비업체가 개발기술을 실제 제품생산에 적용할 수 있는지 점검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기능을 갖춘 '종합연구소'를 설립, 중소 중견업체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소자업체들이 이들 중소업체에게 문호를 개방하도록 인센티브를 주어 국산화를 독려해야 한다.

또한 산자부, 중기부 등 정부 부처와 업계, 학계 등이 참여하는 가칭 '반도체산업 구조 선진화 추진위'를 구성, 장비·소재 산업 육성이 양대 소자 대기업 중심의 수직계열화로 변질되지 않고 '거대 반도체 소자회사와 중소·중견 업체들이 공생하는 건실한 생태계 조성'이라는 바람직한 결과가 나오도록 지속적 관리감독이 필요하다.

거대 소자업체들이 기술·보안 등을 빌미로 중소 장비·소재업체들을 수직 계열화하거나 종속시키지 않고 자유로이 국내·외 경쟁사에 납품함으로써 규모의 경제가 가능토록하고, 이들이 향후 소자업체와 함께 중국·인도·베트남 등 해외시장에 진출해 반도체 플랫폼 및 장비·소재 수출 등을 통해 미래의 이익을 선점함으로써 국익 창출에 기여할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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