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對日 맞대응 전략은 下策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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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11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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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對日 맞대응 전략은 下策이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OLED) 핵심부품 3종에 대한 일본 아베 정부의 수출규제는 6월말 오사카 세계주요국(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 수호를 외쳤던 일본의 통상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또한 글로벌생산체제 하에서 부품과 중간재 교역이 전체 교역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현재의 무역체제를 걷어차는 핵심부품 수출규제라는 점에서 국제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아베 총리가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강제징용 판결 이행과 관련된 대응조치라는 점에서 세계 3위 경제대국으로서의 체통을 내팽겨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대한 일본 우익의 불만을 집결시키는 효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참의원 선거 공고일인 7월 4일 수출규제를 발동했다. 정치적 목적을 위해 수출규제를 발동한 아베 정부를 비판하되 국익을 극대화하는 해결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핵심부품소재를 국내에서 개발해 경제보복조치 발상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이겠지만, 오늘날 첨단제품은 최첨단 소재를 수입해 사용할 수 있기에 가능한 것이고, 첨단소재를 모두 한 국가에서 개발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경제적으로도 바람직하지 않다. 상품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해외의 고품질 중간재 사용은 필수적이다. 유럽의 소국 스웨덴의 명차 볼보의 명성은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부품만으로는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 하의 국제분업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일수록 국제경쟁력이 높은 기업으로 평가받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우리 기업의 부품소재 개발 노력으로 일본에 대한 기술의존이 약화되고 있지만, 일본의 수출규제가 우리 첨단기업의 조업에 결정적인 타격을 주게 되며 일본 기업의 손실도 상당할 것이다. 삼성, LG 등 국내기업은 첨단 부품소재를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구매하는 큰손이다.

그동안 한일간 정치적 문제가 발생해도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기업간 산업협력은 지속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양국 기업인간 모임도 시들해지고 있다. 본심(혼네)을 잘 내보이지 않는 일본인들이지만, 기업인들은 대놓고 우리 정부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것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근 일본기업의 대(對)한국 투자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의 부당한 수출규제에 대해 상응한 보복을 하겠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입장이지만, 과연 국익과 부합하는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말끔하게 해결하기 어려운 과거사 문제를 한일 양국은 정치적으로 관리해 왔으나 최근 몇 년 사이 이러한 정치적 관리체계가 깨졌다. 지난 주 여야의 중진정치인들이 언급했듯이 우리나라의 대응이 미흡했다. 일본통이면서 한일의원연맹 한국측 회장인 강창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원칙과 명분에 집착해 일본과의 관계를 악화시켰고,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은 우리나라의 일방적인 위안부 합의 파기를 문제 삼았다.

정치외교적인 실패로 발생한 문제를 약효가 없어 보이는 통상정책적으로 맞대응해 일본의 수출규제를 철회하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2%대 초반으로 주저앉은 경제성장률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6조원대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마련하면서도 일본 수출규제 원인을 해소하려는 의지는 약해 보인다. 산업무역 구조상 우리가 일본을 제압할 수 있는 한 수가 없는 상황에서 '맞대응' 확전전략은 국민들에게 '보여주기' 식 대응으로 그칠 것이고, 한일 관계는 더 악화될 수 밖에 없다. 자칫하면 아베 총리가 혐한 감정을 정치에 이용하고 있듯이, 우리 정부도 반일감정을 국내정치에 이용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느 정권이나 이념적 칼러가 있기 때문에 일본의 조치에 유약한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기는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상대국의 전략을 감안해 국익을 잣대로 전반적인 상황관리를 하면서 대화의 통로를 여는 노력을 기울어야 한다. 우리의 카드가 마땅찮은 상황에서 맞대응으로 더 궁한 처지로 내몰리기 보다는 일본과 대화가 가능한 의제를 발굴하고 한일 정상회의를 통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 여야 중진정치인의 고언을 청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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