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녹물수돗물, 하도급시공 관행부터 바꾸라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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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09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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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녹물수돗물, 하도급시공 관행부터 바꾸라
최승일 고려대 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
지난 5월 30일 인천에서 녹물 수돗물 사태가 발생한 이래 서울시 문래동에서도 녹 찌꺼지가 수돗물에 섞여 나왔고, 안산 평택 춘천에서도 연이은 녹물 수돗물 사태를 겪고 있다. 원인은 관이 낡아서 발생된 녹이 관 벽에 붙어 쌓이는데 정기적으로 청소를 하기는 커녕 방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러한 상황은 인천이나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의 거의 모든 시·군들이 동일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이다. 인천과 서울은 시작일 뿐이고 전국에 녹물 수돗물이라는 지뢰가 깔려있는 셈이다.

이러한 유지관리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유지관리의 정례화·의무화, 수도 유지관리비의 국고보조, 시장의 정책 우선순위에 수도사업을 상향 조정 등 몇 가지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대책은 당연히 필요하고 반드시 지원돼야 하지만 이밖에 내부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일들이 더 있다. 우선 지하에 묻힌 관들의 상태를 조사하고 진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관이 녹이 슬고 녹 찌꺼기들이 침전되는 것은 관을 묻은 시간에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관의 부식은 관내를 흐르는 물의 수질과 흐름특성, 관의 구조와 재질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발생되는 것이므로 10년 전에 묻은 관에 녹이 슬 수도 있고, 30년 지난 관이 멀쩡할 수도 있다. 그러므로 노후관이라는 의미는 내부가 녹이 슬고 녹 찌꺼지가 쌓여있는 낡은 관이라는 의미이지 지하에 묻은 지 20년 혹은 30년이 흘렀다는 의미는 아니다. 당연히 지하에 매설한 후 경과한 기간에 따라 관을 교체 혹은 정비하는 것은 낭비가 될 수 있으므로 관의 상태를 조사하여 취약한 부분과 교체할 부분, 청소할 구역, 갱생할 관들을 찾아내는 것은 무엇보다 선행해야 할 과정이다. 이러한 작업들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고도의 기술과 장비를 활용하는 회사들을 육성해야 하지만 실제로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재 정부 입찰의 구조상, 조사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는 하도급의 하도급을 받아 일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보니 낙찰예정가의 50%도 못 되는 비용으로 조사를 하도록 강요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억지로 저가에 조사를 하자니 부실한 조사가 되거나 직원들이 최소임금에 가까운 급여를 받으며 힘들게 작업해야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누수방지나 녹슨 관 청소를 위한 관 정비사업을 수행하는 동안 상수도사업소나 관 정비 회사들은 끊임없는 민원에 시달린다. 낡고 노후된 관이 묻혀있는 시장지역을 정비하려면 장사에 지장을 준다고 막아서고, 주택가에서는 녹물이 나온다고 막아서는 경우가 여럿이다. 그러다보면 막상 정비해야 할 지역을 다하지 못해 정비사업 후에도 누수와 녹물이 또 다시 발생하는 경우도 나타난다.

인천이나 서울 등과 같은 녹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주기적인 청소와 정비를 통해 관의 상태를 건강하게 유지해야 하지만 정기적으로 청소하라는 매뉴얼 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청소구간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청소구간의 분리를 위한 밸브의 설치, 청소한 물을 배출하기 위한 배수밸브의 설치, 기타 여러 가지 준비 사항들도 필요하고, 이러한 작업들은 결국 비용을 수반한다. 지금도 수도요금은 인건비와 전력비, 약품비에 대부분 사용되므로 불량관은 계속 누적되고 있는데 지금까지 하지 않던 추가적인 관의 교체나 정비에 소요되는 비용은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지금과 같이 녹물사태가 물론 전문적 식견이 없는 수도사업소의 무지에 가까운 작업행태에서도 발생하였지만 근본적으로는 적절한 청소나 교체를 못하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지난 30년간 약 3조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관 정비를 잘 해왔다는 서울시에서도 문래동 녹물사태가 발생하였다는 것은 관의 정비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과 비용을 필요로 하는 것인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부는 2028년까지 3조2000억원을 투입해 관 정비하는 사업을 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정말 급하고 급한 불량관을 교체할 뿐이지 결코 충분하지는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수돗물은 우리 생활에서 결코 소흘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해결방안을 검토하고 전 국민이 합의를 해야 한다. 시공회사가 일괄 수주해 하도급을 통해 관 조사를 하게 되어있는 현재의 입찰제도도 시공회사, 설계회사, 조사 전문회사가 컨소시움의 형태로 동등한 자격으로 입찰하는 방식으로 바꿔야 한다. 공사가격이 낙찰을 결정하는 제도보다는 회사의 기술과 업무능력이 낙찰을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 관의 청소나 교체과정에서 시민들에게 불편을 최소화 하는 구조를 구축해야 하고, 시민들에게 청소와 교체로 인한 불편과 나타날 수 있는 녹물에 대한 사전 양해를 구하고 협조를 구해야 한다. 더하여 수도공급의 책임자인 시장, 군수는 수도사업을 정책 우선순위에 두고 예산의 배정을 하고, 수도사업의 문제점들을 면밀하게 살펴서 해결하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시민, 정치인, 행정당국, 언론인 모두가 이번 사태를 통해 수도사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각성을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이번 사태가 정상화 되고 나면 잊혀질 것이고, 결국 '태산명동에 서일필'이었다는 평가를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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