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매는 인류 환경문제 해결사… 기술창업 성공사례 만들겠다"

하헌필 KIST 미래융합기술본부장
'발상의 전환'으로 새 영역 자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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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매는 인류 환경문제 해결사… 기술창업 성공사례 만들겠다"


"환경규제가 갈수록 강화되면서 환경촉매 신기술은 바로 새로운 사업기회로 이어진다. 연구실에서 머물지 않고 촉매 사업화에 직접 뛰어들어 기술창업 성공사례를 만들겠다."

하헌필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미래융합기술연구본부장(사진)은 "1·2세대 탈질촉매를 개발해 국내 기업들의 환경규제 대응을 도왔다면 3세대 기술은 전문기업을 설립해 직접 시장에서 승부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헌필 본부장은 환경촉매 중 질소산화물 처리에 특화된 탈질촉매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록을 연이어 세워 온 국내 대표 연구자다. 제철소나 발전소, 선박 등의 배기가스에서 질소산화물을 제거하는 촉매를 국내 기업들에 이전, KIST에서 기술이전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연구자로 꼽히기도 한다.

질소와 산소가 결합된 질소산화물은 온난화와 환경오염의 주범이면서, 국가적 문제로 부각된 미세먼지의 원인물질(전구체) 중 60% 정도를 차지한다. 이 때문에 세계 각국은 질소산화물 배출 관련 환경규제 강도를 높이고 있다. 아산화질소·일산화질소·이산화질소 등으로 존재하는 질소산화물만 선택적으로 잡아내는 고성능·저비용 촉매 개발은 과학기술계의 숙제다.

재료를 전공한 하 본부장이 10여 년 전 촉매라는 새 영역에 도전해 성공한 비결은 '발상의 전환'이다. 화학공학 전공자가 대부분인 촉매 연구자들은 그동안 특정 조건에 맞는 최적의 촉매를 찾기 위해 수많은 후보물질을 개발한 후 주어진 조건에 하나씩 반응시켜 보는 경험적 방법에 의존했다. 하 본부장은 여기에 컴퓨터 계산과 시뮬레이션을 동원하는 '계산과학' 방법을 적용, 시행착오를 줄이고 연구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촉매반응을 일으키는 물질간 미세한 흡착 에너지 작용을 정밀하게 모델링한 후 조건에 가장 적합한 원소를 계산해 찾는 방식이다. 어떤 물질과 원하는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촉매를 찾기 위해 적절히 밀고 잡아당기고 떨어지는 조건을 찾아내는 '모델링'이 연구의 핵심이다. 특히 촉매의 반응 온도를 최대한 낮춰 에너지 비용을 줄이는 게 연구자들의 미션이다.

하 본부장은 "열을 가하면 촉매 반응이 촉진되는데 효율이 좋은 촉매는 낮은 온도에서도 원하는 결과를 내놓는다"면서 "지난 40년 간 300~400도에서 이뤄진 촉매 반응의 온도를 낮추는 게 세계 연구자들의 숙제"라고 말했다.

하 본부장은 정밀한 설계능력과 계산과학 방법을 동원, 1세대에서 250도, 2세대에서 220로 낮춘 데 이어 200도까지 낮춘 2.5세대까지 진화시켰다.

1세대 기술은 포스코 제철소의 소결로에 적용돼 외국산 촉매를 대체했다. 특성은 더 우수하면서 가격은 절반 이하로 낮췄다. 2세대 기술은 두산엔진에 이전돼 세계 최초의 선박용 저온 탈질촉매로 상품화됐다. 두산엔진은 이 촉매를 적용한 엔진으로 2조원의 수주를 이뤄냈다.

하 본부장은 여기에다 촉매 특성을 손쉽게 재생시켜 내구성과 경제성을 높인 2.5세대 기술을 개발했다. 1세대 촉매를 써온 포스코 광양제철소 소결로는 촉매반응을 위해 배기가스를 220도에서 250~280도로 높이느라 연간 340억원을 썼는데 이 촉매를 쓰면 관련 비용을 고스란히 줄일 수 있다. 포스코는 이 기술을 지난 5월 실증한 데 이어 전체 소결로에 적용하기로 하고 6월부터 설치작업을 시작했다.

"인류의 생산활동 중 약 35%는 촉매 반응을 통해 물질이 만들어지는 덕분"이라는 하 본부장은 "촉매가 없었다면 인류의 생활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음 목표는 반응온도를 180도까지 낮춘 3세대 기술을 개발하고 열병합발전소·LNG발전소·시멘트공장 등으로 적용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도 주목한다. 이를 위해 동료 연구자, 기업과 함께 8월께 촉매 기술기업을 세운다.

하 본부장은 "해외에서는 지난 40년간 촉매 기술 진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우리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만큼 3세대 기술의 타깃은 해외로 잡고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으로 승부를 보겠다"고 강조했다.

"대학과 달리 출연연 연구자의 미션은 기술 수요자들에게 큰 혜택을 주는 주제에 집중하는 '이타적 연구'에 있다"는 하 본부장은 "개발한 기술이 상용화돼 산업현장에 적용되고 실질적 혜택을 만들어 내는 것을 보는 게 연구자로서 가장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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