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국가 금융시장 폭발적 성장하자
한국 금융감독 시스템 배우려는 수요 확산
금감원, 지난해만 14개국 대상 연수 실시
금융감독원이 동남아시아 국가들로부터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최근 동남아시아 금융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에 현지 금융감독 인프라를 개선하려는 수요가 늘었고, 이들 국가가 한국의 금융감독 시스템을 배워가려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감원은 라오스·말레이시아·미얀마·베트남·브루나이·싱가폴·인도네시아·캄보디아·태국·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10개국뿐만 아니라 러시아·몽골·중국 등 국가까지 총 14개국을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했다. 연수에 참여한 현지 금융 및 감독 관련 종사자들만 총 306명에 이른다.
금융감독원 국제협력국 관계자는 "동남아국가의 금융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에 비해 은행·보험·증권 산업의 제도적 인프라는 우리나라의 1970~80년대 수준"이라면서 "이 때문에 한국의 금융(감독)시스템을 배우고 싶다며 연수나 교육 프로그램을 요청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 과거엔 약 2~3일 교육받는 게 전부인 단기 연수가 대부분이었지만 최근 장기 연수도 많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과 코이카가 공동 주최로 열린 동남아시아 국가의 보험 감독당국 소속 실무진 대상 연수에서 오관수 금융감독원 국제협력국 수석조사역이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코이카 제공.
이 같은 성원에 힘입어 지난 6월 금감원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과 손잡고 한국의 보험감독 시스템을 전파했다. 15일간 진행된 연수에 라오스·미얀마·베트남·캄보디아·태국·필리핀 등 국가의 보험 감독당국 소속 실무진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금감원 관계자들로부터 △한국의 초창기 보험산업 육성정책 △보험산업 급성장으로 인한 보험회사 부실화 방지 대안 △보험상품의 규제와 감독 △보험회사에 대한 검사 및 제재 △금융소비자보호 체제 등에 대한 교육을 받았다.
코이카 측은 "한국 금융감독 당국에 대한 아세안 국가의 연수 요청은 그간 은행권역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며 "하지만 현지 국가들의 보험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보험권역의 연수 수요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특히 보험업법 전면 개정을 앞둔 베트남이 적극적이다. 올해 3월 쩐 쑤안 하(Tran Xuan Ha) 베트남 재무부 차관이 유광열 금감원 수석부원장에게 한국의 보험감독에 대해 연수를 진행해줄 것을 직접 요청했다. 이에 지난 5월 18일부터 2주 동안 진태국 금감원 전 보험감독국장이 베트남 현지로 날아가 보험업법 개정을 위한 자문에 나서기도 했다.
최근엔 금융감독원 하노이 사무소를 통해서도 방카슈랑스 제도, 손해사정사 제도 등에 대한 자문을 자주 구한다는 것이 금감원 관계자의 전언이다.
지난 6월 금융감독원과 코이카가 공동으로 주최한 동남아시아 국가의 보험 감독당국 소속 실무진 대상 연수에서 유광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코이카 제공.
그렇다면 이들 국가는 왜 한국의 금융감독 시스템에 열광할까. 그 이유는 서구 국가들에 비해 문화적으로 가깝다는 점뿐만 아니라 한국이 20년 넘게 통합감독기관을 운영해온 경험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탓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997년 IMF의 통합금융감독기구 설치 권고안을 받아들였고, 이후 1999년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신용관리기금 등 4개 감독기관을 통합하면서 지금의 금융감독원이 탄생했다.
현재 금융통합감독기구를 두고 있는 아시아 국가는 우리나라를 비롯해 싱가폴, 인도네시아, 일본 등 4곳에 불과하다. 이외 국가들의 경우 일반적으로 재무부가 보험·증권 분야를, 중앙은행이 은행·비은행권을 개별적으로 감독한다. 은호익 금융감독원 국제협력국 팀장은 "인도네시아 정부 역시 한국 금융감독원의 감독 제도 및 검사기법 모델을 다수 참고해 2011년 금융통합감독기구(OJK)를 창립했다"면서 "앞으로도 국내 금융감독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현지기자 jhj@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