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한국거래소가 기업의 상장폐지 여부를 심사한 회의 의사록을 공개하기로 했지만, 상장폐지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을 제기한 회사는 이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시장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사실상 의사록 공개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거래소는 지난 4월 코스닥시장위원회 운영규정에 '상장폐지 여부를 최종 심의한 의사록을 회의 종료 후 1개월 이내에 공개한다'는 조항을 신설, 코스닥시장위원회와 기업심사위원회의 상장 실질심사 의사록을 공개하기로 했다.
지난 5월 상장유지를 결정한 케이에스피와 UCI, WI 등 3개 기업에 대한 심사 의사록을 거래소 공시 사이트인 '카인드'(kind.krx.co.kr)에 순차적으로 게시했다.
그러나 4번째 공개 대상인 에이앤티앤에 대해서는 "회사 측이 상장폐지 결정에 대해 '상장폐지 결정 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함에 따라 가처분 및 본안소송 판결 확정 이후 공개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규정상 소송이 걸려 있는 경우 소송이 종료돼야 공개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코스닥시장위원회 운영규정 12조는 공개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로 '재판·수사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사항' 등을 명시하고 있다.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공개 시기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도 돼 있다.
그러나 거래소 상장폐지 결정 이유와 판단 기준이 공개되기를 기다리던 투자자들은 답답할 수밖에 없다. 통상 본안소송의 판결이 확정되려면 3심까지 길게는 수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상장폐지 결정을 받은 기업들 가운데 상당수가 거래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만큼 결국 상장폐지 결정을 둘러싸고 논란이 클수록 해당 기업의 주주는 의사록을 바로 확인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는 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