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병일 칼럼] 노르망디와 인천, 자유 지킨 聖地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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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7-0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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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병일 칼럼] 노르망디와 인천, 자유 지킨 聖地
예병일 플루토미디어 대표
TV 화면에 '디데이'(D-DAY)라는 문패가 보였다. 디데이라면 제2차 세계대전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의미하는 단어가 아닌가. 날짜를 생각해보니 6월 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75주년 기념일이었다. CNN은 멀리 해안가를 보여주었다.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참전용사 추모식이 열리고 있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주요 참전국 정상들은 그날 프랑스 북부를 찾았다. 전날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출항지였던 영국 남부 포츠머스에서 기념식을 가진 그들은 자리를 옮겨 상륙현장에서 참전용사들을 추모하고 있었다.

75년 전인 1944년의 6월 6일 노르망디 오마하 해변. 초점이 흔들린 상륙작전의 현장 사진으로 유명한 종군 사진기자 로버트 카파는 자신이 쓴 책에서 그날을 이렇게 묘사했다. "(상륙용) 주정에서 내린 군인들은 물을 헤치며 나아갔다… 바닷물은 너무 차가웠고, 해안까지의 거리는 아직 100미터 이상 남아있었다. 내 주위로 총탄이 날아들어 물을 튀겼다."

오마하 해변은 유타 해변과 함께 미군 담당이었다. 절벽 위에서 독일군이 총탄을 퍼붓는 가운데 병사들은 물이 목까지 차오르는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날 하루 오마하 해변에서만 2000여 명의 군인이 목숨을 잃었다.

미군 7만3000여 명을 포함, 영국, 캐나다 등 연합국 장병 약 16만 명이 참가한 이 작전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자유 세계인 연합군이 전체주의 세력인 나찌 독일을 무너뜨리고 승리하는 계기가 됐다. 디데이 당일 연합군 사상자는 전사 4414명을 포함해 1만명이 넘었다.

다시 2019년의 노르망디 해변. CNN 화면에는 75년 전 바로 그 해안에서 빗발치는 독일군의 총탄을 뚫고 전진했던 90세가 넘은 노병 60여 명의 모습이 보였다. 앉아 있는 그들을 뒤로 하고 트럼프 미 대통령이 감사 연설을 했다. 23세에 병사로 노르망디 해변에 상륙했고, 이제 98세가 되어 다시 해변의 미군 묘역에 온 레이 램버트. 미국 대통령은 그를 소개하고 이렇게 말했다. "레이, 자유 세계가 당신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리고는 노병에게 다가가 껴안았다.

미국 대통령은 또 많은 사상자를 낸 오마하 해변이 내려다보이는 미군 묘역을 바라보며 프랑스 국민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프랑스 국민들은 전국에서 옵니다.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헌화하고, 결코 잊지 않습니다." 이 묘지에는 9388명의 미군이 잠들어 있는데, 모두 프랑스 가정과 '양자결연'(adoption)되어 있다. CNN 화면이 묘역을 비추자 부모와 함께 와 헌화하고 놀고 있던 어린 아이가 미소 지으며 함께 박수를 쳤다.

평소 트럼프에 매우 비판적인 CNN도 연설이 끝나자 최고의 연설이었다고, 대통령다웠다고 높게 평가했다. 메이 영국 총리와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각각 자국의 병사들이 산화했던 해변에서 기념식을 거행했다. 중계방송은 길었지만, 나는 화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나라, 전쟁의 아픈 상처를 기억하고 대비하는 나라만이 평화를 유지할 수 있고 자유라는 가치를 누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서유럽과 미국에 노르망디 상륙작전이 있다면, 대한민국과 미국에게는 인천상륙작전이 있다. 1950년 9월 15일 새벽 국군 7000명을 포함,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서 온 총 7만 명의 유엔군이 인천 앞바다에 상륙했다. 두 작전은 전세를 역전시켰고, 자유라는 가치를 수호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2020년 9월 15일은 인천상륙작전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지난해 기념식은 인천시와 해군본부 주관으로 열렸다. 70주년은 대한민국 차원의 기념식이 되었으면 한다. 노르망디 75주년처럼 말이다. 국군과 UN군 참전용사들은 물론, 우리를 도왔던 참전국 정상들을 초청해 전사자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를 표하는 거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자유, 민주, 인권, 시장의 가치를 재확인하는 거다. 경제가 중요한 이슈인 G20 정상회담이나 APEC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치를 공유하는 정상 모임'을 주관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가의 '체급'도 올라갈 수 있다.

75년이 지난 지금도 90대가 된 참전 노병을 모시고 각국의 정상들이 모여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감사하는 노르망디. 우리의 인천도 그럴 때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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