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10대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올 상반기 64조원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제조업 경쟁력 약화 등 여러 악재에도 불구하고, 미중 무역전쟁 해결 기대감에 연초부터 글로벌 증시가 순풍을 타면서 삼성과 SK·현대차·LG그룹주가 몸집을 키웠다. 반면 롯데와 현대중공업, 한화그룹 등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10대그룹 내에서도 '빈익빈부익부' 현상이 두드러진 셈이다.
작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절반의 회복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지난해 10월 미중 무역분쟁 등 대내외 악재가 불러온 폭락장세 속에 속수무책 빠졌던 시총규모는 되찾은 것으로 파악된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상위 10대그룹 상장계열사 99곳의 시가총액은 총 812조8483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748조7513억원)에 비해 8.56%(64조970억원) 늘었다. 다양한 대내외변수가 국내 증시를 강타하면서 대다수 대기업그룹들의 시가총액이 감소했지만 '덩치(시가총액)' 큰 삼성·SK·현대차·LG그룹의 시총이 늘며 10대 시총 합산액이 증가한 결과다.
◇현대車·삼성·LG그룹 순 시가총액 증가율 높아= 그룹별로는 현대자동차그룹의 성장세가 돋보였다. 6월말현재 현대차그룹 상장사 11곳의 시가총액은 92조7624억원으로, 시총이 90조원 선에 들어선 건 작년 상반기 이후 처음이다. 작년 말(79조4382억원)보다 13조3232억원(16.77%) 증가한 것으로 10대 그룹 중 상반기 시총 증가율 1위로 집계됐다. 지난해 동기(83조2855억원)와 비교해도 11.38% 증가한 규모로, 10대그룹 중 전년동기 대비 시총이 늘어난 그룹은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뿐이다. 이에 따라 그룹 시총 순위도 3위로 올라섰다. 현대차그룹의 효자는 기아차다. 작년 말 시총 13조6607억원에서 17조8360억원으로 반 년 새 4조원 넘게 몸집이 불어났다. 현대차그룹 전체 시총 증가분 13조원 가운데 약 4분의 1 가까운 금액이 기아차에서 나온 셈이다. 계열사 중엔 현대위아의 상반기 시총 증가율이 34.21%로 가장 높았다. 기아차(30.56%), 현대글로비스(24.81%), 현대차증권(22.25%), 현대모비스(21.35%) 등이 뒤를 이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 덕분에 시가총액을 48조2700억원(13.01%)이나 끌어올렸다. 악재가 거듭된 삼성바이오로직스(-17.21%)를 비롯한 삼성전기(-5.51%), 삼성물산(-9.29%) 등 일부 계열사의 시총 증발에도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에 약 50조원 가까이 몸집을 불린 삼성전자의 역할이 컸다. 삼성전자는 1분기 실적 쇼크에도 불구하고 시총이 작년 말보다 49조5492억원(21.45%) 성장했다.
LG그룹은 작년 말 대비 9%에 육박하는 시총 증가율에도 90조원 선은 돌파하지 못했다. LG그룹 상장사 12곳의 시가총액은 89조3839억원으로 시총 3위에서 4위로 밀렸다.
시총 2위인 SK그룹은 111조1245억원으로 109조1822억원을 기록한 작년 말보다 1.78% 늘어나는데 그쳤다.
◇겹악재에 추락한 롯데·현대重·한화그룹= 10대그룹 중 시총이 가장 크게 감소한 곳은 롯데다. 작년 상반기 증시에서 시총 상승률 1위에 올랐던 것과 대비된다.
롯데의 11개 계열사 시총은 작년 말 27조2894억원에서 24조3632억원으로 10.72% 줄었다. 롯데에서 시총이 가장 많이 쪼그라든 계열사는 롯데지주다. 6조1430억원이던 시총은 현재 4조6160억원으로 24.86% 감소했다. 롯데칠성(22.50%)과 롯데정밀화학(28.62%)의 성장 동력 개선에도 롯데케미칼(-8.84%)과 롯데쇼핑(-23.93%), 롯데푸드(-17.07%) 등의 실적 우려가 반영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미포조선, 현대조선해양 등을 중심으로 18조4192억원이던 작년 말보다 시총이 8.78% 줄어든 16조8019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 6월 말(16조3944억원)보다는 2.49% 성장했다.
한화그룹은 7개 계열사 시총이 작년 말 12조2149억원에서 11조2819억원으로 7.64% 줄었다. 특히 작년 이맘때 4조4293억원이던 한화생명 시총이 작년 말 3조원대에서 급격히 줄어 2조원대 수준으로 내려앉은 것이 치명타였다. 빅3 생명보험사 중 유일하게 1분기 순익이 감소하며 어닝쇼크를 기록한 한화그룹의 실적이 2분기 연속 부진할 것이란 관측이 쏟아지고 있는 것도 투자심리를 악화시켰다.
◇2분기 실적 개선 그룹은= 곧 있을 2분기 실적시즌은 10대그룹의 하반기 증시 성적을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개선 여부 없이는 투자심리 악화를 방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은 오는 5일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국내 증시의 2분기 실적시즌이 열린다는 점에 주목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실적 개선이 당초 예상보다 지연되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나은 제품믹스와 고객분포로 불황에 상대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2분기 실적이 바닥을 찍고 하반기 개선이 가시화하면 주가는 상방으로 많이 열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하며 증시가 조정기를 겪었지만 실질적으로 상반기 지수는 평균적으로 견조한 상승세를 보인 만큼 향후 미중 무역분쟁이 어떤 양상을 보일지는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란 진단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중의 화해 제스쳐가 엿보이는 시점인 만큼 당분간은 주가 흐름의 부담 요소가 완화되겠으나 실질적 협상이 타결로 이어지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며 "하반기에도 상반기 만큼의 견조한 흐름이 유지될지 여부를 알 수 있는 키는 미중 간 결과인 만큼 여유를 갖고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