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호 칼럼] 이벤트만으로 평화는 오지 않는다

박선호 정경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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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호 칼럼] 이벤트만으로 평화는 오지 않는다
박선호 정경부장
참 이젠 만족을 할까? 때만 있으면 "오지랖 넓게 나서지 말라"고 우리 정부를 비난하는 북한 이야기다. 그렇게 욕하더니, 그 덕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비무장지대에서 만났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에 이어 미국 대통령마저 스스로 찾은 셈이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입이 귀에 걸렸을 듯싶다. 아쉽게도 답답한 건 우리 정부다. 순진할 정도의 비전과 희망만 있다.

혹자는 "왜? 한반도 비핵화, 평화 정착 누가 봐도 분명한 것 아니냐"하는 이도 있겠다. 그래서 답답하다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이 없듯, 공짜 평화란 없다. 국제사회 평화는 국제적 역학관계의 정립 속에 나온다. 미국도 중국도 원하는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역학관계의 구도가 있다.

우선 북한의 입장이 제일 분명하다. 국제무대에서 지금까지 일관되게 주장하는 '체제 보장'이다. 체제 보장을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고 이제 완성해 스스로 체제를 보장 받을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경제적으로 낙후돼 있어 핵을 포기할 수 있으니, 핵보유 수준의 체제보장도 해주고 경제 지원도 해달라는 게 북한의 주장이다. 특히 지금까지 적국이었던 미국을 못 믿겠으니, 믿을 수 있는 국제사회 툴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은 동상이몽이다. 양국 모두 한반도의 비핵화를 원하면서도 한반도가 어느 한쪽에 기울기를 바라지 않는다. 어쩌면 양국 모두 한반도에서의 강국 출현이 부담스러운 지도 모른다. 부담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문제는 우리 정부다.

우리 정부가 말하는 평화에는 이런 역학구도가 없다.

최소한 우리에게 어떤 구도가 더 유리하다는 판단이 빠져있다. 그저 북한이든 미국이든 양보해서 하루 빨리 이 땅에 평화만 정착되면 된다는 식이다. 그러니 우리 정부가 하는 일이 뻔하다. 북에게는 '걱정 말고 먼저 양보해라'하는 것이고, 미국에는 "우리를 믿고 북을 한번 믿어 달라"는 것이다. 중국이나 러시아에게는 "북과 미국을 설득하게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해 달라"고 한다.



실제 지난 일본을 찾은 G20 정상회의 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보여준 외교 행보가 그랬다.

시진핑 중국 주석을 만나서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서도 다르지 않았다.

최소한 시 주석을 만나 '사드 문제'도 우리가 먼저 언급했어야 했다. "'3불정책'으로 한·미·일 동맹에서 빠지는 손실을 감수했는데, 아직도 경제 압박을 제대로 풀지 않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 수교국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가 아니다"라고 말이다. 이번 도널드 트럼프 미국대통령의 방한도 마찬가지다. 결국 우리는 외교역량을 총동원해 미북 정상간 조우의 계기만 만들어줬을 뿐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를 빼고는 모두가 안다. 최소한이라도 각국을 만족하도록 하는 역학 구도가 짜이지 않고서 정착되는 평화는 거짓이요, 지속가능성이 없다는 것을. 그게 바로 북한이 나서 우리 정부를 "오지랖 넓은 짓 좀 그만 하라"고 충고하는 이유다.정말 한 번 되돌아보자. 북한이 안정을 되찾아 세계와 경제 교류를 하고 나서면 과연 우리 생각하듯 남북 경협의 기회가 순수하기 우리에게만 돌아올까?

또 미국과 중국이 남한이 우선권이 있다고 순수하게 양보를 할까? 그랬다면 중국이 사드 문제로 우리를 이렇게까지 괴롭히지 않았을 것이고, 미국은 우방이라고 하면서 방위비 분담을 무리하게 요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정말 남북경협은 순하게 좋은 기회이기만 할까? 북한은 과연 자신의 이익을 포기하면서도 순진하게 남한의 형제에게 이익을 나눠줄 수 있을까? 평화를 꿈꾸기만 해서는 이런 질문에 답을 할 수 없다.

30일 오후 3시46분 미북 정상회담의 모습은 정말 가슴을 뛰게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서히 자유의 집을 나와 판문각 앞으로 나갔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둘이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 판문각으로 걸어갔다 다시 남으로 돌아오는 순간, 이 땅에 산 사람이라면 누구나 울컥했을 것이다. "우리는 많은 것을 이뤘다." 트럼프 대통령의 말이었다.

모두가 인정하듯 역사적인 장면이고, 이벤트였다. 하지만 이벤트만으론 평화가 정착되지 않는다. 치열한 물밑 힘겨루기를 통해 쟁취한 평화가 오래가는 것이다. 그 힘겨루기에 우리의 이익도 꼭 반영되야 하는 것이다.

박선호정경부장 shpark@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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