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글로벌 공급사슬` 시대 살아남는 법

이종욱 서울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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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5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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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글로벌 공급사슬` 시대 살아남는 법
이종욱 서울여대 명예교수
지난 해 7월에 시작된 미중 무역전쟁이 이제 바야흐로 정치·외교·안보 문제로까지 예측할 수 없이 확대 전개되고 있다. 최근 미국은 대만을 '국가'로 간주하면서 대놓고 중국을 자극하는가 하면, 내정 간섭 말라는 중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범죄인 인도법안'에 반대하는 홍콩의 100만 시위대를 지지하는 등 거침이 없다. 중국도 연일 러시아와의 결속을 다지는 등 대미항전의 결의를 다지고 있다. 한국의 정·재계 리더들 등에 가히 식은 땀이 솟아야 정상인 위기 상황이다.

과거 국제간 교역패턴을 설명해오던 비교우위 교역이론은 한 나라에서 생산된 원재료로 만든 제품이 다른 나라에서 만들어진 같은 종류의 제품보다 가격·품질 면에서 경쟁력이 있을 때 국제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이론은 1960년대부터 가시화되기 시작한 교역 패턴을 더 이상 설명할 수 없게 되었다. 한 국가의 제품이 여러 국가들의 부품으로 만들어지게 된, 이른바 '글로벌 가치 사슬' 또는 '글로벌 공급망'이 정착된 때문이다.

신교역이론과 신경제지리 이론을 개발하고 발전시킨 공로로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만 교수는 이처럼 전통적인 비교우위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산업내 교역과 산업간 교역을 '신교역이론'으로 설명한다. 산업내 교역이 현대 자본주의 경제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가 대표적 예를 보자. 현재 미중 무역전쟁의 핵심이 된 스마트 폰 및 5G 네트워크를 생산하는 화웨이의 글로벌 부품 공급망을 보면 미국 32%, 한국·일본·대만 28%, 유럽 10%, 중국 자체 30%로 이루어져 있다. 화웨이 스마트 폰이나 5G 네트워크는 미국· 한국·일본 기업의 부품 없이는 제조될 수 없다.

애플의 아이폰은 미국 제품이지만 미국·대만·일본·한국·싱가포르·중국 등 17개국의 156개 기업에서 부품을 조달하여 중국에서 최종 조립된다. 오늘날 세계경제는 이처럼 글로벌 가치사슬로 연결되어 있어서 관세를 무기로 두 나라간 무역전쟁은 전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따라서 신교역이론을 적용해 보면, 미중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화웨이 5G 생산에 타격을 주는 방법은 간단하다. 글로벌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이 화웨이에 부품을 공급하지 못하도록 해서 화웨이의 제품 생산을 막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화웨이 부품 기업들이 속한 국가를 우방으로 끌어들여 미국의 중국 견제 정책에 동참시키려 한다. 미국과 중국 사이의 관세와 보복 관세는 표면상 진행되는 전쟁의 전선일 뿐, 미국의 궁극적 목표는 화웨이 공급망의 봉쇄이고, 중국의 전략은 물론 이를 막는 것이다.

각자의 이같은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미중 무역전쟁은 필연적으로 우방을 넓히려는 치열한 외교전·정치전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 무역전쟁의 승패를 좌우하게 되는 공급망 봉쇄 전략을 위해 미국은 대통령과 정부의 최고 엘리트들을 동원중이다. 중국도 시진핑 주석이 나서서 러시아 대통령 푸틴을 만나고, 정부 요인들은 화웨이 부품 공급 기업경영자들을 만나서 지속적 관계를 요청하고 있다.

운명적으로 두 강대국 무역전쟁에 낀 한국은 이제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빛나는 외교력이 절실히 요청되는 상황을 맞고 있다. 이는 명·청 교체기의 국제적 현실에서 광해군의 절묘한 중립외교가 필요했던 상황과 유사하다. 하지만 1623년 인조반정이 성공하면서 광해군의 중립외교를 파기하고 친명배금 정책을 실행하여 초래한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은 임진왜란의 막대한 후유증을 간신히 회복해 가던 나라를 완전히 피폐시키지 않았던가. 청에 복종관계는 1895년 청일전쟁에서 청나라가 일본에 패할 때까지 272년 동안 계속되었다.

한국경제는 대외의존도가 80%가 넘는 소규모 개방경제이고, 미국과 중국에 의존하는 수출 및 수입 비중도 각각 34.9%, 35.8%에 달한다. 두 나라 모두 절대적으로 중요한 교역파트너이다. 이 엄중한 무역전쟁 상황에 한국 정부는 각국의 글로벌 공급사슬에 있는 기업에게만 적절한 행동을 위임할 것이 아니라, 모든 브레인을 총동원해서 미·중을 좋은 우방 및 교역파트너로 지속시킬 수 있는 영리한 외교적 노력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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