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방송 협찬광고 금도 넘어섰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  
  • 입력: 2019-06-24 17:53
  • 프린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포럼] 방송 협찬광고 금도 넘어섰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광고를 '자본주의의 꽃'이라고 한 적이 있다. 유통경제를 인정하지 않는 공산주의국가나 자본주의가 성숙되지 않은 후발 국가들에게 광고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광고는 자본주의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실제 광고는 수요·공급의 불일치를 해소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시장기제로서 역할을 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광고 산업을 성장시킨 또 다른 축은 매스 미디어였다. 20세기 초 산업혁명과 도시화로 형성된 대중사회에서 매스 미디어는 중추적인 정보·오락수단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특히 안정적 재원을 필요로 했던 방송은 광고 산업과 급속한 공생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실제로 지난 백여 년간 모든 매체들은 광고재원에 의존해왔다. 특히 우리나라는 다양한 방송매체들이 등장한 21세기 이후에도 광고가 그 자리를 고수해왔다. 그랬던 전통 미디어들의 광고매출이 급락하고 있다. 지난 10년간 우리 광고시장 규모는 성장하고 있지만 기존 미디어들의 광고매출은 줄어들고 있다. 특히 신문 같은 인쇄매체와 지상파방송 광고매출은 급속히 추락하고 있다. 반면 인터넷 특히 모바일은 2006년 처음 5억 원으로 시작된 이후 급성장해 이제 방송광고 총매출액을 추월하였다. 그야말로 광고시장을 마구 빨아들이고 있는 느낌이다.

그러다보니 정부가 강력히 추진해 온 광고총량제, 중간광고, 간접광고 같은 규제완화 정책효과 역시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솔직히 인터넷·모바일로 빠져나가는 광고물량을 막기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모습이다. 도리어 방송사업자들끼리 갈등과 경쟁만 가열시킨 듯하다. 마치 '백약이 무효'인 것처럼 방송사업자들의 경영은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만성 적자경영에 시달리고 있고, 유료 방송사업자들은 저가 가입자 확보 경쟁구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방송사업자들은 사활을 걸고 광고 아닌 다른 재원을 모색하고 있다. 지상파방송사들은 지상파방송 재송신대가, 유료방송사업자들은 홈쇼핑 송출수수료에 그야말로 올인하고 있는 모습이다. '방송시장의 B2B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유료방송시장에서 활발히 벌어지고 있는 M&A도 B2B 협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같은 B2B화에 따른 사업자간 갈등이 수용자 관점에서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나름 수긍이 가는 면도 있다. 방송내용에 대해 직접 영향을 미치지는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송내용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재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크게 우려되는 부분이다. 프로그램 제작에 현물이나 현금을 지원하는 '협찬' 수입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협찬제도는 방송제작사들의 제작비 부족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허용한 제도다. 때문에 사실상 간접광고 혹은 고지광고와 유사하지만 방송법 상 광고로 규정되어 있지 않아 법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 있다. 이러한 규제공백 때문에 협찬제도는 광고주 입장에서는 광고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고, 방송사업자들이나 제작사들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재원이라 할 수 있다. 특히 별도로 고지하지 않으면 아무런 법적 규제를 받지 않아 나쁘게 보면 광고주와 방송사간에 불투명한 거래도 가능하다.

실제로 민언련에서는 일부 종합편성채널들의 협찬제도 문제점을 조사·발표한 적이 있고, 변재일 의원은 지상파방송사들의 협찬광고 심의제재 내용을 지적한 바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협찬수익이 급증하고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는 사업자들이 주로 보도가 가능한 방송사들이라는 것이다. 물론 방송법 상 보도·시사·토론 프로그램에 대한 협찬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뉴스를 다루는 방송사들이 보도를 매개로 비보도 프로그램에 대한 협찬영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민언련 보고서에서 밝힌, 일부 종편채널들이 계열신문사를 통해 협찬계약을 맺고 있다는 것은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광고의 금도를 넘어서는 일이다. 간접적으로 방송내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간접광고, 중간광고를 용인했던 것과는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솔직히 그동안 우리나라의 매체광고는 광고효과와 함께 언론 보도에 대한 이른바 '보험 효과' 목적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협찬과 보도의 불순한 결합은 민주주의의 근본을 위협하는 '광고의 악성 진화'라 할 수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책이 절실해 보인다.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