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배 칼럼] 외교부의 `美中관계 전담조직` 주목한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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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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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배 칼럼] 외교부의 `美中관계 전담조직` 주목한다
김상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최근 미중경쟁의 불꽃이 무역을 넘어 관세, 환율, 자원, 안보 등 다양한 분야로 번져가고 있다. 단순히 일부 영역에 국한된 이해 갈등이 아니라 미래 글로벌 패권경쟁을 거론할 정도로 양국의 생사를 건 국가안보의 문제로 비화되는 양상이다. 미시적 차원의 안전 문제일지라도 그 수량이 늘어나고, 여타 이슈들과 연계되면서 거시적 차원의 지정학적 리스크로 창발(創發)하는 특징을 지닌 '신흥안보'(emerging security) 현상을 떠올리게 된다. 4차 산업혁명 분야를 선도하는 중국의 세 기업이 주인공들이다. 최근 미국은 5G 네트워크 장비의 화웨이에 이어 드론의 DJI와 CCTV 최강자 하이크비전에 대한 제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작년 말부터 전세계적 이목을 끌었던 화웨이 사태는 지난 달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 당국은 국가안보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화웨이를 거래 제한 기업 리스트에 올렸고 주요 IT기업들에게 거래 중지를 요구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화웨이와 거래하는 자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이러한 제재조치를 180일 간 유예했으나, 화웨이의 숨통을 죄기 위한 조치들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구글, MS, 인텔, 퀄컴, 브로드컴, 마이크론, ARM 등 주요 기업들은 화웨이와 제품 공급 계약을 중지하고 기술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민간 드론 시장을 석권한 DJI도 표적으로 떠올랐다. 미국 국토안보부(DHS) 사이버안보·기간시설 안보국(CISA)은 지난 달 20일 중국의 드론이 민감한 항공 정보를 중국 본국으로 보내고, 중국 정부가 이를 들여다본다고 폭로했다. 이를 두고 CISA는 국가기관의 정보에 대한 '잠재적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CISA가 특정 드론을 거론한 것은 아니었지만, 사실상 중국의 DJI를 염두에 둔 발표였다. 이와 관련해서 DJI는 즉각 '우리 기술은 안전하다'고 반박했으나, CISA는 자국 소비자들에게 중국산 드론을 구입할 경우 신중해야 하며 인터넷 장비를 분리해야 한다는 방침까지 내놨다. 이전에 화웨이의 백도어에 대해서 제기되었던 기술안보 공방을 연상케 한다.

한편 미국 정부는 지난 달 22일 중국의 CCTV 업체 하이크비전을 상무부 기술수출 제한목록에 올리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하이크비전은 CCTV 제작기술에서 세계적으로 앞서갈 뿐만 아니라 안면 인식이나 사람들의 버릇과 신체특성 등을 고려해 특정 인물을 식별하는 기술로 유명하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기술을 감시도구로 활용해서 소수민족이나 반체제 세력을 통제하는 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CCTV의 하이크비전에 대한 압박은 미국이 중국의 기술굴기를 견제하고 중국 정부와 IT기업의 유착을 질타하는 차원을 넘어서, 천안문 사태 30주년을 맞이한 중국의 인권 문제를 겨냥했다는 해석을 낳았다.

미중경쟁이 기술과 산업의 문제를 넘어서 안보와 정치의 문제로 비화되면서 그 사이에 낀 한국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실제로 미국은 지난 5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직접 나서 한국이 화웨이에 대한 제재에 동참할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맞서 중국도 한국 기업들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 4~5일 미국의 MS와 델,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그리고 영국의 반도체 설계업체 ARM 등을 불러 '미국의 대중 제재에 협조한다면 끔찍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칫 미중 기술패권 경쟁이 그 사이에 낀 한국에 지정학적 리스크를 야기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상황이 이렇게 전개되자 그 동안 '민간 기업들이 알아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미루며 미온적 대응을 보였던 한국 정부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미중 양국의 압박이 가시화되는 가운데 이낙연 국무총리가 지난 달 30일 외교부에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미중관계 전담조직 신설을 지시하기에 이르렀다. 사안의 중요성이 큰 만큼 그 해법을 모색하려는 정부 차원의 노력에 박수를 보내본다. 무엇보다도 미중 두 강대국 사이에서 발생하는 지정학적 리스크의 딜레마 상황을 헤쳐 나가는 중견국 외교의 지혜가 발휘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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