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R&D` 비용일까, 자산일까

업계, 국가차원 가이드라인에 부정적 시선
제조업과 동일 방식땐 활성화 기대 어려워
전문가 "세분화한 기업 가치 기준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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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R&D` 비용일까, 자산일까


`바이오 R&D` 비용일까, 자산일까


연구개발비 회계평가 '뜨거운 감자'

바이오산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R&D(연구개발) 비용의 회계처리 문제가 금융당국의 지침이 나온 이후에도 여전히 산업계의 핵심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23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바이오산업협회가 개최한 '제1회 바이오산업분야 기업가치 평가 포럼'에서 바이오기업의 기술평가가 기존 제조업 평가와 동일한 방식으로 이뤄지면 산업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바이오기업의 가치평가 항목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제약·바이오 업계의 회계처리 관련 불확실성을 해소하고 회계투명성을 제고한다면서, '제약·바이오 기업의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관련 감독지침'을 마련해 지난해 9월 증권선물위원회에 보고한 바 있다. 신약은 임상 3상 개시 승인 시점부터,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는 임상 1상 개시 승인 때부터 연구개발비를 자산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금융당국의 지침이 발표된 지 열달이 되어가지만, 업계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특히 바이오 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가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낸 것 자체에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지난달 말 열린 '제1회 바이오산업분야 기업가치 평가 포럼'에서 "(금융당국의 지침이 나온 후) 왜 국가차원에서 가이드라인을 내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기업들로부터 나왔다"면서 "형태가 만들어져 있는 산업이면 몰라도, 이제 만들어가는 산업인데 벌써 국가가 이런 것을 내놓느냐 라는 반응이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과 기업이 논쟁을 해가며 성장해야 하는 산업을 '논쟁도 못하도록' 길목을 막았다는 의견도 있다"며 "당장 가이드라인이 나와 지키면 그만이라 단기적으로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산업에 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많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큰 틀은 만들어 주되, 세부적인 항목은 기업 특성에 따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황만순 신산업투자기구협의회 회장(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은 "이러한 지침을 일찌감치 정해놓고 예외를 100가지 만들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큰 틀은 만들어 주되 세부적인 항목은 기업특성에 따라 자유롭게 열어줘야 하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견해를 밝혔다

유진산 파멥신 대표도 "신약이라는 것이 꼭 3상을 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항암제를 예로 들면, 호발성 암은 3상을 해서 약효와 안전성이 검증이 돼야 그 약이 출시가 되지만, 희귀 암종이나 현재 치료제가 없는 암종의 경우엔 꼭 그렇지는 않다"며 "희귀성질환약(Orphan drug) 이라고 해서 2상에서 임상적 혜택과 안전성이 입증되면, 조건부 승인을 거쳐 바로 출시될 수 있는 것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악성 뇌종양의 생존율 증가의 혜택을 주는 신약은 아직 존재하지 않지만 로슈가 개발한 '아바스틴'의 경우, 당시 희귀성질환약으로 분류돼 임상을 2상까지만 하고도 수익을 낸 사례"라며 "미국 FDA(식품의약국)에서는 '이후 임상 3상을 마치겠다'는 동의 하에 아바스틴을 시장에 내놓는 것을 허락했었고, 이 약은 임상 2상과 대동소이한 임상 3상 결과를 인정받아 지난해 12월 최종승인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임상 3상을 해야 연구개발비를 무형자산으로 회계처리할 수 있다는 식으로 단정 지을 게 아니라, 약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침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특히 전문가들은 바이오 기업에 대한 세분화한 기업 가치 기준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유진산 대표는 "'원 사이즈 핏츠 올(one-size-fits-all, 한 가지 규정을 모두에게 적용하는 규칙)'을 만들면 안 된다"며 "그렇게 하면 부작용이 생긴다. 바이오 기업 100개가 있으면 그 특성이 다 다른 만큼,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대한민국 먹거리로 여긴다면 각 회사 특성을 고려해 커스터마이징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완석 회계사는 "시장과 당국은 시가총액 400조원인 다국적 회사와 같은 기준으로 (개발비를) 처리하라는 지침이지만, 우리 기업보고 모두 그들처럼 개발비를 비용처리 하라는 것에는 상당한 괴리가 있다"며 "하지만 우격다짐으로 규정을 지킬 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 특화된 뭔가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직된 규제로 인해 머지않아 한국이 중국에 역전당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진산 대표는 "중국의 경우 2027년 제약 강국 1위로 도약하는 것을 국가 차원의 목표로 세우고 관련된 모든 것들을 유연하게 진행하고 있다"며 "5년만 있으면, 아니 어쩌면 더 빨리 중국이 우리 바이오 산업을 앞지를 것만 같아 처참하다"고 우려했다.

이어 "현재 중국은 바이오를 규제프리 존으로 만들어 기업이 별 규제 없이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점들에 대해선 그 사안들만 모아 규제를 만드는 방식으로 대처하는데, 지금 한국은 그 반대다. 많은 논의와 시스템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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