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신 마비 장애인에게 희망
향후 개인 맞춤형 개발도 추진
향후 개인 맞춤형 개발도 추진
연합뉴스
"로봇을 입고 두 다리로 스스로 일어서고, 걷을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다시 태어난 기분이었죠."
지난 20일 대전 KAIST 기계공학동에서 '보행 보조용 웨어러블 로봇(워크온)'을 입고 훈련 중인 하반신 장애인 김병욱(45)씨는 가뿐 숨을 내쉬며 이 같이 말했다.
김씨는 이날 워크온을 입고 계단을 스스로 올라선 뒤 다시 내려가는 동작을 선보였다. 비록 한발 한발 힘겹게 내디뎌야 했지만, 20년 전 뺑소니 교통사고로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을 때를 회상하면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공경철 교수 연구팀이 사람의 다리 근육구조를 모방해 설계한 웨어러블 로봇을 만나면서부터 김씨는 걷게 될 것이라는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 지난 2016년에는 '제1회 사이배슬론 대회'에 선수 자격으로 출전해 3위를 거머졌다. 사이배슬론은 인조인간을 뜻하는 '사이보그'와 경기를 의미하는 라틴어 '애슬론'의 합성어다. 사이배슬론 대회는 신체 일부가 불편한 장애인들이 로봇과 같은 생체 공학 보조장치를 착용하고, 주어진 시간 내 앉고 서기, 지그재그 걷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 총 6개 코스를 얼마나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평가해 순위를 가린다. 2016년에 이어 다음 대회는 내년 5월 스위스에 열릴 예정이다. 그동안 기술 발전 수준을 반영해 미션 난이도가 한층 높아졌고, 이에 대비해 공 교수팀도 한층 업그레이드된 기능과 함께 개인 맞춤형 개발을 통해 '워크온'을 선보일 예정이다.
새로 개발되는 워크온 4.0은 '웨어러블 로봇 종목'에 출전한다. 이를 위해 양팔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개발해 보조 도구 없이 제자리에 선 채로 물컵을 정리하는 미션을 수행하도록 기술 수준을 높이고 있다. 로봇 무게도 20㎏ 내외으로 가볍게 만들고, 구동력을 키워 선수가 보다 적은 힘을 들여 6개 미션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특히 엉덩이부터 발목 관절까지의 움직임과 각도를 보행 상황에 맞게 자동 제어할 수 있도록 특수 목발인 '클러치'를 사용하지 않고 앉았다가 일어설 수 있도록 개발한다는 방침이다.
공경철 교수는 "대회에서 제시하는 미션들은 장애인들이 일상생활에서 가장 필요로 하는 동작들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대회 코스만 충실히 따라가도 실제 장애인 사용자들을 위한 기술로 개발할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웨어러블 로봇은 장애인들이 일상 생활에서 독립적으로 움직이면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열린 '사이버배슬론 2020 국제대회' 출전식에는 세브란스 재활병원, 재활공학연구소, 국립교통재활병원에서 각각 선발한 7명의 선수 후보가 참가했다. 후보자에겐 개인 맞춤형으로 제작된 워크온 4.0이 지급되고, 보행훈련을 거쳐 오는 11월 대회에 출전할 1명의 선수와 1명의 예비 선수를 최종 선발하게 된다.
대전=이준기기자 bongc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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