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기술로 만든 수출 1호 원전
美·英 등 업체와 부분수주 그쳐
바라카원전 韓입지 약화 불보듯
美·英 등 업체와 부분수주 그쳐
바라카원전 韓입지 약화 불보듯
두산중공업 제공
한국수력원자력-한전KPA 컨소시엄과 두산중공업이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 수주 계약을 맺었지만, 한국 업체들이 정비사업 전부를 따내지 못한 것은 뼈아픈 대목이다.
UAE 원전은 우리나라가 자체 개발한 원자로(APR1400)를 쓰고, 원자력발전소 설계부터 건설, 운영까지 모두 우리 업체가 맡으며 우리나라 '사상 첫 원전 수출'이라는 역사를 쓴 원전이기 때문이다. UAE 바라카 원전의 모든 것을 우리나라가 알고 있는데도, 단독 수주하지 못하고 미국이나 영국 등 다른 나라 업체와 정비 사업을 나눠 수주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이 해외 원전 사업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그동안 한수원은 발전설비 정비업체인 한전KPS와 일명 '팀코리아'을 꾸려 바라카 원전 정비사업 계약을 통째 수주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2009년 수주에 성공해 총 1.4기가와트(GW)짜리 4기를 건설하게 되는 바라카 원전은 한수원의 고유 기술로 만든 한국형 원전(APR1400)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당초 한수원이 정비 계약을 모두 수주할 것으로 예상했다. 단독 수주 시 정비사업 계약금액은 2조∼3조원 규모로 추정됐다. 그러나 이번 계약에서 전체 정비사업 예상기간(10∼15년)보다 적은 5년으로 기간도 한정되고, 미국 얼라이드파워나 영국 두산밥콕 등 경쟁사에도 일부 정비를 맡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수주액은 수천억원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원전 업계는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수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주장한다. 새로운 원전을 건설하지 않고,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에너지변환 정책이 경쟁국 원전 관련 업체에 공격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것이다.
원전 축소에 따른 전문인력 이탈 우려 등이 UAE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는 주장도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 한수원, 이번 정비 사업을 발주한 바라카 현지 원전 운영법인인 '나와'(Nawah) 측은 공식적으로 "정비 파트너를 선정하기 위한 의사결정은 한국의 원전 정책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한수원 측은 정비사업을 수주업체에 일임하는 LTMA(LTMA:Long-Term Maintenance Agreement) 방식이 아니라, 나와가 전체 원전 사업의 주도권을 잡고 정비사업자로부터 정비 서비스를 받는 장기정비 사업계약(LTMSA:Long-Term Maintenance Service Agreement)을 맺었다고 밝혔다. 나와가 바라카 원전에 대한 한국의 입지가 너무 강해지는 것을 경계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나와 측은 "나와가 바라카 원전의 정비작업 주도권을 가지기 위해서 정비사업 계약방식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한수원이 원전 정비 관련 고위직을 나와에 파견해 바라카 원전 정비계획 수립 등 중요 의사결정에 참여하기로 했다"며 "앞으로도 세계에서 유일하게 APR1400 운영 경험을 가진 팀코리아가 정비사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룡기자 srkim@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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