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에 올랐던 유치원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이 25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간다.
유치원 3법은 사립유치원 비리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는 여론을 타고 지난해 12월27일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됐으나 180일 동안 상임위원회에서 방치되다시피 했다. 그러나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의무도입 등을 놓고 찬성하는 더불어민주당과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간 이견이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법사위로 넘어간다고 해도 최장 90일 동안 머물다 원안 그대로 본회의에 상정될 가능성이 크다.
유치원 3법을 대표발의했던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2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3법은 사립유치원의 공공성과 회계투명성 강화를 위한 지극히 상식적인 법이었다. 지난해 국정감사 이후 사립유치원의 회계부정 백태가 드러나면서 온 국민의 지지를 받은 법이어서 당연히 금방 통과될 줄 알았다"면서 "그러나 한국당과 한국유치원총연합회의 협공에 막혀 조속한 국회통과가 저지되는 것을 보면서 큰 좌절을 느꼈다"고 하소연했다. 박 의원은 "한유총은 전열을 다시 재정비하고 있다. 국민들 앞에 머리 숙이고 백기투항하던 모습은 오간 데 없고 지금 교육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벌이고,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까지 제기했다"면서 "한국당이 억지 논리로 한유총의 편을 들고 국회논의를 막아서면서 결국 한유총에게 반격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유치원 3법을 막은 한국당을 비판했다.
박 의원은 본회의 표결에 마지막 기대를 걸고 있다. 박 의원은 "이제 5개월만 지나면 본회의에서 표결처리를 하게 된다"면서 "반드시 오는 11월 22일 이후 첫 본회의에서 유치원 3법을 통과시켜 지난 수십년 동안 미뤄져 온 유치원 개혁의 끝을 보고, 1년이 넘는 긴 싸움의 대장정을 승리로 마무리 하겠다"고 했다. 박 의원은 유치원 3법의 후속법안을 추가로 발의해 처벌조항을 더 강화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현재 패스트트랙에 올라 있는 유치원 3법은 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이 발의한 중재안이라 박 의원의 법안보다 처벌 수위가 낮다.
국회 교육위원장인 이찬열 바른미래당 의원과 민주당·바른미래당 간사인 조승래·임재훈 의원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유치원 3법이 교육위 심사 없이 법사위로 넘어가는 것에 유감을 표명했다. 이 위원장은 "교육위에 주어졌던 180일 내에 처리하지 못해 대단히 유감스럽다"면서 "특히 학부모님들과 우리 아이들에게 송구한 마음을 전한다"고 했다. 이들은 교육위 심사가 무산된 책임을 한국당의 방기로 돌렸다. 이 의원은 "유치원 3법을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한 뒤 여러 차례 법안 소위를 열었지만, 한국당의 비협조적인 태도로 처리하지 못한 점은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유치원 3법은 민주당의 안과 한국당의 안을 절충한 중재안이다. 협치를 위한 법안이지 특정 정당의 일방적인 주장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러나 법사위도 90일이라는 법적 기한 동안 유치원 3법을 묶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당 소속 여상규 의원이 법사위원장이라 안건 상정부터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박용진 민주당 의원이 24일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유치원 3법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가운데)과 민주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오른쪽), 바른미래당 간사인 임재훈 의원이 24일 국회 정론관에서 '유치원3법 교육위 처리 불발'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