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이러다간 新냉전 최대 피해자 된다

박승준 아시아 리스크 모니터 중국전략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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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3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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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이러다간 新냉전 최대 피해자 된다
박승준 아시아 리스크 모니터 중국전략분석가
우리는 미국과 소련이 두 개의 축이 되어 빚어낸 제1의 냉전(冷戰·Cold War)의 최대 피해국이었다. 우리가 일본의 식민지였던 상황에서 개전된 제2차 세계대전은 독일과 이탈리아, 일본 3개국의 파시스트들이 일으킨 열전(熱戰)이었고, 그 열전의 후반부에 국제사회에선 소비에트 사회주의공화국 연방(U.S.S.R.)과 중화인민공화국을 중심으로 하는 사회주의권과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권으로 나뉜 냉전이 시작됐다. 한반도는 이 두 진영의 힘이 충돌하는 지역에 있던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분단이 되면서 2차 대전 종전 불과 5년 만에 냉전의 불꽃이 타오른 지역이 됐고, 한국전쟁의 결과 우리는 분단이라는 굴레를 쓰게 됐다. 냉전이 세계 곳곳에 남긴 분단의 굴레를 우리만 아직 70년 가까이 흐른 뒤에도 벗지 못하고 있다.

현재 진행형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과 과학기술 쟁탈전을 중국은 '과학기술 냉전'(科技 冷戰)이라고 규정하고, 미국이 '디지털 철의 장막'(數字鐵幕 · Digital Iron Curtain)을 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6일 '종소리'(鐘聲)라는 평론을 통해 미국에 대한 비난을 퍼부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건설한 국제질서의 핵심은 이념과 제도, 규칙을 기초로 한 것이었으며 상품과 자본, 기술은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체계였다. 그러나 지금 미국이 벌이고 있는 적나라한 패권적 행동은 그런 규칙체계를 무너뜨리고, 과학기술 영역에서 약육강식과 승자독식의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인민일보는 19세기 프랑스 과학자 루이 파스퇴르가 한 말 "과학에는 국경이 없고, 과학기술은 전 세계 인류의 재산이며, 세계를 비추는 불꽃"이라는 말을 인용해서 미국이 자신들의 과학기술을 중국이 사용하지 못하게 차단하는 행동을 비난하기도 했다.

미국·유럽과 소련·중국이 양쪽 진영이 되어 벌이던 냉전은 1971년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전통적인 전술전략이던 이이제이(以夷制夷 · 오랑캐를 활용해서 오랑캐를 제압한다)를 동원한 세계전략에 따라 중국과의 전격적인 화해 구도를 만들어냄으로써 붕괴되기 시작했다. 미국이 이이제이 전략을 구사한 지 20년도 채 안 된 1990년 소련과 동유럽의 사회주의권 정치체제는 무너졌고, 냉전의 산물이던 동서독 분단 체제도 해소됐다. 미국은 유일하게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하고 있던 중국에 대해 자본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을 옮겨 심고, 무역거래를 열어주면서 2001년 중국이 WTO(국제무역기구)에 가입하는 것을 도와주었다. 중국이 덩샤오핑(鄧小平)이 리드하는 개혁개방 체제를 통한 빠른 경제발전을 추진했고, 중국 개혁개방체제 성공의 바탕에는 미국 기업들이 중심이 된 FDI(외국인 직접투자)가 동력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런 미국의 계산이 틀린 것인지, 중국은 개혁개방 40년이 넘도록 사회주의 정치체제를 유지한 채 경제만 시장경제 시스템으로 가동하도록 하는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해왔다.

"우리 미국은 중국에 속고 있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제일의 중국 전문가'라고 자랑하는 허드슨 연구소 소속 국제정치학자 마이클 필스버리(Michael Pillsbury · 1945~ )는 저서 '백 년의 마라톤'(Hundred Year's Marathon) 서문에 그렇게 개탄했다. 이 책에서 필스버리는 자신을 포함한 미국의 국제정치학자들은 대학시절부터 '중국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었다는 점을 최근에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30년 넘게 중국의 경제가 성장하는 것을 미국이 도와주었지만 중국은 자유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추구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미국의 국내정치 간섭을 통해 자유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훼손하려는 행동도 서슴지 않고 있다는 점도 깨달았다고 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국에 대한 무역전쟁 발동은 단순히 트럼프의 무지나 성격적 결함 때문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 필스버리를 비롯한 미국 보수 지식인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백 년의 마라톤' 제1장은 "중국인들의 전통적인 전술적 사고를 반영하는 손자병법의 제1조는 상대방을 속이는 기만술책"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있다. 현재의 무역전쟁은 그런 점에서 쉽사리 종결될 성격의 전쟁이 아니며, 우리는 사태를 좀 더 심각하게 보아야 한다. 우리가 아직도 제1의 냉전을 보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현재 진행 중인 미국과 중국의 제2 냉전의 심각성을 간과한다면 우리는 또다시 미·중 간 무역전쟁과 과학기술 냉전의 최대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과 중국 일변도로 짜인 우리의 경제구조는 미·중이 벌이는 제2 냉전의 불꽃이 튀어 발화할 인화력을 너무나 많이 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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