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투명성은 보조금의 절대조건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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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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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투명성은 보조금의 절대조건
권오용 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복지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의무공시 공익법인의 보조금 수입도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공시연도 기준 2016년은 36조 3265억원, 2017년은 40조1724억원, 2018년은 44조1764억원으로 매년 약 4조원씩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보조금은 '주인 없는 돈'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국가에서 지원하는 보조금을 유용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경남도는 지난해 10월부터 12월까지 아동복지시설 46곳에 대한 특정감사를 통해 101건의 국가보조금 횡령 또는 유용행위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중 한 기관은 이체기록을 조작해 173차례에 걸쳐 시설장 본인, 가족 등에게 이체하거나 현금을 출금하는 방법으로 5600만원을 횡령했다. 또한 근무하지도 않는 친인척을 직원으로 올려 회삿돈 32억원을 빼돌린 부산 시내버스회사 대표가 최근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인건비를 허위로 계산해 표준운송원가를 올려 부산시 버스 준공영제 재정보조금 수십억원을 부정 수급했다.

버스 준공영제는 경제적, 신체적 약자의 이동권 보장을 위한 대중교통 공급의 필요성, 지역균형과 사회적 안정성 제고를 위한 대중교통 확충의 방안으로서 도입되었다. 버스 소유와 운영은 민간이 담당하며, 요금조정 및 버스운행 관리와 운송비용은 지자체가 보전해줌으로써 공공부문의 계획과 관리, 민간 부문의 효율성으로 보다 높은 수준의 버스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마련되었다. 준공영제 재정보조금은 2007년 시행 첫해 312억원에서 2018년엔 1,270억원으로 4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현재 버스 준공영제의 가장 큰 문제점은 보조금 수급 비리를 예방하고 검증할 모니터링 시스템이 사실상 없다는 데 있다. 관련 공무원이나 전문가 등 몇 사람만 눈을 감아도 세금이 새는 걸 막을 방법이 없는 것이다. 2004년 전국에서 처음으로 버스준공영제를 실시한 서울의 경우, 지난 해 감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준공영제 버스회사 주주들이 2억~25억원대 배당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친인척을 허위 직원으로 등록하는 등의 수법으로 지원금을 부풀려 타간 사례가 적발되어 심각한 도덕적 해이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또한 충남 논산시에서는 2014년 정부에 지역에 체육관이 없어 논산 공설운동장 인근에 실내체육관을 짓는다며 국고보조금 85억원을 신청했다. 하지만 당시 해당 지역에는 국민체육센터와 체육공원 내 실내체육관도 운영 중이었다. 감사원은 2015년 체육관이 있는 것을 속이고 새로운 체육관을 세우려다 적발된 충남 논산시에 담당자 징계를 요구한 사례도 있었다.

비일비재한 국가보조금 비리 문제는 최근 사립유치원 국가보조금 횡령 사태로 인해 수면위로 드러났다. 이 사건으로 인해 국가 보조금 운용 투명성 강화를 위해 유치원 3법등의 논의가 계속되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보조금 비리는 끊이질 않고 있다.

준공영제 등 보조금이 제대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회계 투명성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정부 및 지자체는 반드시 지급기관의 투명성을 확인하여 보조금을 집행하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최근 사립유치원들이 '에듀파인(국가관리회계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한 것도 회계투명성 확대를 원하는 학부모들의 열망에 따른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 개발업체인 글로스퍼는 '노원 블록체인 지역화폐 시스템'을 구축한데 이어 영등포구청의 '블록체인 기반 제안평가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개발했다. 해당 시스템은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평가 절차에서 위·변조를 방지해 입찰과정의 투명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이렇듯 최근에는 줄줄 새는 보조금을 막고자 정부 및 지자체에서는 IT기술을 이용하여 투명성 확대를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기술발전의 추세에 따라 회계제도의 검증을 위한 검증시스템의 도입은 국가보조금에 개인의 욕심이 개입될 여지를 없앨 수 있다. 즉, 투명성의 확보는 급증하는 보조금의 전제조건이다. 또한 정부 및 지자체가 보조금 지원을 위한 기관을 선정할 때 한국가이드스타와 같은 중간지원기관의 '투명성 리포트'를 참조하여 투명하고 효율적으로 사업을 하는 기관을 선정한다면, 최소한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기관을 선별할 수 있고, 이는 곧 국가 차원의 조세정의를 실현하는 길이기도 하다. 검증 시스템 도입을 통해 개인의 욕심으로 더 이상 혈세가 낭비되는 사건이 발생하지 않길 바라며, 정당하게 공익사업을 하는 많은 공익법인들이 더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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