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일자리, 지키는 데서 출발해야

장주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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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20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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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일자리, 지키는 데서 출발해야
장주욱 서강대 전자공학과 교수
일자리가 없다고 난리다. 청와대 일자리 상황판은 대통령이 날마다 점검한다고 한다. 당연히 정부 모든 부처가 일자리 창출에 눈물겨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청년 3명을 고용하면 그 중 1명의 임금을 대주는 '2+1 제도' 등 부처마다 다양하고 복잡한 지원 제도가 많아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정도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37조를 쓰고도 일자리 증가세는 오히려 반 토막이 났다는 보도가 있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경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으로서 상식 수준의 질문을 해 보자. 일자리는 기업이 만드는 것 아닌가. 정부가 만들 수 있는 일자리는 세금으로 월급 주는 공무원밖에 없지 않은가. 정부의 '일자리 정책 개요'를 찾아 읽어 보았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가계소득을 늘리고, 늘어난 소득이 소비를 확대하여 내수를 활성화시키고 이것이 다시 성장으로 이어지는...' 이라고 쓰여 있다. 문장 어느 곳에서도 '기업'이란 단어는 없다! 문맥을 보면 주어는 정부인 듯하다. 사실 2018년 공무원 등 공공 분야 일자리는 25만개 증가했다. 그러나 제조업 일자리는 12 만개나 감소했다.

정부는 이렇게 노력하는데 기업들은 왜 일자리를 만들지 않는가. 우리나라 대표 기업 삼성전자에게 물어보자. 삼성전자는 사실 제조업 일자리를 꾸준히 만들고 있다. 우리나라가 아닌 베트남에! 삼성은 베트남에 10 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만들며 베트남 수출의 25%를 차지할 정도로 베트남 경제 발전에 기여한다. 1만개가 넘는 우리 기업이 해외로 나가 300만명 이상의 현지 인력을 고용하고 있다.

정부는 복잡다단하고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일자리 정책들을 서두르기 전에 기업들에게 왜 해외로 빠져나갔는지 또는 나가려고 하는지 물어야 한다. 중소기업 80%가 해외로 나갈 생각이 있다고 한다. 생소한 언어와 문화, 제도 등의 어려움을 무릅쓰고 해외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기업들의 절박한 사정을 외면하면서 어떻게 일자리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경제 기여도도 높고 고용효과도 큰 첨단 제조업은 해외로 나가고 우리 젊은이들이 편의점 알바 등 단기성 임시직에 내몰리고 있는 것이 우리가 처한 아이러니다.

기업이 원하는 건 무엇일까. 낮은 법인세와 예측 가능한 경영 환경(노사 문제 포함)이다. 법인세율을 3% 올리면 30조의 자본이 해외로 순유출된다는 분석도 있다. 정부는 2018년 법인세율을 최고 3% 인상하였다. 그로 인해 2조3000억의 세수가 증가했고 그 돈을 일자리 예산에 썼다. 차라리 30조의 자본이 국내에 남아 기업을 만들고, 그 기업들이 일자리를 만드는 게 낫지 않은가. 일자리 예산 37조를 절약해 법인세를 낮춘다면 해외로 나간 기업도 돌아오고 외국 기업들도 몰려와 양질의 일자리가 넘쳐날 수 있다. 법인세를 낮춘 미국과 일본에 기업들이 돌아오고 있다. 일본이 법인세를 34%에서 20%로 낮추자 혼다 자동차는 멕시코의 생산라인을 일본의 사이타마현으로 옮겼다.

한국경제연구원은 해외 진출 제조업 10%만 돌아와도 청년 실업 문제가 해소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도 6년 전부터 유턴 기업 지원법(해외 진출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을 시행 중이지만 실제 돌아온 기업은 거의 없다.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노동시장의 경직성, 인건비 부담, 높은 법인세 때문이다. 이런 장애 요인을 제거하려면 정권 차원의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부처가 하나가 된 것처럼 노력해야만 기업들이 정부에 대해 가지는 뿌리 깊은 의심을 해소할 수 있다. 청와대에 '일자리 상황판' 보다 필요한 것은 '해외 진출기업 복귀 및 외국 자본 유치 상황판'이다.

일자리 부족이라는 '현상'을 바꾸려고 무리수를 두기보다 기업들이 빠져나가는 '원인'에 집중해야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간염으로 얼굴이 누렇게 되었는데 비비 크림을 바른다고 간염이 치료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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