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진영, 편협한 영웅·우월주의 버리고, 보수는 희생정신 갖춰야" [이석연 前법제처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시민운동, 헌법적 테두리 안에서 해야 가치 있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입각해 추구
위법한 사실 처벌 당연하지만 적폐청산이란 불확정 개념으로 국민 편 가르기는 안돼
자유 없는 평등, 또 다른 독재 탄생시켜… 표는 많이 얻겠지만 결국 나라는 어려워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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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편협한 영웅·우월주의 버리고, 보수는 희생정신 갖춰야" [이석연 前법제처장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석연 前법제처장·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

박동욱기자 fufus@


[]에게 고견을 듣는다

이석연 前법제처장·법무법인 서울 대표변호사




"우리 헌법의 기본이념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입니다. 또 다른 한 축은 법치주의와 국민의 기본권 보장이에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보다 더 나은 체제는 없습니다. 저는 '헌법적 자유주의자'입니다. 법관들이 헌법적 양심이나 법관으로서 객관적 양심을 저버리면 법률기술자가 되는 거예요. 그런 판결은 자동판매기에다 넣고 빼내는 거와 똑같아요.(중략) 정부가 어려운 사람들을 돕겠다고 나선 정책이 그들에게 멍에가 돼고 있어요. 우리 경제가 왜 위기에 처했냐면 시장경제에 대한 신뢰가 상실된 데 원인이 있다고 봐요. 현 정부 들어 계속 헌법의 자유시장 경제이념에 반하는, 즉 시장경제질서 법치주의에 반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데 위험천만한 일입니다."

최저임금과 주52시간근무제 등 어느 때보다 법·제도가 국민의 경제적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시대다. 법은 물 흐르듯 자연스러워 민생이 의식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은 까딱 잘못하면 법에 부딪히고 깨질 판이다. 평생 헌법을 연구하고 헌법의 가치를 지켜온 이석연 변호사로부터 헌법의 정신과 기본원리, 지향점 등을 들었다.

이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의 법제처장, 제1호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 대표적 시민단체인 경실련 사무총장 등을 역임하며 법제 행정과 헌법연구, 헌법적 가치의 시민사회 확산 등에서 남다른 족적을 새겨왔다. 그는 지금 우리 사회가 헌법적 가치의 아노미에 빠졌다고 진단하며 '헌법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법치주의에 더 분명히 더 강하게 순명하라는 조언이다. 헌법은 전문가나 법조인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국민 모두의 지적재산이라고 했다.

대담 = 이규화 실장

이 변호사는 지금 진행 중인 '적폐청산'이 불확정적이고 애매모호하다며 초헌법적 개념이 돼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명확한 위법에 대해서는 법적 제재를 해야 하지만, 정권의 입맛에 따라 이전 일을 재단하는 것은 국민을 편가르기 하는 것"이라고 했다. 권력을 위임받은 자는 헌법의 기본이념인 자유민주와 시장경제, 법치주의, 국민 기본권에 입각하지 않는 행위를 눈곱만큼도 하면 안 되며, 사법은 헌법이 부여한 헌법적 양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개헌의 필요성도 강하게 피력했다. 권력구조로서 현행 대통령제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삶의 양태가 변하는데 따라 국민기본권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추상적 선언적 규범이 아닌 생활규범으로서 국민의 삶 속에 녹아 들어가는 헌법이 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헌법 지킴이'로서 수많은 헌법소원과 공익적 소송을 벌여온 것도 그의 이같은 신념의 소산이다.

-공익적 소송을 많이 해오셨는데, 판검사 임용보다 변호사 활동을 택한 것도 공익활동을 염두에 둔 결정이었던 건가요.

"행정고시를 보고 법제처 사무관으로 갔거든요, 지원해서 갔습니다. 거기서 다시 박사과정도 다니고 정훈장교로 군 3년도 다녀왔어요. 복직해서 일하다 사법시험에 됐어요. 사업연수원 2년 마쳤는데, 성적이나 여러 기준으로 볼 때 판검사 임용 조건이 충분했지만, 자진해서 임용을 않겠다고 하고 법제처에 복직했어요. 그러고 1년 있다 헌법재판소가 생기면서 상임 헌법연구관 1호로 스카우트된 거지요. 제 후임이 현재 자유한국당 의원인 정종섭 의원(전 서울대 법대 교수)이예요."

-헌법 연구를 본격 시작한 계기는 헌법연구관을 맡으면서인가요.

"헌법연구관을 5년 했어요. 초창기에는 재판관이나 연구관이 연구하며 판례를 쌓아갔는데 참 보람 있었어요. 당시 변정수 초대 헌법재판관에게 법조인으로서 기본 자세를 많이 배웠어요. 2년 전에 돌아가셨는데, 참 훌륭한 분이셨습니다. 저는 판·검사로 법률 해석에 매달리는 것보다 헌법 연구라는 데에 매력을 느꼈어요. 헌법연구관 사직 후 바로 변호사사무소 개업하며 시민운동에 뛰어들었어요."

-한때 시민단체들이 시민운동을 잘못된 방향으로 이끈다, 권력화 한다는 비판이 있었는데요.

"저는 시민운동을 하면서도 확고한 원칙을 지켰습니다. 시민운동도 헌법적 테두리 안에서 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요. 악법도 법이지만 악법을 개폐하는데 앞장서야지 악법은 법이 아니다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었어요. 방법론 갖고 많이 다퉜지요. 박원순 변호사는 악법은 법이 아니라며 자기들이 판을 바꾸는 역할을 하려고 했어요. 2000년 총선연대에 경실련은 참여를 안했어요. 낙선운동은 법이 금하니까 안 된다 했어요. 다만 공천 부자격자 명단은 발표했고요. 지금도 나는 그렇게 나가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걸 갖고 박원순 변호사와 논쟁을 하자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경실련의 이석연, 참여연대의 박원순은 당시 시민운동의 양대 산맥이었어요. 그 후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맞붙을 기회가 두 번 있었지요?

"첫 번째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였습니다. 당시 한나라당에서 주호영 의원이 와서 후보로 추대하겠다고 했어요. 앞서 시민단체, 보수와 중도 진영에서 저를 추천을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한나라당에서 경선을 하라는 거예요. 저는 그렇게는 안 하겠다고 했어요. 그 때는 박원순 씨도 처음 나왔을 때였어요. 박원순 후보의 방법론을 제가 잘 알고 있었어요. 참여연대, 아름다운재단, 희망제작소로 이어지는 그 내막을 제가 너무 잘 알거든요. TV에서 격렬하게 토론하려고 했었어요. 하지만 한나라당이 당초 말을 바꿔 경선하라고 해 그만뒀습니다. 또 한 번은 작년에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저한테 간청을 했어요.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김형오 전 의장, 이종찬 전 국정원장 등 원로분의 조언을 구했어요. 군에 가있는 막내까지 휴가를 내 가족회의를 했는데, 모두 부정적인 거예요.(이 변호사는 아들만 셋 두었는데 모두 현역 복무했다) 그냥 반대가 아니라 절대 반대하는 거예요. 특히 집사람이 노욕(老慾)이 아니냐는 거예요."

-이명박 정부에서 법제처장을 하시면서 청와대가 하려는 일에 브레이크를 많이 건 걸로 알고 있습니다. 사무총장 하신 경실련도 사실은 좌파 정책을 선호했고요. 그런 측면에서 변호사님은 우파와 좌파 모두에 확산력이 있는 분으로 알려져 있어요. 현 정부에서 어떤 역할을 요청한 적은 없습니까.

"그럴 상황은 아니고요.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저를 보수주의자로 아는데, 극우 정통보수 측에서는 저를 위장보수라고까지 해요. 진보에서는 꼴통보수라고 하고요. 저는 항상 얘기하지만 진보도 보수도 아닙니다. 굳이 얘기하자면 저는 헌법의 가치, 헌법이 추구하는 지향점에 근거해 활동해왔기 때문에 '헌법적 자유주의자'라고 해요. 우리 헌법의 기본 이념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거든요. 이걸 한 축으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법치주의와 기본권 보장, 그 중에서도 약자의 기본권이 중요합니다. 저는 특히 약자의 기본권을 강조합니다. 그런 점에서는 지금 소위 진보적 활동가들보다 훨씬 더 약자의 기본권 주장에 있어서는 앞서 갑니다. 체제에 있어서는 나는 확실합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보다 더 나은 체제는 없다고 보니까. 그렇지만 기본권 특히 약자의 기본권에 있어서는 누구 못지않게 앞장서왔어요. 이번에 단재 선생 후손들의 민사소송을 대리하게 된 것도 약자를 돕는 거라 봅니다. 법제처장을 할 때 독립운동가들 가족관계등록부 만드는 데 기초를 닦은 것도 그런 측면에서 봅니다."

-최근 단재 신채호 선생 후손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의 법률대리인을 맡았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올해가 3·1독립운동 100주년이라는 뜻깊은 해인데, 잠깐 그 문제를 여쭤보겠습니다.

"단재 선생이 망명을 떠나기 전에 사시던 집이 삼청동에 있어요. 그 사실을 당시 대한매일신보 기사를 뒤져서 찾아냈어요. 그 집터가 총독부로 들어갔다가 일본사람으로 건너갔다가 몇 사람 거쳐 지금은 모 종교단체로 들어가 있어요. 단재 선생 입장에서는 부당하게 뺏긴 거라고요. 단재 선생은 1936년 다롄에서 옥사하셨거든요. 단재 선생 후손들이 계세요. 며느리와 손자인데 그 분들이 어렵게 살아요. 일단 현 소유로 돼 있는 단체에 소유권이전등기 소송을 제기했어요. 인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 같아요. 우리가 주안점을 두는 것은 국가가 망명 독립운동가의 재산 관리를 소홀히 했다 또는 총독부를 이어받은 정부가 관리 소홀로 소유권을 잃었으니 국가를 상대로 배상청구를 한 거지요. 이게 주 목적입니다."

-어떤 연고로 소송을 맡게 됐나요.

"단재 선생 후손들과 알게 된 지는 10년이 넘었어요. 제가 법제처장 할 때 며느리 이덕남 여사가 저를 찾아왔어요. 지금도 단재 선생이 국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그래요. 호적이 없다는 거예요. 요새는 호적이 가족관계등록부로 바뀌어었지만. 법제처장 맞자마자였는데, 당 시 보훈처장과 상의를 해서 독립운동가 예우와 관한 법률 개정 절차를 밟아 단재 선생의 국적을 회복했지요. 호족을 갖게 된 거죠. 그 때가 바로 MB 정부 2009년 3월 19일이었어요. 단재 선생이 왜 이렇게 국적 회복이 늦었냐면 이승만 정부에서는 어려웠기 때문이라고 봐요. 단재 선생과 이승만 대통령은 독립운동 방식에서 아주 극과극이었어요. 임시정부 때 이승만이 국제연맹 등 외교를 통해 독립에 힘쓰자 했지만, 단재 선생은 아니다 우리도 힘으로 맞서야 한다고 주장했거든요. 단재 선생뿐 아니라 후손들이 홀대를 받았어요. 5·16 나고 박정희 전두환 대통령 때도 그렇고 심지어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도 조명을 못 받았어요. 오히려 보수정권인 이명박 정부 때 국적을 회복하게 된 거죠. 후손들도 대한민국 국민이 된 거죠. 그런 인연이 있어서 이번에도 변호를 맡게 된 겁니다."

-독립운동가 분들의 활동을 현창하는 것 뿐 아니라 그 후손들을 잘 보살피는 것도 국가의 임무 아니겠습니까.

"말만 해서는 안 됩니다. 대통령이 아무리 말을 해도 밑에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돼요. 이번 소송을 진행하면서 제가 한 번 정부의 태도를 보려고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도 독립운동가 후손이나 국가보훈자들에 대해서 성심성의껏 모셔라 했는데, 정부 대응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려 해요. 물론 법원이야 법리를 가지고 하겠지만, 정부는 어떻게 하는가는 또 별개 거든요."

-이 경우도 시효가 있지 않나요.

"국가를 상대로 하는 배상 소송에도 시효가 있어요. 국적을 회복한 후 3년 이내인가 그래요. 그러나 이 경우에는 국가가 '시효 이익의 포기'라는 게 있어요. 시효의 이익을 받을 자가 그것을 포기하면 되는 겁니다. 정부는 독립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을 개정하고 기회 있을 때마다 예우하겠다고 했으니까 국가가 시효의 이익을 포기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겁니다."

-이번 소송 건도 이 변호사님이 그동안 해온 수많은 공익소송의 일환이 되겠네요.

"이번 소송도 공익소송 성격이지요. 공익소송이라는 게 사실 돈 안 받고 내 돈 들여 하는 거거든요. 그런데도 한쪽에서는 욕도 먹고 그래요. 그런 사건이 얼마나 많았었습니까. 군 가산점 위헌소송이나 수도이전법도 그렇고. 나는 신념에 입각해서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고 한 거거든요.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대다수 국민들은 해줘야 한다고 할 거예요, 법리를 떠나서. 평소 소신에 따라 해온 연장선에서 하는 거죠. 사회에서 관심을 많이 갖더라고요. 오늘 아침에도 사회 원로 분들이 전화를 해와 격려도 해주시고 그랬어요."

-전직 대통령들이 감옥에 가는 건 이제 흔한 일이 됐습니다. 그런데 전직 대법원장이 감옥에 간 경우는 우리도 처음이고 세계적으로도 드문 일이지요.

"세계적으로도 처음일 겁니다. 제대로 민주주의 하는 국가나 소득이 이 정도 되는 나라 가운데서는 아마 없을 겁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심 공판에서 전직 대법원장에 대해서도 죄를 만들어 소설 같은 공소장을 써서 기소하는데, 일반 국민들에 대해서는 어떻겠느냐고 열변을 토했습니다. 지금 국민들의 법 보호가 만족할 만한 수준입니까.

"우선 양승태 대법원장의 구속은 자승자박인 측면이 있어요. 양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설치를 무리하게 추진했어요. 상고법원은 헌법 위반 소지도 있고 다 반대를 했어요. 변호사협회도, 나도 반대했어요. 안 된다. 국민이 대법원에서 재판 받을 권리를 박탈한다. 상고법원은 대법원도 재판을 골라서 하겠다는 겁니다, 헌법재판소를 의식해가지고. 법을 통과시키려다보니 청와대와 국회의 협조가 필요했던 거지요. 국회에도 얼마나 로비를 했습니까. 로비라 볼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공명심을 위해 밑에 대법관이나 행정처차장, 실장 등 제 동기들도 있었는데, 이런 사람들을 시켜서 상고법원을 추진한 것은 객관적 사실 아닙니까? 이걸 부인할 순 없어요."



-상고법원 추진에 무리수를 둔 것이 양 대법원장 비극의 단초가 됐다는 건가요.

"양 대법원장이 법원에서 없는 죄를 만들어 뒤집어씌웠다 했는데, 이건 아니지요. 팩트는 확실해요. 사실 과거에도 행정부와 사법부가 모종의 '거래'는 있어왔어요. 김병로 대법원장 때는 엄격했다고 하지만 정도의 문제지만 쭉 있어왔어요. 다만, 이것도 그 전처럼 그대로 넘어갈 것이냐 아니면 직권남용으로 죄를 물어야 할 것이냐 하는 문제가 있어요. 이것이 과연 사업부 수장의 죄를 물어 구속까지 해야 할 정도가 되는지 여기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를 수 있어요."

-쟁점이 직권남용 죄인데 앞으로 법리 다툼이 치열하지 않을까요.

"대법원장을 구속할 만한 사유까지 되느냐는 점은 다툴 수 있어요. 나도 불구속으로 재판을 받게 해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국민 여론이라는 게 말이죠, 상고법원 강행에 대해서는 굉장히 비판적이었어요. 이에 대해 양 대법원장이 소통 않고 불통이었고요. 그래서 저는 양 대법원장이 법치가 죽었다 말할 자격이 없다 봐요."

-상고법원이 그리 급했던 건가요.

"발등의 불은 아니었어요. 대법원이 사건이 많으니까, 상고법원을 만들어 어지간한 사건은 거기서 맡고 대법원은 중요 사건만 뽑아서 하겠다는 생각이죠, 미국같이. 미국은 그런 게 다 헌법사건이거든요. 우리는 헌법재판소가 있잖아요, 헌법재판소처럼 대법원이 하겠다는 건데, 시급하지도 않고 국민들도 대법관한테 재판을 받길 원하거든요. 상고법원은 대법원 안에 대법원 판사를 두고 재판을 하는 건데, 국민은 어디서 재판받길 원하겠어요? 국민이 원하는 바도 아니었고 헌법체계에도 맞지 않았으며 시급하지도 않았어요."

-대법관이 재판해야 할 사건이 쌓이고 재판기일이 밀리는 문제는 어떻게 해소해야 하나요.

"대법관 수를 법률에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요, 얼마든지 늘릴 수 있어요. 변협에서는 대법관 수를 늘려라 주장하고 있지요. 20명, 30명까지 늘리라는 말도 있어요. 그렇게 되면 대법관들의 권위가 떨어지지요. 지금이라도 대법원의 사건 부담 때문에 재판을 소홀히 한다는 비판을 해소하려면 저는 대법관 수를 한 20명으로 늘리는 게 좋다고 봐요."

-국민의 법조에 대한 불신이 여전합니다. 법률기술자는 많지만 법률가는 적다는 말이 있는데요.

"법관들이 헌법적 양심이나 법관으로서 객관적 양심을 저버리면 법률기술자가 되는 거예요. 그런 판결은 어디 자동판매기에다 넣고 빼내는 거와 똑같거든요. 사람이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종교에서는 신만이 하는 거예요. 그런데 법관한테 그 권한을 주었단 말이지요,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것부터 그 사람의 재산을 뺏어서 누군 주고 말고 하는 권한을 헌법이 부여한 거예요. 헌법이 법관에게 부여한 권한을 개인적 주관적 감정적인 판단으로 쓰면 안 돼요. 헌법적이고 객관적인 양심에 따라 써야 해요. 그러하고 법관들을 모두 신뢰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보니 3심제도가 있고 대법관의 구성이 중요한 겁니다. 대법관 구성이 그런 의미에서 보수적일 수밖에 없어요. 마지막을 지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헌법의 마지막에서는 보수적인 가치가 있다고 하거든요. 헌법을 강조하면 보수적이라고 하는데, 그건 아니에요. 버락 오마바 대통령이 한 얘기가 있거든요, 상당히 진보적이었던 사람인데, '우리는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헌법을 옹호한다'고 했어요. 나는 오마바 얘기 중 이 말이 가장 마음에 들어요. 헌법을 강조하는 것에 이념적 잣대를 대지 말라고 하고 싶어요."

-양 대법원의 소위 '사법농단'의 또 다른 사유가 강제징용 위안부 배상 판결에서 정부와 거래를 했다는 거거든요.

"대법원에서 파기 환송한 적이 있어요. 그것을 고법에서 일본 기업들이 배상을 하라는 판결이 또 나왔고 그것을 또 다시 상고심에 올려서 대법원이 갖고 있었어요. 그것을 갖고 있으면서 대법원이 고민했던 게 한일관계, 외교적 문제였어요. 정부의 의견을 듣고자 한 건데 그것이 심했다는 건데, 내가 보기에 이것은 박근혜 정부쪽에서 대법원에 접근한 건이에요. 상고법원 설치 건은 대법원에서 접근했고. 위안부 문제를 졸속으로 합의하려고 법원에 접근을 한 거예요. 나는 대법원이 사건을 오래 갖고 있었던 거에는 이해를 해요. 하지만 정부쪽에서 그런 행위를 했던 것은 나중에 위안부 합의만 없었다면 그대로 넘어갔을 거예요. 저는 위안부 합의를 저렇게 하면 안 된다고 했어요. 그걸 하려고 법원에서 갖고 있으라(판결을 미뤄라)고 한 건 아닌지 생각해요. 이건 제 추측입니다. 다만, 외교적인 파장이나 상대국과 조약을 고려해서 대법원이 판단을 기피하거나 또는 신중히 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어요. 아마 정부쪽에서 요구를 한 것 같아요."

-강제징용 문제는 대법원 확정 판결이 이미 났기 때문에 엎질러진 물이 돼버렸는데요

"글쎄요. 한일관계에 대해서는 저도 고민을 많이 했어요. 이걸 어떻게 푸느냐, 그렇잖아도 글도 하나 썼다가 발표를 않고 있어요. 저는 일본을 자주 가는 편입니다. 케이오대학에서 2000년 초에 1년 6개월 정도 초빙교수를 한 적 있어요. 일본 지인들을 많이 만나는데, 그들은 대부분 지한파입니다. 나도 일본에 대해서는 지일파이고요. 이 사람들이 한일관계 경색에 대해 굉장한 우려를 해요. '정말 이래서는 안 된다. 자기들도 설 땅이 없다'고 해요. 또 우리도 지금 외교적으로 설 땅이 없어요. 일본을 저렇게 배척하는데 미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하라고 하고, 정부가 지금 아무런 해결책도 안 내고 있잖아요. 국내 문제에 밀려서 이러면 안 됩니다. 문제는 이겁니다, 대법원 판결이 잘못됐으니 안 지켜도 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어요. 일본 사람들이 그렇게 주장합니다. 또 우리 외교법학자들도 65년 한일청구권협정, 한일 기본조약에서 모두 해결됐기 때문에 우리가 무리한 주장을 한다 그래요. 저는 내용을 나름대로 파악하고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만. 이런 문제가 불거진 가장 근본적인 발단, 원인은 1965년 한일기본조약의 졸속 체결입니다. 동상이몽을 만들었어요. 일본은 그 협정으로 민간을 포함해 모든 청구권이 해소된 것으로 생각했고, 우리는 한일청구권협정을 빨리 체결해야 할 입장이었으니 두루뭉술하게 조약을 맺은 거예요. 그러면, 지금 와서 어떻게 봐야 하느냐면 네 주장이 그르고 우리가 옳다고 할 수만은 없다고 봐요. 당시 조약 문구상으로는 이 협정으로 모든 청구권은 소멸된다고 했어요."

-그러면 우리 대법원 판결은 그 조약을 무시한 결과가 되는데요.

"모든 청구권이 소멸된다고 했는데, 국가와 국가 간 청구권만 해당하는지, 민간 청구권은 포함되는 게 아닌지 논란이 있어요. 우리는 국가와 국가 간 청구권만 해당한다고 보고 민간 청구권은 남아있다는 입장인 거지요. 이것도 일리가 있어요. 그러나 일본의 주장은 장차 생길 수 있는 민간 청구권도 다 포함한다고 해요. 이 주장도 일리가 있어요. 그러나 일본의 주장은 문제가 있어요. 가령 위안부 문제를 봅시다. 1965년 당시에는 위안부라는 말도 없었고 알려지지도 않았어요. 그러나 1990년대 비로소 위안부 문제가 제기됐어요. 이런 것까지 65년 청구권협정에 다 포함됐다고 보는 것은 어폐가 있어요. 어느 쪽 주장도 잘못됐다고 할 수도 없어요. 또 한일간 문제는 민감한 민족적 감정이 작용하는 상황에서 우리 대법원 판결은 그런 것을 고려해서 이렇게 본다 한 거죠. 대법원 판결은 존중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한일기본협약을 무시할 소도 없어요. 그 둘 사이에서 해법을 찾는 게 정부 역할입니다."

-정부가 속히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사법부 판결도 존중해야 하고 한일 조약도 존중해야 해요. 그런데 지금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게 강제징용 배상판결문제, 다음은 재단까지 해체해버린 위안부 문제예요. 첫째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노무현 정부 때 청구권 문제에서는 우리 정부가 배상해주겠다고 했어요, 그후 유야무야됐지만은. 강제징용 당했다고 판결 받아 배상받아야 하는 사람들한테는 우리 정부가 배상을 해주면 되는 거예요. 일본에게 배상을 요구할 수가 없어요. 만약 그랬다가는 일본이 우리와 단교까지 갈 수 있어요. 지금 정부가 역할을 안 하고 있어요. 이달 말 오사카에서 G20 정상회의가 있잖아요. 그때까지는 해결책을 갖고 아베 총리를 만나야 합니다. 두 번째는 정부가 국익을 위해서라면 여론에 반하는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한일 문제는 여론에 민감한데 이런 것을 떠나 결단을 내려야 해요. 나중에 충분히 평가를 받습니다. 또 그러기 위해서는 여론의 지지가 필요해요. 특히 문재인 정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마땅히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부가 할 수 있는 힘이 생겨요. 저는 일본에 가서 강의도 많이 하고 지인도 많아서 누구보다도 한일관계에 있어서는 말을 할 수가 있어요."

-한일 정부 모두 정치적 이유로 자국민의 민족감정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일본이 가끔 방자하게 나오고 무리하게 나오잖아요. 그 때마다 우리는 흥분해서 개탄하고 그러잖아요. 그렇게 아무런 대책 없이 격분하고 망각을 되풀이하다보면 정치는 정치대로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한 마디씩 해서 지지도가 또 움직이거든요. 그런데 얻는 게 없어요.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라고 하는데, 사실은 가깝고도 모르는 나라예요. 가깝고도 모르는 나라 일본에 대해 원고를 쓰다 지금은 중단하고 있는데, 일본에 대해 직설적으로 말을 하려고 해요. 일본의 자로 우리를 볼 필요는 없어요. 그러나 일본에서 배울 건 배워야 합니다. 일본을 알아야 합니다. 일본이 그렇게 만만치 않아요. 역사상 하나의 민족이 옆 민족을 2000년 동안 괴롭힌 예가 없었어요. 그들은 우리한테서 많이 배워갔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일본으로부터 배우지 못했어요. 배울 수 있는 자가 결국은 나중에 더 많이 가지게 되는 거예요. 우리가 일본 여행을 얼마나 많이 합니까. 솔직하게 '일본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갖자' 이러면 돼요. 그런데 우리 정치인들은 국민감정을 이용만 해요. 임기 만년에 MB가 독도를 방문하고 천황이 한국을 방문하려면 사과하라 이랬거든요. 잘못된 일이예요. 그 후 MB 정권에서 나와 가지고 일본에 갔었는데, 일본 기업인들이 땅을 치더라고요. 한일관계가 최악이다 그러더군요. 역대 보수 진보 정권 모두 일본에 대한 민족감정을 이용했어요. 김영삼 정부 때 뭐라고 했어요, 버르장머리를 고친다고 그랬어요. 그러다가 IMF 규제금융 받게 되자 일본에 가서 돈 빌려 달라 하니 빌려주겠어요? 얼마 전 일본에 갔더니 기업인들이 '한국 가서 여론을 조성하는데 앞장 서달라' 그러더라고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이 국제사법재판소나 제3국 중재를 받아보자고 하거든요.

"대부분 서구의 식민정책이 일본이 우리한테 한 것처럼 가혹하지는 않았어요. 위안부 문제가 한참 후에 불거지고 또 어떤 문제가 불거질지 몰라요. 국제사법재판소에 가면 우리한테 불리할 수 있어요. 그런 걸 고려하지 않고 섣불리 국제사법재판소에 갔다가는 낭패 봅니다. 법리로만 봐선 안 된다고 봐요."

-개헌 논의가 문재인 정부 초기 나왔다가 수면 아래로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개헌에 군불이 지펴지는 양상입니다.

"개헌은 필요하고 개헌으로서 비로소 '촛불혁명'이 완성된다고 봐요, 선거제 개편이나 이런 걸 떠나가지고. 촛불 집회 나갔던 사람, 안 나갔던 사람 등 그 당시 국민의 80%는 촛불에 찬성을 했어요. 그중 40% 내지 50%의 중간층은 박근혜 정부에 대해 호의적이었던 사람들이었어요. 보수 중도와 진보 중도 사람들이 40~50%가 됐어요. 이 사람들이 가담을 했기 때문에 '촛불 혁명'에 성공한 것이지 30%, 40% 가지고선 안 돼요. 나부터도 적극 찬동을 했단 말이지요. 그 때 촛불이 내걸었던 명제가 '박근혜 대통령이 전횡하고 국정을 파탄으로 이끌어왔던 가장 큰 원인이 현행 대통령제에 있다, 이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이다, 그 제왕적 대통령제를 이제는 끝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었거든요. 저도 그때 개헌을 바로 해야 한다고 했어요."

-변호사님 말씀하신 대로 지금 안 되고 있지 않습니까?

"이 정부는 빨리 개헌부터 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고쳐야 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헌법에 의한 대통령을 빨리 선출해야 해요. 현행 헌법에 의해서 뽑힌 대통령은 제왕적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어요. 지금 문재인 대통령도 제왕적 대통령 이상을 하고 있잖아요. 분권형 대통령제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4년 중임 대통령제를 하되 부통령을 두는 것을 찬성하거든요. 부통령에게 권한을 이양하고 국회로 감사원을 이관해야 합니다. 국민들이 또 그런 것을 원하고 있어요. 그러려면 지금 문재인 대통령은 빨리 개헌을 해가지고 제왕적 대통령제를 끝내고 물러나야 하는 거예요. 그래야 촛불혁명이 완성되는 거라고요. 얼마 전에 문 대통령이 그랬잖아요. '이 정권은 촛불혁명에 의해 탄생한 정권이다. 촛불혁명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거기에 빠진 게 하나 있는데, 이 정권은 촛불혁명으로 탄생했기 때문에 제왕적 대통령제가 더 이상 지속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개헌을 해가지고 빨리 끝내야 한다, 그러려면 필연적으로 대통령의 현행 임기 단축 문제가 나오는 거 아닙니까."

-대통령 임기 단축 문제는 민감한 문제인데요.

"지난 번 정부가 내놓은 개헌안을 보면 대통령 임기 다 하고 새 헌법이 발효되는 것으로 돼 있거든요. 나는 현행 대통령 임기가 단축돼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2년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 가서 그 때 그런 얘기를 했어요. '촛불혁명 완성은 개헌에 있고, 개헌에 의해서 제왕적 대통령제를 빨리 불식시키는 데 있다'고 했어요. 촛불혁명 해놓고 현행 5년 임기를 문재인 대통령이 다 하면 촛불혁명은 의미가 없어요. 지금 국민이 아무리 말해도 마이동풍이잖아요. 개헌에 국민 기본권 강화와 국회 권한 등의 문제는 대통령제를 고치는 것 다음 문제예요. 현 정부가 개헌을 들고 나온 것은 이해가 가고, 다만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있다는 겁니다."

-지금 시기가 개헌에 적절한가요?

"자꾸 국회의원선거도 있고 또 무엇도 있고 경제가 어려우니까 미뤄왔어요. 역대 정권이 다 개헌에 대해서 약속을 했어요. MB 정부 초기에 개헌얘기가 나오고 내가 얘기하고 다니니까 청와대에서 개헌에 대해 함구하라고 그러더군요, 지금 경제가 어려워서 개헌에 대해 얘기할 때가 아니라고. 제왕적 대통령이 이대로 가다가는 지지율 무너지고 위기가 올 수 있는데, 이 정권을 위해서도 개헌은 필요하다고 봐요."

-탄핵에 적극 찬성하셨는데요.

"저는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많은 국민의 뜻이었고 헌법재판소 판결은 정치적 결정이기 때문에 옳다고 봐요. 다만 박 대통령의 법률 위반에 대해서는 탄핵할 사항이냐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되는데, 법조인마다 의견이 달라요. 나는 타당하다고 봐요."

-박근혜 대통령을 사면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시는데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서는 지금이라도 사면해야 한다고 봐요. 일부 재판은 확정은 됐어요. 일부는 구속 상태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에요. 진행 중인 것은 검찰이 구속 취소를 하면 돼요. 물론 법원이 반대를 안 해야 하는데, 법원이 반대를 안 해요. 형이 확정되면 여론의 동향을 봐서 하겠다는 건데, 그러면 이미 늦고, 또 여론의 동향을 봐서 밀려서 하는 사면은 사면이 아니에요. 지금이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정말로 화합조치를 취하고 나중에라도 노력을 했다는 얘기를 들으려면 사면을 해야 해요. 설사 그렇게라도 안 된다면 박근혜 대통령 지금 남아있는 재판이 확정되거든요. 확정되자마자 사면을 딱 시키면 됩니다. 누구의 얘기도 들을 필요 없어요. 대통령의 고유의 권한이잖아요? 군사반란죄, 내란죄 일으킨 사람도 사면하는데 그것도 아니고 본인도 욕심이 있어서 그런 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불통과 독선 때문에 그런 것인데…. MB도 마찬가집니다. 형이 확정되면 바로 사면해야 해요. 외국에 가서도 창피한 일 아닙니까? 사면하고 외국 나가면 문재인 대통령이 박수 받습니다. 나중에 밀리고 밀려서 하면 효과가 없어요. 안 한 것만 못해요. 국민적 포용성이 있어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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