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가계신용 증가세는 둔화됐지만 기업신용 증가세는 지속됐다. 고위험가구의 채무상환 능력도 약화됐다.
20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명목 국내총생산(GDP)에 견준 민간신용 비율이 189.1%로 작년 말 대비 1.4%포인트 상승했다. 민간신용은 자금순환표상 가계의 대출과 정부 융자, 기업의 대출·채권·정부 융자 등 민간 부문의 부채를 모두 합한 것이다.
이 가운데 가계부채는 비은행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둔화했다. 가계부채는 1분기 말 현재 1540조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4.9% 증가해 2017년 이후 증가속도가 둔화했다.
다만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분기 158.1%(한은 추정치)로 작년 동기 대비 1.9%포인트 올라 상승세를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올랐다는 것은 실제 가계가 쓸 수 있는 소득보다 빚이 더 많이 늘었다는 의미다.
그러나 한은은 별도 현안 분석을 통해 최근 자영업자 대출 건전성 악화를 경고했다. 1분기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636조400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2조1000억원 증가했다. 작년 동기 대비 대출 증가율은 11.2%로 작년 말(13.7%)보다는 하락했다.
한은은 "작년 4월 이후 개인사업자대출 규제가 시행되면서 부동산임대업을 중심으로 자영업자 대출 증가세가 둔화했다"면서 "(다만)최근 업황 부진이 두드러진 도소매 및 숙박음식업 등 일부 업종을 중심으로 자영업자의 채무상환 능력이 다소 악화했다"고 경고했다.
도소매업의 소득 대비 대출 비율(LTI)은 2017년 239.4%에서 294.4%로 상승했고 숙박음식업의 LTI는 같은 기간 222.1%에서 255.3%로 올랐다.
가계부채 고위험 가구에 대한 진단도 이어졌다. 고위험 가구란 총부채상환비율(DSR)이 40%를 넘고, 자산대비부채비율(DTA) 비율이 100%를 넘는 가구로 상정했다. 고위험가구는 원리금 상환 부담이 크고, 자산을 매각하더라도 부채 상환이 어려운 가구다.
고위험가구의 채무 상환 능력은 악화했지만 2018년 3월 기준 고위험가구 비중은 전체 금융부채 보유 가구의 2.7%인 29만8000 가구로, 전년동기 대비 0.2%포인트 하락했다.
지난해 고위험가구의 DSR 중간값은 76.6%으로, 전년(70.6%) 대비 6%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DTA 중간값도 같은 기간 145.6%에서 150.6%으로 5%포인트 올랐다. DSR이란 총소득 대비 전체 금융부채 원리금 비율을 뜻한다. DSR이 높을수록 소득으로 빚 갚기가 힘들다는 의미다.
한은 안정분석팀장은 "고위험가구 비중과 고위험가구 부채비중은 감소했는데 이는 정부가 LTI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이라면서 "그러나 고위험가구 분포도에서 중위값(중위가구)의 채무상환 능력은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심화영기자 doroth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