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AI 팩토리 2000개 목표
中·獨 비해 중장기 전략 부족에
공유경제 등 규제혁신 의지없어
결국 '보여주기식' 지적 불가피
中·獨 비해 중장기 전략 부족에
공유경제 등 규제혁신 의지없어
결국 '보여주기식' 지적 불가피
정부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
정부가 제조업 부가가치율을 지금의 25%에서 30%로 끌어올려 산업구조를 혁신하고 세계 일류기업을 2배 이상 확대한다는 내용의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과 전략'을 발표했다. 연내 인공지능(AI) 국가전략을 수립해 2030년까지 AI 팩토리 2000개를 구축하고, '제조업 혁신 특별법'(가칭) 제정 등 제조업 전반에 걸쳐 AI 기반 산업지능화를 본격 추진한다. 하지만 독일과 중국 등에 비해 제조업 중장기 전략 마련이 한발 늦은 데다 범국가 차원의 구체적 재정·세제 지원까지 포함하는 입체적 국가 비전을 담아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19일 경기 안산시 반월·시화공단에서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선포식'을 갖고 2030년까지 산업구조의 스마트화, 친환경화, 융복합화 혁신을 통해 세계 4대 제조강국으로 도약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선포식에서 "도약이냐 정체냐, 지금 우리 제조업은 중대 갈림길에 있다"며 "과거의 추격형 산업전략은 더는 우리 경제의 해법이 되지 못한다. 혁신 선도형 산업구조로 전환이 시급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속도·창의·유연성이 강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혁신의 주체는 민간기업"이라며 "여러분이 기업가 정신을 마음껏 발휘해 제조업 르네상스를 이끌어 가도록 정부도 잘 뒷받침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선 제조업 생산액 중 신산업·신품목 비중을 16%에서 30%로 높여 현재 6위(수출규모기준)에서 4대 제조강국 중 하나로 도약하겠다는 복안이다. 한국은 지난해 수출 6000억 달러를 달성해 2년 연속으로 중국, 미국, 독일, 네덜란드, 일본에 이어 6대 제조국에 올랐다.
4대 제조국 도약을 위해 △스마트화·친환경화·융복합화로 산업구조 혁신 가속화 △신산업을 새로운 주력산업으로 육성하면서 기존 주력산업은 혁신을 통해 탈바꿈 △산업생태계를 도전과 축적 중심으로 전면 개편 △투자와 혁신을 뒷받침하는 정부 역할 강화 등 4대 추진전략을 제시했다.
정부는 제조업 혁신이 확산할 수 있도록 민관협력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문재인 대통령 주재 하에 범부처와 경제단체 및 주요기업 등이 참여하는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회의'를 통해 미래차 등 업종별 전략과 기업환경 개선, 인재양성 등 후속 과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해나가기로 했다. 문 대통령이 제조업을 주제로 민관협력 전략회의를 주재하는 것은 처음이다.
최근 4차산업혁명, 환경규제 강화, 무역질서 재편 등 거대한 구조적 변화에 맞서 우리 제조업이 지금까지의 '양적·추격형'에서 벗어나 '혁신 선도형' 제조 강국으로 탈바꿈한다는 게 제조업 르네상스 전략의 주된 방향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한국 제조업은 대변혁에 직면해 있으며, 기존의 추격형 전략에서 벗어나 '가보지 않은 길'을 가기 위한 새로운 전략이 필요한 때"라면서 "(대통령 주재 전략회의와 같이) 국가 최고지도자가 민간과 함께 고민하는 기제를 만들면 세계 4위 제조업 강국도 과감히 도전해볼 만한 하다"고 말했다.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스마트공장, 스마트산단을 차질없이 추진하고 AI 기반 산업지능화를 본격 추진한다. 제품과 생산의 친환경화를 통해 친환경시장의 선두국가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내세웠다. 친환경차, 선박, 공기산업, 에너지신산업 등의 기술개발, 인프라 구축, 수요 창출을 병행 지원한다.
환경규제 강화에 대응해 철강, 뿌리산업(주조·금형) 등 사업장에 '클린 팩토리' 사업을 도입한다. 산업계 미세먼지의 80%를 배출하는 주요산단을 청정제조산단으로 탈바꿈시킨다.
규제샌드박스와 규제자유특구 등을 통해 융합 제품·서비스 규제를 해소하고,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다른 업종과의 융복합화로 부가가치를 높인다는 전략이다.
정부는 지속적인 신산업 창출에 국가적 역량과 자원을 결집하기로 했다. 시스템반도체, 미래차, 바이오 등 3대 핵심 신산업은 민간의 대규모 투자와 정부의 마중물 역할을 통해 제2의 메모리 반도체로 육성해나간다.
한국이 반도체·배터리 강국임에도 이차전지 분리막, 반도체 식각장비 등 핵심 소재와 장비를 상당 부분 수입하는 현실을 감안, 100대 핵심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에 매년 1조원(예비타당성조사 후)을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또한 상시적 사업재편과 기업 구조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구조혁신펀드를 현재 1조원에서 5조원까지 확대한다. 수출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제조 중소·중견기업 및 스타트업 전용 수출계약 기반 특별보증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5000억원 규모로 확대·개편한다.
연내 '산업단지 대개조 계획'을 세워 산업단지를 신산업 창출과 제조업 혁신의 전진기지로 대전환하기로 했다. 입주 가능 업종 규제를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하는 등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금융에서도 제조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초대형 민간 펀드'를 조성하고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3년간 10조원 규모의 초장기 자금(최대 15년)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외국에 나가지 않고 국내에 투자해도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첨단기술, 신산업, 위기·낙후지역 등 지방투자에 대해서는 세제지원을 강화한다.
2030년까지 제조업 르네상스를 위해 필요한 관련 예산은 추후 부처별로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정하게 된다.
하지만 재계 관계자는 "중국과 독일, 일본이 기존보다 강해진 국가전략을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한국도 파격적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르네상스 전략에서 자율주행차와 서비스 로봇 등의 사업화를 촉진하겠다고 하면서도 막혀있는 공유 경제와 원격진료를 둘러싼 장벽을 뚫고 나가겠다는 구체적 전략과 의지는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예진수선임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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