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긴급구호 현장에 미래를 심는다

코리 시슨즈 옥스팜 긴급구호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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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8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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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긴급구호 현장에 미래를 심는다
코리 시슨즈 옥스팜 긴급구호 활동가
우리가 편안히 숨 쉬고 생활하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 한 편 어딘가에서는 재난과 분쟁이 일어난다. 자연재해나 분쟁으로 모든 것이 파괴된, 긴급구호의 손길이 필요한 현장. 그 곳엔 수많은 사상자들도 있지만 생존자들도 있다. 가족과 집을 모두 잃고 오직 목숨만 부지한 생존자들에게 어떻게 희망을 찾아줄 수 있을까. 수십 년간 긴급구호 현장에서 활동해온 이들에게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고민이고 도전이었다.

필자가 속한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이 주목한 것은 커다란 상실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야 할 생존자들의 '식량'과 '생계'였다. 또한 모든 활동은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관계구축을 출발선으로 한다. 그들이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장기적인 미래를 꿈꾸려면 무엇보다 다른 곳이 아닌, 그들이 뿌리박고 살아가는 바로 그 곳에서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 충족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남아있는 생존자들이 과연 충분한 음식을 먹고 건강하게 활동하며 살아갈 수 있는지, 더 나아가 장기적인 생계유지까지도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현장 조사와 분석을 바탕으로 각 지역에 맞는 세부 활동을 기획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지역 경제 회복이다. 긴급구호 현장을 하나의 지역경제 현장으로 되살려 삶의 터전을 찾아주는 것이다.

그러려면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인근 시장 살리기다. 환경, 법, 물류 유통 등 지역 시장의 중요한 제약 조건들을 파악하고 무역업자 및 시장 관계자들과 협력하면서 실질적인 방법을 찾는다. 시장이 활성화되면 생존자들에게 구호물품 외에도 다양한 생필품을 즉각 공급할 수 있고, 동시에 시장 활성화에 필요한 지역 사업이나 금융 서비스도 자연스럽게 되살아난다. 즉 생존자들과 지역 경제 모두를 살리는 접근인 것이다.

지역의 시장이 어느 정도 작동한다면 진정한 지역경제 회복을 위해 현금지원에 나선다. 특정 상점이나 시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e바우처나 ATM 카드, 또는 현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생존자들이 각자의 가계 경제 회복을 위해 필요한 물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하는데 직접 현금을 사용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는 가족들이 생존을 위해 중요한 자산을 매각하거나, 내전이나 재난 후 생겨난 빚 때문에 위험한 일에 종사할 가능성을 줄여준다. 현금 보조금 지원은 생존자들 중에서도 집과 농장 등 모든 생계 수단을 잃었거나, 앞으로 살아갈 자금이 전혀 없는 취약 대상들을 중점으로 이뤄진다.

사실 긴급구호 현장에서 그 어떤 프로젝트들이 진행된다 하더라도 정치 및 사회 시스템이 안정을 찾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다. 따라서 현장 활동가들은 주민들을 수시로 만나 대화하며 가난한 사람들이 '더 가난해지지' 않도록 사회 안전망 구축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 사회에서 영향력을 가진 정치인, 민간 기업들을 대상으로 긴급구호 현장에서 제공되는 물품들이 절대 소수의 주머니를 채우는 수단이 되지 않도록 법률 및 정책 제언 활동을 펼친다. 더불어 보험사 같은 민간 기업들과 사회 안전망 서비스 확보에 나서 갑작스런 파산이나 가계 경제에 문제가 생겼을 때 주민들이 보험을 통해 조금 더 빨리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긴급구호에 있어 혁신은 단지 진보적인 기술의 활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방식의 시도 역시 혁신이다. 우리 긴급구호 활동가들은 우리의 물품이 보다 효율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지역경제의 자생력과 회복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와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처참한 현장에 투입되어 활동하면서 긴급구호가 단순한 '지원'이 아니라, 그 현장에서 삶을 이어가야 하는 이들에게 다시금 '희망'을 주는 일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일방적인 도움을 넘어 생존자들이 자립가능한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무너진 긴급구호 현장을 되살려 그 곳의 아이들에게 희망을 돌려주는, 뜻 깊은 일에 보다 많은 이들이 동참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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