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통합 강자 밑그림 제시
인텔·퀄컴 독과점 타파 가능성
2030년 전문 인력 2000명 목표
조만간 대형 M&A 추진 기대도
인텔·퀄컴 독과점 타파 가능성
2030년 전문 인력 2000명 목표
조만간 대형 M&A 추진 기대도
삼성전자 'NPU 사업 설명회'
[디지털타임스 박정일 기자] "NPU는 차세대 인공지능(AI) 시장을 이끌 것이다. 모바일과 자동차 전장,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확장을 예상한다." 장덕현 삼성전자 시스템 LSI 사업부 SoC 개발실장은 18일 서울 태평로 빌딩에서 열린 NPU 사업 설명회에서 이 같이 말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통합강자' 밑그림이 나왔다. 삼성전자는 미래 반도체로 꼽히는 NPU(신경망처리장치)에 승부수를 걸었다. AI반도체 핵심 기술을 앞세워 모바일 뿐 아니라 자동차 전장, 사물인터넷(IoT)에 이르기까지 영역을 확대해 2030년 메모리에 이어 시스템반도체까지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삼성전자가 지목한 NPU란 '사람 닮은 AI칩'= NPU란 사람 두뇌같은 AI 칩'으로도 불리는 NPU는 대규모 병렬 연산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시스템반도체의 한 종류로, AI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로 꼽힌다. 쉽게 설명하면 컴퓨터와 달리 사람은 여러 생각과 판단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는데, 정보를 순서대로 처리하는 CPU(중앙처리장치)와 달리 NPU도 마치 사람처럼 여러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고 이를 연결해 판단한다.
삼성전자는 NPU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 사람 두뇌 수준의 정보처리와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뉴로모픽(Neuromorphic) 프로세서 기술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삼성전자가 이 시장을 겨냥한 이유는 이 기술이 미래 AI의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NPU를 장착한 SoC(시스템온칩) 시장은 작년 기준 43억 달러(약 5조원)에 불과하지만, 오는 2023년에는 343억 달러(약 40조7000억원)에 이르는 등 연평균 52%의 고속 성장을 할 전망이다.
◇4차 산업혁명은 시스템 독과점 깰 기회…인력 확보 최우선=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현재 CPU와 이미지 센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이 주력 시장으로 분류되는데 이 경우 인텔과 퀄컴 등이 시장을 거의 과점하다시피 하고 있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새롭게 열리는 시장에서는 이들 모두 마찬가지로 도전하는 상황인 만큼, 삼성전자가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기회가 열린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인력 확보가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 NPU 관련 인력을 현재 약 200명에서 오는 2030년 2000명 이상으로 늘린다는 목표다. 시스템반도체의 경우 설계·소프트웨어 역량이 핵심인데, 이는 소위 '맨 파워'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글로벌 연구 기관을 비롯해 국내 대학들과의 지속 협력을 확대하고, 핵심 인재 발굴 등에도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종합기술원 몬트리올 AI랩'을 딥러닝 전문 연구기관인 캐나다 밀라연구소로 확장 이전하며, 세계적 석학인 요슈아 벤지오 교수를 주축으로 몬트리올대, 맥길대 연구진 등과 협업하고 있다.또 2017년부터 뉴럴프로세싱연구센터(NPRC)를 활용해 국내 대학들과도 인공지능 관련 공동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미래 인재 양성에도 힘쓰고 있다.
◇시스템 역량 강화는 '반도체 코리아' 완성= 삼성전자의 이 같은 노력은 '반도체 코리아'의 경쟁력 강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부문의 한국 기업 점유율은 약 60%에 달하고 있으나, 시스템반도체 등 비메모리 부문에서는 3~4% 수준에 그치면서 미국과 유럽연합(EU), 일본 등과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기준 3109억 달러(약 355조원)로 전체 반도체 시장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리나라는 전체 반도체 시장의 한 귀퉁이만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작년 하반기부터 이어지는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세 상황에서 시장 개척 영역이 무궁무진한 시스템반도체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면, 시황에 따른 시장 충격을 한층 덜 수 있다.여기에 세계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로부터 로열티를 받는 퀄컴처럼 독보적인 지위에 오를 수도 있는 만큼 제대로 만든 시스템반도체 기술이 지니는 가치는 매우 크다.
◇이재용의 시스템반도체 1위 포부…대형 M&A 기대감 고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시스템반도체 시장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4월시스템 반도체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각각 투자하기로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반도체 비전 2030'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조만간 대형 M&A(인수·합병) 빅딜도 추진할 계획이다. 강인병 시스템LSI 사업부 사장은 "단독으로 1등을 할 수는 없다"며 "전략적인 기술·인력 확보를 위해 필요하다면 큰 M&A도 당연히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