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자 되자… "삼성제품 안 쓴다" 견제구

현대차, 전장사업 '反삼성' 배경
막강자본력 갖춘 삼성진출 부담
출시 신차에 "하만 빼고 크렐"
배터리·반도체 등 철저한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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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 되자… "삼성제품 안 쓴다" 견제구

[디지털타임스 김양혁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그동안 유독 차량 제조 과정에서 삼성 제품을 멀리해왔다. 지난 2017년 삼성이 오디오 업체 하만을 인수한 이후 이 같은 행보는 더 가속화됐다. 이를 기점으로 현대·기아차가 출시하는 신차에 하만 대신 크렐 제품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었기 때문이다.

전장 뿐 아니라 배터리 분야도 비슷한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친환경차 파트너로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을 두고 있다. 세계적인 전기차 배터리 기술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삼성SDI는 빠졌다. 양측 협업에 대한 가능성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지만, 좀처럼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삼성이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면서부터 견제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만 해도 내수 80%에 달한 만큼 시장을 독점하고 있었던 현대·기아차지만, 경쟁 업체가 늘어난다는 점을 달갑게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더구나 막대한 자본력을 앞세운 삼성이 자동차 시장에 진출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이후 삼성은 프랑스 르노에게 자동차 부문을 팔아넘기며 사업을 접으며 다시는 완성차 시장 진출이 없을 것이라 했지만, 최근 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 발달에 따라 자동차의 패러다임이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면서 삼성의 완성차 사업 재진출에 대한 관측이 수도 없이 제기됐다.

2015년 삼성전자의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을 이런 관측에 불을 댕겼다. 곧이어 삼성은 9조3700억원이라는 막대한 자금력을 동원해 하만을 인수하며 전장 사업을 본격화했다. 삼성전자는 하만 인수를 통해 연평균 9% 고속 성장하는 커넥티드카용 전장 시장에서 세계 선두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반(反)삼성' 기조를 부인해왔지만, 삼성의 하만 인수 이후 협력사 품질을 평가하는 내부 보고서를 통해 하만을 '최악의 협력사' 중 하나로 꼽은 사실도 확인됐다.

미래차 기술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등에 쓰이는 배터리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유독 삼성SDI를 외면해왔다. 현대·기아차는 각각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으로부터는 배터리를 납품받으면서 삼성SDI 배터리를 적용한 친환경차를 선보인 적이 없다. 폭스바겐, BMW 포르쉐 등에 납품하는 세계 6위 자동차용 배터리업체 삼성SDI가 국내에서는 찬밥인 셈이다.

현대차에는 세계적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삼성의 반도체도 들어가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동차 시장은 미래차 기술 선점을 위한 '무한경쟁'에 돌입한 상태다. 차량에 적용하는 '두뇌'인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부터 메모리, 카메라, 각종 센서 등 수많은 반도체 솔루션이 개발·탑재돼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개발과 제조만 하던 완성차로서는 기술 등 여러 방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최고 반도체 회사'라는 평판을 바탕으로 제품 공급처를 확대하며 기존 업계 1위인 네덜란드 NXP 등 전통 강자들을 빠르게 위협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의 보이지 않는 '기 싸움'이 3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하면서 막을 내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두 집안은 과거 국내 재계 1,2위를 다퉈왔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국내 재계 서열은 무의미해졌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오랜 기간 친분을 쌓은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김양혁기자 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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