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차현정 기자] 미중 무역전쟁 격화에 따른 불확실성과 국내 경기 침체로 주식시장이 침체에 빠지면서 IPO(기업공개) 시장도 2년째 '사상 최악' 불황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올 상반기 IPO 시장에서는 19개 기업이 새로 상장돼 총 1조1745억원의 공모자금을 끌어모았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37% 급감한 수준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신규 IPO 공모규모는 1조1745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1조8827억원보다 37%(7082억원) 넘게 감소했다. 2017년 상반기에 비해 63% 가까이 줄어든 지난해에 이어 '최악의 IPO 가뭄'이다.
공모기업 수는 총 19개로 지난해(32개)에 비해 13곳이나 줄어들면서 전체 공모자금도 쪼그라든 결과다.
사실상 국내 빅딜 상장은 작년부터 명맥이 끊긴 상황이다. 실제 IPO 추이를 보면 공모총액은 2015년 6조1451억원에 이어 2016년(10조5306억원), 2017년(12조1782억원)으로 매년 증가 추세를 기록하다 지난해 2조9952억원으로 급감한 이후 2년 연속 부진한 상태다.
1조원대 굵직한 IPO 일정이 연속적으로 차질을 빚은데다 최근 '인보사 사태'로 상장 주무대였던 기술특례상장이 어려워지는 등 IPO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다.
연 최고점 대비 20% 넘게 빠진 국내 증시는 IPO 시장을 얼어붙게 한 요인이다. 연초 코스피 상단을 낙관적으로 예상했던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보고 싶지 않은 보고서'라는 리포트에 "오랜만에 코스피에 대해 부정적인 전망을 쓴다"는 서문을 달고 "코스피가 상승장으로 진입하기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코스피가 고점 대비 20% 넘게 내렸음에도 예상이익의 감소폭이 더 컸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실제 증시 급락에 이미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한 기업들 중 자금 상황이 어렵지 않은 기업들을 중심으로 상장 철회 결정이 줄을 이었다. 올해 'IPO 최대어'로 꼽혔던 바디프랜드는 신규 상장 청구가 들어간 지 5개월여 만에 상장을 철회했고 지난 3월엔 국내 첫 조원 단위 공모였던 홈플러스 리츠가 상장을 철회했다. 상장 의욕을 보였던 이랜드리테일과 현대오일뱅크, 교보생명 등도 현재 상장 가능성이 불투명해졌다.
정부와 한국거래소가 의욕적으로 세운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거래소는 올해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 기업규모가 약 5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닥 신규 상장 기업수는 약 100개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10월말까지 코스닥 상장예비심사에서 승인을 받은 기업이 32개 업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약 2달동안 목표치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시 상황을 볼 때 84개 기업이 상장한 지난해 수준을 넘어서긴 어려울 것이란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IPO라는 건 말 그대로 받고 싶은 가격을 제시해 대중에게 기업을 파는 것으로 주가와의 상관관계가 매우 높다"며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적 요인이 안정화하고 주가가 상승 방향을 타야 IPO도 본격화할텐데 연내 해소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게 시장의 절대적인 평가"라고 말했다.
거래소는 그러나 통상 IPO가 하반기에 몰리는 만큼 곧 활성화 궤도에 오를 것이란 입장이다.
박승배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상장부장은 "청구 준비 중인 기업이 더 있고 대체로 하반기에 IPO가 더 많다"며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작년보다 나은 올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성 코스닥시장본부 상장부장도 "신규 상장을 위해 준비 중인 기업이 작년 대비 10~20% 정도 더 늘었다"며 "작년 이상으로 시장 분위기가 좋은 만큼 미중 무역전쟁이 실마리를 찾을 경우 하반기 IPO 시장이 회복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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