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대학개혁이 스타트업 춤추게 한다

전광민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ㆍRC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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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7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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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대학개혁이 스타트업 춤추게 한다
최근 몇 년간 이스라엘의 자동차 스타트업과 그 커뮤니티의 성장이 눈부시다. 최근 포드의 빌 포드 회장은 이스라엘의 텔아비브에서 개최된 모빌리티 컨퍼런스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연구센터 개소식을 했다. 포드가 센터를 만드는 주 목적은 이스라엘의 성장하는 혁신 커뮤니티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한다. 비록 센터는 작은 규모로 시작하지만 빠른 성장이 예상되고 미래 포드의 활력소가 될 것을 기대한다고 했다.

최근 수년간 완성차 업체와 관련 주요 업체들의 이스라엘에 대한 투자와 연구소 개소가 계속되었다. GM이 2008년에 선행기술센터를 세운 후에 포르쉐, 혼다, 볼보, SAIC, SEAT, 메르세데스-벤츠, SKODA, VW 그룹, 현대자동차, 르노-닛산-미쯔비시, 포드 등이 연구소를 세우거나 협력관계를 만들었다. BMW도 조만간 개소 예정이라고 하며, 보쉬, 덴소, 하만 등도 연구소를 개소했다고 하니 그 열기가 뜨겁다.

이스라엘의 자동차 관련 스타트업 역사가 항상 좋은 사례만 있는 것은 아니다. 충전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몇 분 안에 배터리를 교환하는 사업을 시작한 베터 플레이스(Better Place)는 거의 10억달러에 이르는 벤처캐피탈 투자금을 소모하고도 판매는 르노닛산의 전기자동차에 1000대 정도 밖에 못하고 파산한 사례도 있다.

그렇지만 모빌아이가 인텔에 의해 15조가 넘은 금액에 인수된 데 이어 최근 현대자동차가 탑승객 부상 예측 기술회사인 엠디고에 투자하는 등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600개가 넘은 자동차 분야 스타트업 중에 특히 사이버 보안에서 Argus, Regulus, Karamba Security 등과 센싱 분야에서 성우하이텍이 투자한 AdaSky, Arbe, Oryx 등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이런 새로운 기술벤처 생태계를 조성하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첫째, 이스라엘의 지정학적인 위치에 있을 확률이 많다. 주위에 적대적인 국가들이 위치해서 항상 긴장한 상태에서 안전을 위해 군사적으로 노력해야 하는 환경이 새로운 기술 개발에 도움을 주는 분위기를 조성했을 것이다.

둘째,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18세에 군대에 가서 첨단 군사기술을 익히고 나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요인 중 하나일 것이다. 감시 센서의 발달과 측정된 정보의 처리, 보안 기술 등이 발달한 군대에서의 배움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셋째는 벤처캐피탈의 발달이다, 아마도 같은 유대인들 간의 지원이 활성화 되어있을 것이고 영어권에서 자란 사람들의 의사소통 능력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대학 진학률과 높은 교육열을 꼽아야 한다.

한국은 북한과의 대치 상황과 군 복무 의무, 이스라엘보다 더 높은 대학 진학률, 벤처 진흥 정책 등 이스라엘과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고, 자동차 산업이 이미 발달했다는 점에서 더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유수 기업들이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에 집중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는 무슨 무슨 '밸리'는 많은데(이 밸리는 계곡이라는 의미인데 실리콘 밸리 때문에 어쩌다 첨단 기업이 있는 곳을 의미하게 되었음), 제대로 된 '자동차 밸리'는 없다. 그 이유는 자동차 산업이 완성차 업체와 관련 부품업체들의 독점 영역이어서 새 기술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 성공하기는 어렵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자동차 분야에서 독자적으로 신기술을 개발하여 성공한 사례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동차 산업이 기존 분야에서 더 확장하여 공유를 포함한 모빌리티로 넓혀 가는 과정에서 과거의 인식을 변화시켜 젊은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신기술을 연구 개발하고, 대기업들은 이를 인정하고 투자하는 시대로 바뀔 때이다.

이런 변화의 가장 기본에는 교육의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한국의 제일 큰 약점은 고등학교 때까지 교육의 최대 목표가 대학에 입학하는 것이다. 대학 입시에서는 단순한 지식을 암기하고 빨리 정확하게 푸는 사람이 유리해서 학생들이 자신의 생각과 판단을 키우고 존중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대학은 이런 교육을 받고 입학한 신입생들이 자신의 주인이 되어 창의성을 개발하고 미래 사회를 만드는 곳이 되어야 한다. 미래의 사회가 단순한 지식을 이용해서 사는 사회가 아니고, 사람이 AI나 로봇이 하지 못하는 새로운 생각을 하고 끌어나가야 하는 사회이기 때문에 이에 적합한 교육으로의 개혁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한국의 가장 큰 장점은 일단 변화하기 시작하면 엄청난 속도로 변화가 진행되는 것이다. 대학이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벗어나서 교육과 연구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산업을 리드하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대학은 미래를 이끌 인재를 키우지 못하게되고 결국 미래의 한국은 희망을 찾기 어려운 곳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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