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이희호 여사 조문단 대신 `조의·조화`만

정체된 남북관계 여실히 보여줘
"김정은, 여사님에 각별한 감정"
김여정, 친서·메시지 없이 복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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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고 이희호 여사의 별세 소식을 접한 북한은 12일 조문단 없이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편에 김정은 국무위원장 명의의 조의문과 조화만 남측으로 보내왔다.

최근 정체된 남북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부부장은 이날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통일부 차관, 박지원 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민주평화당 의원) 등과 만나 김 위원장의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했다.

정 실장은 조의문과 조화를 전달받은 뒤 남측 입경 지역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부부장은 이 여사가 그동안 민족 간의 화합과 협력을 위해 애쓰신 뜻을 받들어서 남북 간의 협력을 계속해가길 바란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후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에서 "김 부부장은 '김 위원장께서 이 여사님에게 각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남측 책임 인사에게 직접 조의를 전달하라고 말씀하셨다'고 했다"면서 "김 부부장은 부디 유족들이 슬픔을 이겨내고 김 전 대통령과 이 여사의 뜻 받드시길 바란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윤 수석은 또 "정 실장이 '이 여사님은 6·15 남북공동선언 발표현장에 김 전 대통령님과 함께 계셨던 분이다. 이 여사님이 우리 민족의 평화통일을 위한 마지막 말씀을 남기고 떠나셨다'고 각별한 감사 인사를 건넸다"고 했다.

김 부부장은 조의문과 조화 외에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는 친서나 메시지 없이 15분 만에 복귀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수석은 "오늘 이야기할 수 있는 부분은 조의문과 조화 수령 관련된 내용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11일 개성에 있는 남북공동연락소로 이 여사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북한이 이 여사 장례식에 조문단을 파견할 지는 정치권 초미의 관심사였다. 조문단이 파견될 경우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 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남북·미북 간 대화 분위기를 열 신호탄이 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북한이 앞서 지난 2009년 김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서울에 조문단을 파견, 이명박 정부 첫 남북고위급 회담을 하는 등 대화 재개 메시지를 보낸 전례가 있는 만큼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여사는 평화통일을 위해 기도하겠다는 유언을 남겼는데 북쪽에서 조문단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고, 박 부이사장도 "김 위원장은 정치적 의미를 떠나서 도의적으로 반드시 조문 사절을 보내야 한다. 이 여사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때 북한을 방문해 조문했고, 이때 아마 한국 최초로 김 위원장을 만난 사실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북한이 조의문과 조화만 전달하는데 그쳐 조문단 파견을 계기로 남북 대화 분위기를 전환할 것이라는 기대는 실현되기 어렵게 됐다. 자유한국당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그간 남북이 대화의 명분이 필요할 때 조문을 핑계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조문의 정치'를 활용해왔는데, 이번에는 북한이 불편함을 느낀 게 아닌가 한다"고 짚었다. 북한은 최근 '대남매체를 통해 지난 3일 서울에서 열린 한미국방장관회담을 비판하기도 했다.

노동신문은 이날 "남조선에서 끊임없이 벌어지고 있는 합동군사연습은 상대방에 대한 적대 의사와 공격 기도의 뚜렷한 발로"라고 했다.

임재섭·윤선영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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