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퍼부은 ‘非정상 고용’ 숱한데… 취업자 증가만 호평한 정부

정부"고용의질 개선" 자화자찬에
급조한 단기일자리 증가세 주도
전문가들 "고용의 질 악화" 반박
재정 세부지표 따져봐야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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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세 퍼부은 ‘非정상 고용’ 숱한데… 취업자 증가만 호평한 정부


고용통계의 두 얼굴

5월 일자리 지표는 한국경제 병폐를 함축해서 보여주고 있다. 양질의 일자리 감소, 경제 중추인 30대와 40대 취업 부진의 장기화, 초단기 일자리를 전전하는 청년 등은 우리 경제가 역동성을 잃고 추락하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고실업의 만성화 조짐은 노동개혁 지연, 투자 감소 등으로 '성장 엔진'인 기업이 제대로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세금 퍼주기'로 질 낮은 일자리 등을 늘리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12일 "고용의 질이 개선됐다"는 자화자찬을 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정책 효과 등에 힘입어 청년 고용이 개선되고 상용직 증가, 고용보험 피보험자 증가 등 고용의 질 개선세도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가 고용개선의 근거로 들고 있는 지표는 상용직·청년층·여성 고용개선세가 뚜렷하다는 점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청년 고용률은 43.6%로 1년 전보다 0.9%포인트 올랐고, 안정적인 일자리인 상용직이 지난달 33만명 늘어나며 증가세를 이어갔다. 전체 임금근로자 내 상용직 비중은 68.6%로, 5월 기준으로는 통계작성을 시작한 1983년 이후 최대 수준이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고용률이 67.1%로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부의 이 같은 자평에는 혈세를 퍼부어 만든 공공일자리와 60대 취업자가 팽창하는 비정상적 고용 상황에 대한 평가는 빠져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세금으로 일자리를 얼마나 늘렸는지 세부적인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한다. 세부적인 지표를 공개해 올바른 재정투입이 이뤄지고 있는지, 재정이 줄줄 새고 있지는 않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취업자 수 20만명대 회복'과 '19년만의 최대 실업자 수'라는 두 얼굴의 고용지표에 대해 일자리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5월 실업자는 114만5000명으로, 같은 기준으로 통계집계를 시작한 1999년 6월 이후 5월 기준으론 가장 많았다. 실업률에선 외환위기 이후 가장 긴 4%대 행진이 나타났다. 40대 취업자는 1년 전보다 17만7000명 줄어 2015년 11월 감소세로 돌아선 이후 43개월째 뒷걸음질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번 고용률 상승은 15시간 이하 근로자들까지 모두 포함해 집계된 결과"라며 "정부에서 강행하는 공공단기 근로자들이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둑에 물이 줄줄 새고 있는데 구멍만 메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물이 계속 차면 언젠가는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면서 "재정적자가 늘어나 (공공근로에 대한) 지원이 끊긴다면 이에 따른 사회적 혼란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새로 만들어진 일자리의 상당 부분이 급조한 단기일자리다.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를 주도한 연령대는 60대 이상이다. 60세 이상 취업자가 35만4000명, 50대 10만9000명이 늘었지만 20대는 3만4000명 증가했을 뿐이다. 노인 일자리의 대부분이 1주당 근로시간이 17시간 이하인 초단기 근로자다.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38만2000명 감소했으나 그 미만은 66만6000명이나 늘었다. 이 가운데 초단기 알바(주당 1∼17시간 취업자)가 35만명이나 증가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고용지표를 보면 농업·도소매·숙박음식업 등의 근로시간이 줄어들었다. 근로시간은 줄었는데 취업자 수가 늘었다는 것은 '쪼개기 알바'가 늘었다는 방증"이라며 "결국 고용의 질이 취약해졌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5월 고용동향을 보면 도소매·숙박음식업종 주당 평균 취업시간은 44.3시간으로 전년 동월 대비 1.2시간 감소했다. 농업부문 취업시간 역시 40.1시간으로 0.1시간 축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예진수·성승제기자 jiny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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