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만장 했던 故이희호 여사
"DJ정권 40%는 李여사의 것"
역대 영부인 첫 유엔 연설도
"DJ정권 40%는 李여사의 것"
역대 영부인 첫 유엔 연설도
고(故) 이희호 여사에게는 항상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이 여사는 남편을 묵묵히 뒷바라지한 숨은 내조자가 아니라 스스로 정치적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당당한 정치인이기도 했다.
이 여사는 1922년 서울에서 부친 이용기씨와 어머니 이순이씨의 6남2녀 중 넷째로 태어났다. 이 여사의 부친은 세브란스 의전을 나와 우리나라에서 4번째로 의사면허를 취득한 인재였고, 어머니는 독실한 기독교 신자였다. 부모의 열렬한 지원 속에 이 여사는 이화여고, 이화여전에서 공부할 정도로 배움에 부족함이 없었다. 1944년 일제의 교육긴급조치로 인해 학교가 문을 닫은 탓에 이화여전을 졸업하지 못했으나, 해방 후인 1946년 9월 다시 서울대학교 사범대에 입학했다. 이 여사는 대학생 시절 총학생회 사범대 대표를 맡을 정도로 활발하고 진취적인 성격이었다고 한다.
여성운동가이자 교육자로서의 길을 걷던 이 여사의 인생은 김 전 대통령의 만남을 계기로 크게 요동쳤다. 김 전 대통령은 1971년 박정희 전 대통령과 대선에서 맞붙은 이후 줄곧 박 전 대통령의 정적이자 눈엣가시였다. 1977년 '3·1 구국선언문' 사건으로 김 전 대통령이 구속된 뒤 이 여사는 1년 가까이 석방투쟁을 벌이면서 정치 깊숙이 발을 담갔다.
김 전 대통령이 옥중생활을 할 당시 이 여사가 매일 같이 썼다는 편지는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후 1998년 '내일을 위한 기도'라는 책으로 출판됐다. 편지에는 부부인 두 사람의 이야기 외에도 철학적·신학적인 논쟁, 남편의 투쟁을 격려하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이 여사는 김 전 대통령이 4수 끝에 대통령으로 당선될 수 있던 1등 조력자다. 두 사람을 옆에서 지켜본 지인은 "김대중 정권 지분의 40%는 이 여사의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여성가족부의 모태인 '대통령 직속 여성특별위원회'가 출범했고, 장관들 임명장 수여식에 부부가 동반하는 새로운 관행도 생겼다.
1999년에는 한국여성재단 명예추진위원장을 맡아 여성운동의 최일선에 나서기도 했다. 역대 영부인으로서는 처음으로 2002년 5월 대통령을 대신해 유엔 아동특별총회에 참석, 의장국으로 임시회의를 주재하고 기조연설을 하는 기록도 남겼다.
김미경기자 the13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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