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무조건적 식량 지원은 안 된다

강원식 외교안보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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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6-10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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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무조건적 식량 지원은 안 된다
강원식 외교안보평론가
북한의 '대남 핵공격용 미사일' 발사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북한 취약계층을 돕는 국제기구 사업에 대한 800만 달러 지원에 이어 대북 식량지원도 조만간 시기와 규모, 방식 등을 확정할 것이라 한다. 대북 지원을 통해 남북관계와 미·북대화의 물꼬로 삼겠다는 것인데, 이는 매우 문제가 많은 결정이다. 첫째, 정치와 인도주의를 분리한다지만 정치와 분리될 수 있는 사회관계는 없다. 더구나 북한은 대남 정치·군사·경제를 분리하지 않고 있다. 둘째, 문재인 대통령은 작년 8월 평양정상회담에서 "인민의 삶을 향상시킨 김정은 위원장의 리더십에 경의를 표하며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칭찬하면서 북한의 경제상황을 매우 낙관적으로 평가해왔다. 그런데 갑자기 북한경제가 어렵다고 식량을 지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셋째, 문재인정부는 세계식량기구(WFP)의 5월 3일 보고서에 근거하여 북한 주민의 40%가 식량난을 겪으니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WFP 조사단은 북한이 보여주는 것만을 보고 평가한다. 장마당 쌀값은 오히려 떨어졌다. 이에 대해서는 북한에 시장원리가 작동하지 않기에 장마당을 지표로 삼을 수 없다고 변론한다. 그러나 경제가 어려우면 식량값은 오르고 꽃제비(노숙아동)는 먹거리를 찾아다니기 마련이다. 시장은 자본주의 이전에도 있었다. 공급이 부족하면 값은 오른다. 이는 역사이래 모든 시장의 법칙이다. 더구나 WFP는 지난 20년간 북한에 식량을 지원해 왔기에 이 사업이 이미 관성화되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

넷째, 북한은 5월 12일 대남선전매체 메아리를 통해 "(대북) 인도주의는 공허한 말치레와 생색내기"라며 "시시껄렁한 지원이 아니라 사대적인 외세추종정책(한미동맹)과 결별하라"고 요구하였다. 북한이 원치 않는다는데 이런 말을 들으면서 과연 줘야 하는가. 북한에도 충분한 농지가 있고 농민도 있다. 북한 식량난은 자원배분의 잘못 때문이다. 비료와 농기구 살 돈으로 핵과 미사일을 개발한 것이다. 그래서 식량이 생기면 배고픈 주민보다 군사부문에 먼저 배급되는 구조이다. 그렇다면 식량지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을 돕는 결과가 된다. 우리가 보낸 쌀이 우리를 위협하는 부메랑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북한 주민이 정말 굶주린다면 인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적어도 다음의 원칙과 조건은 갖추어야 한다. 우선 첫째, 인도적 지원은 꼭 필요한 때와 장소에 이뤄져야 한다. 지금이 그때인지, 누가 왜 얼마나 어려운지를 먼저 살펴야 한다. 국제기구가 아니라 우리가 직접 확인해야 하고, 북한은 응당 우리의 조사에 응해야 한다. 둘째, 대북지원은 우리 사회의 여론 합의 하에 이뤄져야 한다. 이것이 남남갈등과 한미동맹 균열 등으로 이어져서는 안된다.

셋째, 북한 당국과 주민이 우리의 지원에 감사할 수 있어야 한다. 평화는 신뢰가 구축돼야 찾아온다. 주는 보람과 받는 기쁨이 서로 느껴질 때 신뢰가 생긴다.

북한은 신문방송을 통해 우리의 식량지원을 공지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넷째, 지원 식량이 정권에 의해 착복되거나 군사적으로 전용되지 않고 북한 주민에게 제대로 전달되는지 모니터링돼야 한다. 끝으로, 국제정치는 현실의 영역이다. 주면 받아야 한다. 북한 정권이 진정으로 지원이 필요하며 이를 주민을 위해 사용할 것임을 약속할 때 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무효과이고 부메랑일 뿐이다. 이는 구두약속 만으로는 안 된다. 서독은 동독에 '조건 없이 지원 없다'는 상호주의 원칙을 견지했다. 적어도 북한에 억류 중인 우리 국민 여섯 명의 송환과 국군포로·납북자의 귀환 등의 조건은 받아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퍼주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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