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선거서 녹색당 약진
중앙은행 "온도·해수면 오르면
금융위기 가능성 커진다" 각성
중앙은행 "온도·해수면 오르면
금융위기 가능성 커진다" 각성
조은애 통신원의 유로 인사이트
현재 유럽 내 가장 큰 이슈는 기후변화다. 유럽 곳곳에서 걸핏하면 환경 규제를 강화하라는 목소리를 담은 크고 작은 시위가 벌어진다.
지난달 24일에는 140여만 명의 청소년들이 학교 수업 대신 기후변화 시위에 참가하기 위해 거리로 나섰다. 지난 5월말 이뤄진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녹색당이 약진했다.
각국 중앙은행에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금융위기 발생 우려에 대한 각성을 하고 있다. 특히 영국은 기후변화 문제에 가장 앞장서는 국가다. 마크 카니 영란은행 총재는 지난 4월 공개 서한에서 "지구 온도와 해수면이 높아질수록 기후변화에 따른 금융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도 커진다"며 "중앙은행과 금융기관, 감독관 등은 이 같은 기후변화 위기에 대응하고 금융 시스템을 친환경적으로 만들기 위해 기준을 높여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카니 총재는 중앙은행 총재 중에서도 기후변화 문제에 관심이 많은 인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4년 전 만해도 중앙은행에선 기후변화에 대해 거론하지 않았다"며 "다만 지난 2015년 9월 마크 카니 총재의 '기후변화가 금융 안정을 위협할 수 있다'는 발언이 대부분 재무 관료들에게 전율을 줬다"고 평가했다.
이웃나라 아일랜드도 기후변화 문제에 급진적인 국가다.
필립 레인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 2월 공개 서한에서 "심각한 기후문제가 빈번해질수록 거시경제와 자산 및 주택 가격, 신용 위기와 보험계약의 원가 및 적용 범위가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다"며 "중앙은행은 거시건전성을 책임지는 당국으로서 기후변화가 야기할 수 있는 금융 안정성 위기를 관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응에 회의적인 미국에서도 기후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준비은행은 지난 3월 '기후변화와 연방준비제도'라는 보고서에서 "기후 변화는 오는 10년 사이에 미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 같은 영향과 그에 따른 위기는 거시경제 정책과 금융안정을 목표로 하는 연방준비은행이 고려해야 할 사항"이라고 했다.
주요 유럽국가들은 이미 녹색금융협의체(Network for Greening the Financial System)를 결성하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2017년 12월 8개 중앙은행이 모여 결성된 녹색금융협의체는 현재 5개 대륙의 36개 중앙은행 및 회원국과 6개 옵저버로 성장했다. 아시아에서는 태국 중앙은행, 일본 금융청, 싱가포르 통화청, 중국 인민은행이 가입했으며 한국은행은 회원국이 아니다.
한국은행은 기후변화와 관련해 뚜렷한 입장을 낸 적이 없다. 이에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은행은 중앙은행으로서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영국은 기후 변화에 대해 가장 급진적인 정책을 펴고 있는 국가다. 영국 노동당은 기후 변화에 대처하지 못하는 기업들을 런던 증권거래소에서 상장 폐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노후 경유차 규제 수준도 강력하다. 평일에 런던 도심에 2015년 이전 출시 경유차를 몰고 오면 공해세 12.5파운드(약 1만8000원)와 혼잡통행료 11.5파운드(약 1만7000원) 등 하루에만 4만원에 육박하는 세금을 내야 한다.
더블린(아일랜드)=조은애 통신원 echoscv@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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